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90-11. No. 1 루한. 준비 되었습니다." 천천히 커다란 유리관을 쓰다듬던 민석의 손이 차트로 떨어졌다. 푸른 용액이 방울지는 소량의 용액들과 비례하여 어룽거리는 사이에 앳된 소년의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종대는 민석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버튼을 만지작 거렸다. 소년의 등과 팔에는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산소 호흡기로 보이는 플라스틱 용기가 씌여져 있었다. 호흡, 맥박.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씽의 말에 민석은 종대에게 말했다. 연결 상태는? 다른 생각을 하던 종대는 흠칫 하며 모두 정상이라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이제 네가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 민석은 차트에 이것저것 체크를 해가며 유리관을 살폈다. 차가운 용액이 바깥공기와 마주쳐 흰 벽을 만들어 냈다. 손으로 지우자 다시 푸른 제 색을 찾는다. "연결, 제거합니다." 종대의 엄지가 빨간 스위치를 눌렀다. 쿠궁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연결된 호스들이 소년의 등과 팔에서 떨어졌고, 산소 호흡기가 분리되자 자그마한 입에서 공기가 방울방울 올라왔다. 이씽은 소년의 상태를 살피며 민석에게 계속 보고했다. 10초 후, 동면 상태를 해제합니다.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서히 투명한 색으로 변해가는 유리관을 쳐다보았다. 푸른 용액이 하수관을 통해 빠져 나가고, 둥실 떠 있던 소년의 몸은 바닥에 디뎌지기 시작했다. 고대하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계를 한번 바라본 이씽은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7. "호흡과 맥박이 자동적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동면 상태 해제 5초 전." 종대의 말과 동시에 서서히 소년의 손과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트를 카트에 내려둔 민석은 유리관 가까이 다가가 소년의 상태를 살폈다. 푸른 용액이 유리관 안을 벗어나고, 남은건 나체의 소년 하나였다. 루한. 민석은 소년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루한.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소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종대는 큰 타월을 들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씽의 입이 느리게 움직였다. "5, 4, 3, 2, 1. 루한. 동면 상태 해제." 이씽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민석은 완연하게 웃었다. 이제 세상에서 널 가질 수 있게 되었어. 종대가 들고 온 타월로 루한을 감싸며 민석은 연신 이름을 중얼거렸다. 저번엔 네가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 이제는, 내가, 널 지켜줄께. 이씽이 차트에 기록을 하는 사이에, 종대는 못말린다는 눈치로 민석을 보았다. 연한 황금색의 머리가 민석의 숨에 하늘거렸다. 이거 쓴 징언데 아마 오늘 갠홈에 올라가게될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