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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 조명한 ‘조선잡사’ 발간
후기부터 온 가족이 즐기던 바둑
임금과 신하, 남녀대결도 펼쳐져
18세기엔 문학·예술 상품화 현상
시체 처리했던 극한직업 ‘매골승’
기근·전쟁, 전염병 돌때마다 모집
바둑 프로기사 … 매골승… 조선의 실핏줄이 된 그들 | 인스티즈
조선후기 바둑은 일상의 여가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유행했고, 많은 고수들이 나와 이름을 떨쳤다. 사진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바둑판. 민음사 제공

조선은 양반의 나라였다. 당신이 알고 있는 조선인을 떠올려보라. 십중팔구는 양반일 것이다.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농민이 보인다. 대부분 이름을 전하지는 못했으나 그들은 나라의 근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뼈와 살만으로 온전한 인간일 수 없듯 양반과 농민 외에 조선을 이룬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실핏줄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조선을 떠받치고, 움직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중에는 탁월한 실력과 성취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들도 있다.

‘조선잡사’(민음사)에서 양반, 농민 외에 다채로운 모습의 조선을 일구었고, 일상을 책임진 다양한 직업의 조선인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등장하게 된 사회,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바둑의 이치를 깨우친 ‘국수’

삼국시대부터 사랑받은 바둑은 조선후기에 이르면 온 가족이 즐기는 놀이로 자리매김했다. 당시의 소설에는 가족이 모여 대국하는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었을 뿐 아니라 임금과 신하, 남녀의 대결 등이 그려져 바둑 열풍을 짐작하게 한다.

바둑 프로기사 … 매골승… 조선의 실핏줄이 된 그들 | 인스티즈

최고의 기량으로 ‘국수’(國手) 혹은 ‘국기’(國棋)의 반열에 오른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부호나 세력가의 후원을 받으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정운창은 당대 문인들의 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최강의 프로기사였다. 그는 선배인 김종귀를 누르고 국수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문헌에 따르면 정운창은 수년간의 연마 끝에 “오묘한 이치를 깨우쳤다”고 하는데 그의 집념을 보여줄 뿐 아니라 바둑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책의 공동저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홍현성 학술연구교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였지만 바둑 기사는 서로을 예우했다”고 소개했다. 정승이 개최한 바둑대회에서 두 판을 내리 이겨 승부를 결정지은 정운창은 마지막 판에서 내리 실수를 하며 선배 김종귀의 체면을 세워주는 훈훈한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면모다.

바둑 프로기사 … 매골승… 조선의 실핏줄이 된 그들 | 인스티즈
전통악기의 하나인 해금.

◆대중성과 예술성의 줄타기, 예술가의 초상

‘조선의 르네상스기’로 불리는 18세기는 “문학과 예술에서 상품화 현상이 나타난” 때였다. 악기 연주가도 그중 하나였는데 기록에는 유독 해금 연구자가 많이 등장한다. 실학자 유득공이 쓴 ‘유우춘전’의 주인공 유우춘이 대표적이다.

하급무관이었던 그는 박봉으로 노모를 봉양해야 했던 처지 때문에 해금을 배운 뒤 조선 팔도에서 가장 유명한 연주자가 되었다. 그런데 명성만큼 수입이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잡스러운 소리를 흉내내거나 풍자가 섞인 해학을 연주에 접목시킨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연주를 듣는 이들은 종종 졸고 있었고, 알지도 못하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음악성을 추구하자니 수입이 줄고, 대중을 쫓으면 천박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예술성을 고민해야 하는 직업 연주자의 초상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부처의 현신이었을까, 매골승

전쟁과 기근, 전염병의 창궐은 참혹한 풍경을 낳았다. 최소 수십만에서 100만여명이 죽었다는 ‘경신대기근’(1670∼1671년) 때는 임진왜란보다 더한 참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길에 버려진 시체는 현실에 펼쳐진 지옥도의 가장 비참한 장면이었다.

바둑 프로기사 … 매골승… 조선의 실핏줄이 된 그들 | 인스티즈
늙은 승려의 모습을 담은 옛 그림이다. 의학적인 지식도 갖추었던 승려는 전쟁, 기근, 역병 등으로 길가에 버려진 시체를 매장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음사 제공

“수구문 밖에 그 시체를 쌓으니 성보다 높았다. 승려들을 모집하여 그들을 매장하니 이듬해(1595년)에 끝났다.”

이수광의 ‘지봉유설’ 중 한 대목이다. 시체 처리를 위해 모집했다는 승려를 ‘매골승’(埋骨僧)이라 불렀다. 책이 조선의 ‘극한직업’ 중 하나로 소개한 이들이다.

기원이 고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매골승은 불교식 장례인 화장을 주관하며 풍수에 맞는 묏자리까지 잡아주었다. 워낙에 험한 일인지라 조선은 관원으로 이들을 고용해 일을 맡겼고, 식량과 면포를 급료로 지급했다.

매골승의 업무는 기근, 역병, 전쟁으로 크게 늘었다. 병자호란 이후의 상황을 담은 한문소설 ‘강도몽유록’의 주인공 청허선사는 청나라 군대에 목숨을 잃은 강화도 백성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강화도에서는 참상이 더욱 심하여··· 산에 쌓인 것은 뼈였지만 시신을 쪼아 먹는 까마귀만 있었지 장사 지내 줄 사람은 없었다. 청허선사는 주인 없는 시신을 불쌍히 여겨 하나라도 더 거두어 주려고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동건 전임연구원은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부처의 마음이다. 매골승은 부처의 현신이 아니었을까”라고 그들을 기렸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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