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녀는 겁이 많다. 무엇을 하건 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해버린 것은 차라리 익숙하다.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니. 무섭고, 누구보다도 미지에 대한 불안에 떠는 게녀를 두고 주위 사람들은 말했다. 아마 그들에게 게녀는 영 무던해 보였던 모양이다. 게녀는 겁이 많다. 어린 시절에의 애정 결핍이라든가 사회성 결여 등을 이유로 들테면 들어보라는 듯 당당히, ...속으로나마. 고갤 치켜들지만 그것은 초식동물의 연약한 몸부림에 불과하다, 그런 게녀가.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도 서툴다는 것은 비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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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인생 어딘가, 사랑이 있고 자애가 있다면 그것은 이 남자가 모조리 독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남자는 수 년 만에 처음으로 먼저 말을 붙이는 내게 놀란 모양이다. 흔치않은 무방비한 얼굴에 어쩐지 웃음이 났다.
..두렵다. 무섭지만, 그래도 탁자에 짚어 겨우 견딜만은 했다. 오랜만이잖아요. 인사나 하려고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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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남자의 나를 향한 억양은 특이하다. 무언가를 억누르듯, 잔뜩 낮아져 뚝뚝 끊기는 목소리.
한때는 이 남자가 어머니에게 푹 빠져 있어서, 그래서 나를 방해물로 여기는 건가 싶었다.
그 앙증맞은 착각을 내가 언제 깨달았더라. 소용없는 과거를 떠올리는 사이에 나를 향한 남자의 시선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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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나의 어머니를 증오한다. 둘 사이에 어떤 촌극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마 어머니는 그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 걸 보니, 그녀에겐 늘 그렇듯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겠지.
오, 내 사랑 짐작으로는 그 말을 다른 남자에게 내뱉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날, 남자는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다.
혼자만의 감동에 젖어 어머니는 거실로 나온 나를 쳐다도보지 않고 그와 키스했다.
그것이 남자와 나의 첫 만남이었고, 첫 시선의 교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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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들어온 낯선 남자의 존재를 나는 완벽히 묵살하곤 했다.
어머니의 남자는 익숙하다. 그가 우리 집의 첫 손님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익숙함과 두려움, 방향을 잃은 경멸은 서로를 인정하나 그 선을 같이 하는 관계는 아니었다.
계단에서 내가 내려오면 독사마냥 따라붙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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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눈이 마주치면 남자는 웃는다. 그리고 나보다 더 놀라 금방 얼굴을 굳힌다.
반가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듯, 저 순박한 눈빛의 남자는 어째서 어머니같은 여자와 사귀는 걸까.
...왜. 좋아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엮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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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모아 자신에 대한 찬사를 듣는 것을 즐기는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파티를 열곤 했다.
남자가 우리 집에 들어 온 이후로 그 천박한 밝힘증은 사라진 모양이지만, 허영심마저 바뀌진 않은 건가 싶은 때였다.
두 남자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중년 남자는 입을 닫았고 남자는, 그 남자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 어머니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대화를 들은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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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어머니의 성격이나 그간 행적들을 보아서 이건 별로 놀랄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아무도 없는 정원으로 반쯤 끌려간 나는 남자의 태연한 반응에 동요된 것인지, 고갤 끄덕였다.
남자의 말이 맞다. 내 어머니는 언제 누구에게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여자다. 구제불능의 여자. 쓰레기.
..정말로 죽일 건가요? 그렇다면 갑자기 고아가 될 내 신세에 대해 각오라도 해놓자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런 여자더라도 어머니여서, 믿기지 않았던 걸까. 내가 묻자 남자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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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말한다면,
당신, 울 건가? 나를 미워할테요? 자신의 살인계획을 내게 들킨 때보다도 더. 남자는 긴장해보였다.
여전히 눈빛만큼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여려보이는 남자다. 실없는 생각에 혼자 자조하며 고갤 저었다.
아니요. 그쪽 내키는대로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남자에게서 등을 돌렸다.
남자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남자는,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다.
나는 얼마 안 있어 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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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하냐는 물음에 남자는 웃었다. 마치 뭘 모르는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서 웃는 그런 웃음이었다.
왜 웃어요? 나도 모르게 따지듯 묻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니, 기뻐서. 간만에 기분이 좋아졌어
당신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내가 맞춰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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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드디어 착한 아이는 그만 두시려고? ...남자는 어머니가 이번에야말로 내게 어떤 최악을 저질렀는지 아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여전히 남자에게 빠져 원래도 못하던 앞뒤분간을 잊은 여자다. 역겨운 인간. 그러나 그런 인간도 인간이라고, 가족이라고, 직접 죽이기엔 겁이 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도망치는 심정으로, 나는 짐짓 진저리난다는 듯 허세를 부렸다.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유효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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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뜻대로,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가씨, 거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해주고 싶군요.
내가, 착한 어른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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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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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네 사랑하는 마미는 오지 않으니까 빨리 일어서. 나는 짜증스럽게 그를 재촉했다.
어린애는 질색이다. 아무 것도 내놓지 않고 무엇이든 바라는 응석은 정말이지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 상대가 나의 어머니라면 더할나위없이 한심해지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듯 지친 기색이 완연한 그를 내려다보았다. 병X.
그는 나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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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내 가족이야?
족히 다섯 발자국은 앞서 걷고 있던 나는 그 말에 돌연 뒤를 돌았다. 뭐?
젖은 두 눈이 나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알고있다, 저 어린애가 무엇을 갈구하는지는, 화가 솟구칠 정도로.
잘 들어. 너와 내가 같은 여자 몸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가족이 되는 건 아니야. 그 여자는 악마고, 네 아버지도, 내 아버지도 너와 나를 버렸어. 날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마. 다가오지도 말고 말도 걸지 마. 안그러면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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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너무 외로워요.
어머니가 무슨 생각으로 그를 들였는지는 몰라도, 그는 빠르게 나와 같은 수순을 밟았다.
기대하고, 짓밟히고, 수없이 반복되는 상처 끝에 아이는 내게 말했다. 외롭다고, 곁에 아무도 없어 내게라도 매달리는 아이와
어린 날의 내가 겹쳐보였다. 내겐 그런 사람조차 없었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결국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OOO이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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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그가 한 번은 빠르게, 두 어번 느리게 치면 그것은 신호가 된다.
누나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에 대한 그의 호칭은 매번 바뀌었다. 내 이름, 제멋대로 자르고 붙인 애칭, 그리고 누나.
어렴풋이 그가 어리광을 부릴 적엔 누나라고 부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영악함이 싫은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릴 묶는 것이 어느새 이렇게 자연스러워진걸까.
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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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는 완벽해. 다른 누구도 필요없어.
그가 내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주었다고 믿었다. 영영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얻게 되니 조바심이 일었다.
더, 더 가지고 싶다. 어머니는 이제 바라지 않아. 아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이와 가족을 꾸린다면?
상상만으로도 벅차 그에게 말하자 한 번도 내게 하지 않았던 눈빛으로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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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줘.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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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런 끔찍한 소린 하지 마. 날 더 사랑해, 다른 누굴 더 바라 볼 시간에 나를 봐.
이젠 내 키를 훌쩍 넘어선 그는 여전히 아이처럼 내 애정을 갈구했다.
문득, 언젠가부터 그에게서 누나라고 불린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 수 없는 위화감에도 나는 홀린 듯이 그를 어루만져주었다. ...길들여진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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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오늘도 같이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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