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상황극을 좋아했다.
![[고르기] 마음 속에 꽁기한 단짝친구 하나쯤은 있잖아요!!! (동성)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f/8/c/f8c0f6fc839418086243d30b82dc6ba3.jpg)
"거기 아리따운 아가씨? 나랑 커피한잔 할래요?"
"싫은데요."
시간 장소 딱히 안 가리고 비슷한 소품과 분위기만 있다면 느낌 오는데로 상황극을 했다. 나도 그걸 좋아했고, 배주현도 그걸 재밌어했다.
"대낮의 연애 입니다! 이번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라고 폭탄선언을 한 배주현양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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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배주현입니다."
"네, 배주현씨 혹시 상대방이 누군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살짝은 싫고요, 크게 말할래요. 제 앞에 있는 김게녀입니다. 예뻐요."
이렇게 장난 아닌 장난에 나는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배주현이 좋아하는 사람 상황극을 할 때마다 나를 언급하면 몇번 놀리기도 했지만 익숙해져있었다. 익숙함은 무서운 것이다. 배주현은 나에게 스며들어 있었다. 주변 애들은 모두 우리를 놀렸었다.
너희는 상황극이 아니라 정극 같아.
상황극을 좋아하던 배주현은 스무살이 되면서 배우가 됐고, 나는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 갔다. 배주현은 첫 드라마부터 연기력과 외모로 주목을 받았고, 열심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당연히 연락을 주고 받고, 얼굴을 최대한 자주 보려고 하기는 했지만 배주현은 정말 바빴고, 1년에 두번이면 많이 본 해였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고 배주현은 A급 배우가 되었다. 나는 겨우 졸업반이 되었고.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도 하지 못했을 때 배주현은 사회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었다.
느껴지는 거리감.
그리고 내가 극본을 쓸 때 배주현의 열애설이 터졌다. 배주현과 어떤 남자가 꽃을 내미는 모습이. 그리고 차에 타는 배주현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여러컷 찍혔고, 사람들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배주현네 소속사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무응답이었다.
나는 왜 그 기사를 보고 마음이 가라앉았을까?
한참이 지나고서야 배주현에게 카톡이 왔다.
게녀야
아니야
믿어줘
나는 카톡을 모두 씹었다. 전화도 울렸다. 모두 부재중이 되었다.
배주현은 우리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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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녀야 나 걔랑 안 사귀어."
확실한 상황에 반박도 못하고 있는 배주현네 소속사에게 나는 조금 짜증이 났다. 그런데 멍청하게도 그 짜증을 배주현에게 전가했다. 괜히 배주현이 원망스러워서.
"나한테까지 거짓말이니?"
"정말이야. 너한테까지 오해받기는 싫었어."
"그런데 왜 반박을 못해! 왜 아니라고 부정하질 못하냐고!"
"걔가 예전부터 나 일방적으로 졸졸 따라다닌녔어…. 같은 소속사 신인 배우라서 지금 어쩔 수 없이 무응답인거야."
배주현은 정말 배우답게 침착했고 나는 그런 모습이 연기 같아서 너무 싫었다.
"난 너 못 믿겠어."
"…"
"너 배우잖아. 이 정도 연기는 껌일 거 같아서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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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진심이야.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진심이었어."
"…"
"조금 더 근사할 때 말하고 싶었는데. 나 너 좋아해."
2.
오연서는 세간의 사랑꾼이다.
말 그대로 격정멜로를 찍는다. 페이스북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SNS에 지 애인 자랑을 항상 하는 것 같다. 그것뿐만 아니라 주변 애들한테 우리 누구누구는 하면서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오연서가 연애를 하면 인간관계가 끊겼다.
그리곤 항상 깨졌다. 연애와 함께 항상 인간관계도 같이 파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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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꾼이라는 칭호에 어긋나지않게 열심히 돈 벌어서 맨날 애인 선물해준다. 이러니 애들이 호구취급하고 좀 금방 헤어지는 것 같다.
"이번엔 또 얼마냐?"
"몰라.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애가 이렇게 사랑꾼이 된 이유에는 내 탓이 있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다.
서늘했던 여름이 있었다. 정말 그 전날까지 일주일 내내 미친듯이 비가 왔고, 해도 안 진 여름이었지만 서늘했다. 말도 안되는 기상현상이다. 이런 날 내 뱃속친구 오연서가 고백을 했다.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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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사랑해.
타이밍도 뜬금없었다. 공부만하면서 납짝 지내야한다는 고3 때. 6월 모의고사 끝나고 둘이 같이 와 자살하자! 하면서 마포대교 가서 캔맥주 두 캔 먹고 꼻아서 한 고백이었다.
"야 니가 사랑을 아냐?"
"어."
"사랑이 뭔데?"
"널 보면 알 수 있어."
"너가 사람을 안 만나봐서 그래. 야 다섯명만 사귀어봐라 나 같은 거 눈에 차지도 않을걸?"
"…다섯명 사귀어보면고도 눈에 차면?"
"그 땐 내가 감사합니다아 하면서 넙죽하고 사귀마."
"진짜?"
"대신!"
"대신?"
"대충 사귀기 없기. 진심으로 사귀기."
나도 술먹고 한 였고 오연서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우리는 수능 때까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친구가 되어서 열심히 공부했으니깐. 그리고 수능 끝난 다음날부터 오연서는 사랑꾼의 첫단추를 꿰맸다.
평소에 좀 잘생겼다고 한 학원 남자애였다. 난 좋아서 사귀는 줄 알았다.
두번째는 어플에서 만났다고 하는 여자애였다. 난 좋아서 사귀는 줄 알았다.
세번째는 대학 가서 눈맞은 여자애였다. 난 좋아서 사귀는 줄 알았다.
네번째는 알바하는 카페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라는 남자였다. 난 좋아서 사귀는 줄 알았다.
다섯번째는 귀엽다고 했던 후배였다. 난 좋아서 사귀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사랑꾼이었다. 다섯번째 그 애랑 깨지던 날 오연서는 펑펑 울었다. 난 전설의 사랑꾼이 그렇게 우는 건 또 처음봤다.
"야 많이 슬퍼? 힘내 쨔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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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좋아서 우는거야. 나 아직도 너 사랑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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