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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란 소설을 쓰고 있다.
언젠간 수필이 되길 바라면서.
흔글 / 무너지지만 말아

사람의 마음은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관계 안에서의 감정은 늘 불공평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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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걸고 참 많은 것을 맹세했던 그 시절,
우리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고 우정은 언제나 빛날 줄 알았다.
우주전쟁도 조직원의 배신도 천재지변도 없었는데
우리는 왜 헤어진걸까?
고정순 / 안녕하다

그대여, 무덤덤하게 그대 이름을 불러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지,
그런 날이 과연 오긴 올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대 이름 두글자만 떠올려도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오는 건 아마도
우리 사랑엔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탓이겠지요.
세상엔 기쁘고 환한 사랑도 많더라마는
왜 이리 우리 사랑은 눈물만 앞서는 것인지.
언제쯤이면 그대 이름을 눈물 없는 환한 얼굴로 불러볼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아마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엔 오지 않을것 같아
우리 사랑은 슬픔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대여, 나는 소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있기를.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소중했던 추억만은 잊혀지지 않기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외려 그대에게 힘겨운 짐이 되지 않기를.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토요일 오후에.
이정하 /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2

헛된 기대는 또 다시 너여서
쨍한 날에도 너 닿은 한쪽은 금세 울고 만다
이규리 /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그대는 먼곳에 혼자 있는게 아닙니다.
비록 잠들어 있으나 바로 여기, 지금, 나와 함께 숨쉬고 있습니다.
내 손길이 느껴지지요?
그대는 잠결에 내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꿈에서 나를 보고 있지요?
밖에는 지금 먼데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를 모로 지나쳐
또한 먼곳으로 불어가고 있습니다.
바람의 소리가 귓전에 들리지요?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윤대녕 / 도자기 박물관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앉아 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학교의 난방시설이 온통 고장나는 바람에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뭘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황인찬 / 시인의 책상

겨울학기가 끝나고 더 이상 쓰지 않게된 책걸상을 치우기 위해
학교 뒤편의 창고로 갔을 때, 위태롭게 쌓여있는 책걸상들의 무덤을 보며
저것들이 무너져 내리면 어떻게 하지? 내가 괜한 걱정을 할 때,
그럼 같이 죽는 거지 뭐, 네가 말할 때,
갑자기 내 가슴이 뛰었던 때.
황인찬 / 시인의 책상

내 수많은 이름 중
가장 슬픈 이름은 당신이 불러준 이름
이런 내 모습이 싫어
당신을 안아줄 수도 없는걸
내 몸은 너무 차가워
나는 영원히 잠들지 못해
내 곁에 슬퍼서 모두 떠나간대도
이런 내 눈이
사랑을 피해서 숨을 수 있을까
네가 아무리 차가워도
널 이대로 안고 숨을 거야
널 이대로 안고 잠들 거야
내가 사랑한 어둠 속에서
김경주 / let me in
황인찬이 쓴 글은 시인 여러명이서 쓴 시인의 책상에서 나오는 글인데
읽자마자 쿵! 그냥 별거 아닌것 같으면서도
나도 같이 심장이 떨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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