https://visla.kr/feature/259273/
그런데 최근 보기만 해도 푸근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풍기는 것 같은 세탁소를 배경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LA 한인타운의 한 세탁소를 배경으로 로컬 아티스트들과 함께 디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들의 이름은 바로 고요 클럽(goyo club). ‘고요’라는 이름처럼 이들은 영업이 끝난 적막한 세탁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의 음악을 선사한다. 테크노, 브레이크비트, 하우스 등 오래된 세탁소 안에서 울려 퍼지는 LA 로컬 아티스트들의 사운드는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하는 영상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화면을 가득 메운 깔끔한 옷가지들이다. 마치 동양인을 배경으로 한 미국 시리즈의 한 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이들의 색다른 콘텐츠, 그 내막을 들어보기 위해 고요 클럽의 두 디렉터 클리프(kliff) 그리고 나비(nvbi)와 대화를 나눴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고요 클럽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LA에서 영상 감독을 하고 있는 클리프와 나비라고 한다. 우리가 영상 일을 하면서 연출하는 작업물이 보통 뮤직비디오나 광고이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개입이 없는 우리만의 영상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LA에는 꿈을 좇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또 떠난다. 우리도 그중 하나였고. 그래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 많은 아티스트들을 조명할 무대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고요클럽을 시작했다.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디제잉 시리즈 “electric cleaners”를 꾸준히 제작 중이다. 세탁소에서 이 같은 퍼포먼스를 펼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섭외는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고요 클럽을 시작할 때 우리가 집중하고 싶었던 부분은 로컬 아티스트와 로컬 비즈니스의 융합이었다. 가까이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작은 가게들, 무심코 스쳐 지나가지만 또 가장 편안한 이 공간들이 가장 멋진 배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공간에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아카이빙하기로 마음먹었고 “electric cleaners”가 첫 시리즈인 만큼 우리와 같은 이민자분들의 가게를 조명하고 싶었다. 한인타운에 있는 거의 모든 세탁소의 문을 두드렸고 보통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사장님들은 디제잉과 전자음악을 이야기하자 대부분 거절하셨다. 하지만 지금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세탁소의 사장님께서는 우리의 의도와 취지까지 천천히 들어주시고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이제는 왜 더 자주 오지 않냐는 농담까지 하신다.
해당 세탁소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 혹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 달라.
우리가 촬영하고 있는 세탁소는 같은 곳에서 100년 넘게 자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사장님은 세 번째 주인이시고 30년째 운영하고 계신다. 최근 아드님이 물려받아 사모님까지 가족 모두 함께 일을 하고 계시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님께서는 이민 오시기 전 라디오 방송국에서 성우 활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 때문에 요즘 친구들의 디제잉은 어떤 건지 궁금해하셨고 우리의 제의를 수락해주셨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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