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게 2016년의 남은 6개월은 무척 중요해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YG를 이끌었던 빅뱅은 멤버 탑을 시작으로 군입대를 해야 할 상황이고, 2NE1에 이어 7년 만에 제작하는 걸 그룹 블랙핑크의 데뷔가 예정돼 있다. 위너의 송민호와 아이콘의 바비는 유닛으로 함께 활동할 예정이다. 어느 것이든 YG로서는 일정 부분 모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그러나, YG에게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다. YG는 아직 빅뱅, 위너, 아이콘의 다음 앨범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YG는 지난해 빅뱅을 시작으로 세 팀에 대해 한 번에 두 곡씩, 몇 달에 걸쳐 활동하는 프로모션을 시도했다. 빅뱅은 한 달에 ‘Loser’, ‘뱅뱅뱅’ 같은 곡들을 두 곡씩 발표하며 네 달에 걸쳐 활동하고, 그에 이어 정규 앨범을 낼 예정이었다. 아이콘은 데뷔곡 ‘취향 저격’을 시작으로 ‘리듬타’, ‘지못미’, ‘이리오너라’, ‘덤앤더머’ 등으로 연이어 활동했다. 위너의 [EXIT: E]는 [EXIT] 시리즈의 시작이었고, 역시 ‘BABY BABY’와 ‘센치해’로 동시에 활동했다. 빅뱅은 3년 만의 컴백이었고, 위너와 아이콘은 빅뱅의 뒤를 이어야 할 팀으로서 역량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세 팀은 멤버들의 자작곡과 프로듀싱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무대에서 활동하는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의 작업을 동시에 하는 그들이 더블 타이틀 수준의 곡들을 여럿 준비해놓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게다가 위너와 아이콘은 데뷔와 함께 해외 활동을 병행했고, 멤버들 외에 세 팀의 앨범에 참여하는 뮤지션들 역시 팀이 늘어날수록 작업량도 많아진다. 작년 9월 발표 예정이었던 빅뱅의 정규 앨범은 공식적으로 멤버들의 휴식을 이유로 연기됐고,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위너의 [EXIT: X]도, 지난해 데뷔한 아이콘의 후속 앨범 계획도 미정이다.
YG의 시가 총액은 6,000억대(2016년 7월 1일 종가 기준)다. 인기 팀이 몇 달씩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할 만한 규모고, 그것을 지원할 자본도 있다. 그러나 회사가 아무리 커져도 뮤지션이 곡을 쓰고 앨범의 방향을 프로듀싱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위너나 아이콘이 다른 뮤지션의 곡과 프로듀싱을 받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작곡과 자체 프로듀싱은 두 팀이 데뷔 전 출연한 리얼리티 쇼부터 강조한 정체성이다. 빅뱅은 말할 것도 없다. 남은 것은 이 뮤지션들이 YG의 계획에 따라 결과물을 꾸준히 내거나, YG의 프로모션이 바뀌는 것이다. YG의 최근 계획들은 마치 이 결정을 유예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빅뱅은 정규 앨범을 내는 대신 활동 1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콘서트를 연다. 위너와 아이콘은 두 팀 전부가 움직이는 대신 유닛 활동을 선택했다. 아이콘의 ‘오늘 모해’는 티저 이미지까지 내는 등 사전 프로모션을 했지만 앨범을 내거나 무대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앨범 활동만큼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다. 소속 보이 그룹의 앨범이 공표한 계획대로 나오지 않거나 아예 계획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YG는 그것들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블랙핑크는 그중 가장 중요한 대안일 것이다. 이들은 YG가 오랜만에 발표하는 걸 그룹이기도 하지만, YG는 이 팀이 성공해야 보이 그룹들의 다음 앨범이 나올 때까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YG가 성장하는 데에는 계산 이상의 결과물을 내는 뮤지션이자 스타의 역량이 절대적이었다. 원타임으로 데뷔한 테디가, 빅뱅에 지드래곤이 없었다면 YG의 현재는 지금과 또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커질 만큼 커진 지금, YG는 그 규모에 어울릴 것 같은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빅뱅, 위너, 아이콘에게 그것을 관철시켰다. 결과적으로 빅뱅은 지난해 음악 산업의 이슈가 됐고, 아이콘도 데뷔하는 그룹으로서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 계획들은 미완으로 끝난 상태다. 다른 그룹들에 비해 앨범과 앨범 사이의 공백기는 길어졌고, 이것은 위너와 아이콘 같은 신인 팀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YG의 보이 그룹들이 다시 앨범을 낼 때, YG의 선택은 빅뱅의 데뷔 이후 다시 10년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업계의 강자는 뮤지션들에게 더블 타이틀을 연이어 내는 계획을 설득하고 관철시킬까, 아니면 뮤지션이 단 한 곡이라도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도록 할까. 불과 한 곡, 또는 한 달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선택의 결과는 이 큰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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