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니까.. 너가 날 죽이면 너는 여기서 나갈 수 있잖아.."
"백현아. 나 똑바로 봐. 이거 그저 애들 장난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응?"
"그래도 너라도 살아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나 같이 살아서 나갈거야. 적어도 너만은 나갈수 있게 할거야."
대책이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백현이와 나 둘뿐이다.
-나가기 싫은가? 왜 아무것도 안해?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출구를 찾아서 나가란 말이야.
시간을 줄게. 지금부터 30분이야.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아무것도 없던 벽에 벽시계가 걸려있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간 둘다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 바닥에 손을 대고 이리저리 쓸어보았다.
하지만 집히는 것은 먼지뿐.
숨겨진 손잡이가 있긴 한걸까.
백현이는 나를 보더니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쪽 벽을 짚고 천천히 쓸어갔다.
"아무것도 없어. 혹시 출구가 없는 건 아닐까?"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지. 다시 잘 찾아보자."
"천장에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유유히 제 할일을 하고 있는 벽시계를 보았다.
벌써 20여분이 흘러있었다.
-너무 크게 보지 마. 언제나 필요한 건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법이야.
가까이..
"도대체 무슨 말이야. 더 모르겠잖아."
다친 곳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저 멍하니 시계를 쳐다보았다.
필요한 것.. 가까이..
가까이..
"백현아, 이리와봐."
다시 일어나 바지를 털고 백현이를 불렀다.
"응? 뭐 찾았어?"
"이거."
"시계?"
"시계는 우리가 항상 필요한 시간을 가지고 있잖아. 그리고 그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를 우리가 차고 다니고."
"그럼 시계가 문이라는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 한가지 확실한건 이 시계에 뭔가 있다는거야."
시곗바늘은 돌고돌아 8분이 남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시계를 벽에서 떼어 뒤집어보았다.
"이게 뭐지?"
시계의 뒤에는 빨간색 버튼이 있었다.
버튼 위에 적혀있는 PUSH 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찬열아, 이게 문을 여는 버튼 아닐까?"
"그런가?"
"무섭긴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게 없잖아. 눌러봐."
백현이 말이 맞았다.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버튼을 꾸욱 눌렀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찬열아 다시 눌.. 으아아아악!"
"백현아!"
백현이가 서있는 바닥이 꺼지면서 백현이가 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내 앞에 벽이 내려왔다.
-안타깝게 친구가 죽어버렸네.
버튼 잘 찾았어. 너희는 서로 못 죽일 거 같았거든. 그래서 버튼을 누르도록 힌트를 준거야.
아무튼 뒤에 문이 있으니까 열고 나가면 돼. 잘 가게나.
뒤를 돌아보니 정말 문이 있었다. 이곳에 들어올 때 열었던 벨벳으로 덮인 문.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연 순간 강한 빛이 나의 눈을 자극했다.
갑자기 나타난 강한 빛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만자고 일어나."
누군가가 나의 팔을 흔드는 탓에 눈을 떴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장소. 익숙한..
"깼어?"
너의 목소리.
"아무리 주말이라도 그렇지, 종강했다고 이렇게 퍼질러 자기야? 나 안 놀아줄거야?"
"백현아.."
"왜."
"변백현. 너 맞아?"
"어디 맞았어? 나지 그럼 누구겠어. 다른 남자 생겼어? 그런거야?"
분명 백현이는 나의 손가락 움직임 때문에 땅속으로 떨어졌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빛에 정신을 잃고..
"너 이렇게 오래자는거 처음봤어. 근데 꿈꿨어?"
"꿈?"
"자다가 갑자기 다리를 잡고 아파하지를 않나, 내 이름을 계속 부르질 않나."
모든 게 꿈이었나.
"아무튼 박찬열 잠꼬대 하나는 끝내주네."
날씨도 좋아 백현이와 둘이 데이트를 했다.
"찬열아, 저기 오락실 있다.저기 가자."
백현이는 내 손을 잡고 오락실로 향했다.
"여기 되게 오랜만이다. 그치?"
"응. 그러게."
"우리 2층 올라가보자.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
"2층?"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는 백현이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이렇게 생겼구나. 어? 찬열아 여기봐봐."
"뭐 있어? "
백현이가 가리킨 곳을 보니 벨벳으로 덮인 노래방 부스였다.
"아.."
갑자기 왼쪽 다리가 쿡쿡 찌르는 듯이 아파왔다.
"괜찮아?"
"응 괜찮아. 우리 그만 내려가자."
다시 1층으로 내려가려 계단을 밟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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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이다하
워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