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택시내가행복했던 곳으로가 주세요허연, 후회에 대해 적다뭔가 남겨질 일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녹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오래된 도시의 교각 밑을 걸으며버려진 채 주저앉은 폐차 옆을 지나며저것들도 누군가의 후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호기심에 제비집을 허물고 아버지에게 쫓겨나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하룻밤을 보낸적 이 있었다감당할 수 없이 두렵고 외로웠으며 바닥에 내팽개쳐진 빨간 제비새끼들의 절규가 머릿속에서떠나지 않던 그런 밤이었다그 날 나는 신부(神父)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그때 처음 뼈아픔이라는 단어를 이해했고그 날밤의 악몽은 철든 시절까지 날 괴롭혔다 절대로 묻혀지거나 잊혀지지 않는 일이존재한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하지만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는 살면서 앙금을 남겼다후회한다 모두 덮어버리고 싶다내가 짓고 내가 허물었던 것들을 무념무상으로 살지 못했던 날들에 대해 나는 후회한다고영민, 반음계새소리가 높다 당신이 그리운 오후꾸다만 꿈처럼 홀로 남겨진 오후가 아득하다잊는 것도 사랑일까 잡은 두 뼘 가물치를 돌려보낸다당신이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몇 짐이나 될까물비린내 나는 저 구름의 눈시울은 바람을 타고 오는 수동밭 끝물 참외 향기가안쓰럽다 하늘에서 우수수 새가 떨어진다 저녁이 온다울어야겠다원태연, 다 잊고 사는데도다 잊고 산다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그 무언가 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간간히 건드리면멍하니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다만 못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기형도, 빈집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은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