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유에게 꽃이란 [ ] 다.
A. 망각인거 같아요. 왜나면 꽃은 볼 때마다 처음 본 것처럼 예쁘잖아요. 분명 작년 봄에도 봤던 꽃인데 올해 본 그 꽃이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세상이 감탄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 꽃이 지게 되면 지저분하게 땅에 떨어지고 사람들에게 밟힐 걸 알면서도 그걸 모른채 하고 그 순간 만큼은 '와 예쁘다'하고 꽃에 반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망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사람이 지나간 다음에 그때를 추억하면 '아 그때가 내가 진짜 좋았을 때네. 그때가 내가 전성기였네' 이렇게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 당시엔 잘 모르고 그때 참 행복했었다, 좋았다... 그러는데
신기하게 요즘 공연을 하는 내내 그런 생각이 확신이 드는 거예요. 내가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이 순간은 내가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시절이야'라는 게, 그 날을 살면서 느껴지는 거예요.
공연을 하면서 무조건 응원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여러분은 그냥 여러분이 좋아하는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면 돼요.
올 겨울로 인해 내년 봄은 내가 겪은 어떤 봄보다도 반짝이고 향긋할 거 같아.
행복이라는 단어를 자음 하나하나, 모음 하나하나 꼼꼼하게 마음 구석구석 다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어요.
제 20대를, 날 사랑해주는 분들을 위해 그분들에게 보답하며 살기로했어요. 꼭 좋은음악으로, 눈으로 직접 보이게 보답할거에요. 내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면서 더 좋은걸 만들어 여러분께 들려드릴게요.
앞으로도 음악을 좋아할게요. 여러분은 오늘 저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함성소리 하나로 바꿔주셨어요. 진짜로.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을 되새김질하며 살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어떤 거 하나를 포기하고 털어낼 때 세상에서는 다른 한 손에 무언가를 쥐여줘요. 지금까지는 늘 예외 없이 그래왔고, 앞으로도 적당히 포기해 가며 가치 있는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여러분, 언젠간 아이유보다 당장 해야 할 업무나 출퇴근이, 시험이, 눈앞에 애인이 훨씬 더 중요해지는 때가 오잖아요. 그럼 그때 가서 이제 팬질 손 털자 할 때 하더라도 '내가 내 존재를 모르는 사람한테 혼자만 일방적으로 시간 낭비를 했구나', '쓸 데 없는 짓 했구나'하면서 후회하지는 않게 해주고 싶어요.
'적어도 완전히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내 덕분에 아이유가 더 반짝반짝 할 수 있었고 행복해 했다'는 정도의 확신은 가질 수 있도록 저도 저 나름의 방식으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줄게요.
그러니까 그냥 여러분이 짐작하는 거보다도 아주 약간 더 제가 여러분을 생각 하면서 산다는 거 정도는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지만 오늘도 가만히 입가에 묻은 말들만 털어내요. 마음을 전하는 일이 여전히 서툴지만, 수천 번 말해도 다 전해지지 않는 그 말. 고마워요.
늘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