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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7년 전 (2016/8/28) 게시물이에요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황옥 경부 사건 | 인스티즈

9월에 개봉 예정이라는 영화 밀정입니다. 영화 홍보는 아니고, 이 영화 줄거리의 모티브가 됐다는 황옥 경부 사건과 주요 인물들에 대해 좀 써보려 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났던 1923년은 중요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해인데, 의열단이 주축이었던 관계로 교과서에서도 잘 다루지 않습니다. (아래에서 독립운동가, 의열사 분들에게는 따로 존칭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1922년 가을에 의열단은 대규모 암살 폭파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은 별도의 두 가지 루트를 갖게 됩니다. 한쪽은 임정 재무총장 이시영과 김한이 책임을 지고, 다른 하나는 고려공산당 장건상과 김시현이 주도하는 것이었죠. 두 계획 중 김한이 주도한 계획이 먼저 실행됩니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실행단원인 김상옥과 안홍한이 안전하게 국내로 잠입하고 폭탄도 무사히 국경 인근으로 도착합니다. 그런데 폭탄의 국내 반입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작전이 중지됩니다. 김한이 일제의 밀정 노릇을 한다는 정보가 의열단 본부에 전달된 겁니다. 이 정보는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지만 그렇게 작전이 미뤄지면서 일이 꼬입니다. 바로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이 벌어진 거죠.

사건 5일 만에 공안 당국은 김상옥의 은신처를 찾아내지만, 김상옥은 경찰의 추격을 뿌리치고 탈주합니다. 그러나 1월 22일 아침에 다시 새 은신처에서 포위를 당하죠. 김상옥은 경찰대와 세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결국 사살됩니다. 그는 탈주 과정에서 경찰 십여 명을 사살했고, 총탄 십 여 발을 맞고도 최후까지 권총을 놓지 않는 투혼을 발휘합니다. 당시 동아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립니다.

'동대문경찰서 율전 경부보가 육혈포를 쏘며 선두로 들어가다가 김상옥의 육혈포에 맞어 넘어지매, 김상옥은 여러 형사가 주저하는 틈에 다락 속에 있는 널빤지를 뚫고 나가서 세 집으로 쫓겨 다니며 세 시간 이상을 격렬히 싸웠으나 필경 수십 명 경관의 일제 사격으로 빗발 같은 탄환 속에 맞아 죽게 되니, 김상옥은 이 중에 총을 쏘다가 옆집에 들어가 "나에게 이불을 좀 주시오, 이불을 주시면 그것을 쓰고 탄환을 좀 피하여 몇 명 더 쏘아 죽이고 죽을 터이니" 했으나, 주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대로 싸우다 죽는데, 총을 맞아 숨진 후에도 육혈포에 건 손가락을 쥐고 펴지 아니하고 숨이 넘어가면서도 손가락으로는 쏘는 시늉을 했다더라.'

- 동아일보 1923년 3월 15일 호외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황옥 경부 사건 | 인스티즈

의열단원 김상옥 의사

일제는 사건 후 두 달여 동안 모든 언론을 통제하면서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느라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컸고 의열단의 의기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된 사건이었죠. 김상옥의 죽음과 함께 김한과 안홍한 등 관련자 대부분이 검거됩니다. 이렇게 해서 의열단의 첫 번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죠. 

한편 종로경찰서 폭탄투척사건이 정말 김상옥의 의거인가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습니다. 김상옥은 당시 중요한 거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위험한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지요. 결국 김상옥의 죽음과 함께 진실은 묻혔고, 이 사건을 다른 독립운동가의 의거로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의열단은 곧바로 두 번째 계획의 실행에 돌입합니다. 계획의 국내 책임자는 김시현이었습니다. 김시현은 밀양경찰서 폭탄투척 의거를 계기로 친해진 황옥을 계획에 끌어들입니다. 황옥은 경기도경찰부 고등경찰과 소속 경부였죠. 김시현은 그가 일제 경찰에 적을 두고 있지만 충분히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 1922년에 김시현이 고려공산당에 입당하도록 도와주고 극동인민대표자대회에 참석하게 알선까지 해주었거든요. 

김시현은 김원봉과 장건상에게 황옥의 합류를 건의합니다. 김원봉은 직접 황옥을 만나고, 그가 경찰이기 때문에 계획에 도움을 될 것이라 판단해 그를 계획에 참여시킵니다. 23년 3월에 김시현과 황옥은 무사히 경성으로 잠입하고 폭탄도 일부만 신의주에 남긴 채 무사히 반입합니다. 여기에는 김원봉의 생각대로 황옥이 경찰이라는 점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파견될 실행 단원을 기다리고 있던 3월 15일에, 황옥을 비롯한 관련자 18인이 일제 공안 당국에 모두 체포되고 3월 말에는 도주했던 김시현도 대구에서 붙잡히고 맙니다. 의열단 내부에 있던 밀정 때문이었죠.

그런데 8월 7일, 이 사건을 심리하는 법정에서 황옥이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 놓습니다. 자신이 의열단의 폭탄 반입을 도운 것은 의열단원들을 검거하기 위한 비밀 작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으로 법정은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듭니다.

당시 황옥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고려공산당을 수사하기 위해 당에 가입하고, 그 신분을 이용해 김시현의 공산당 가입과 대회 참가를 알선합니다. 당시 황옥이 김시현에게 내준 여비도 경찰부의 기밀비였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김시현의 신임을 얻은 황옥은 그가 의열단원임을 알게 되고, 그를 이용해 의열단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웁니다. 폭탄을 국내로 반입하고, 의열단원들이 모두 국내에 잠입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부 잡아들이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야만 경시로 승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일은 황옥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3월 14일에 신의주에 남겨두었던 폭탄 일부가 평안북도 경찰부에 발각되면서 계획이 틀어져버린 겁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평안북도와 경기도 경찰부 사이의 알력이 있었습니다. 평북 경찰부는 경기도 경찰부가 작전 중임을 알면서도 공적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폭탄을 발견하자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버린 것이죠. 황옥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 당국에 분노하면서 결국 법정에서 자신의 행적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이 일로 황옥을 지원하던 경기도 경찰부의 중간 간부들이 곤란해졌고, 사건의 공론화로 공적은 고사하고 책임론이 대두됩니다. 그들은 황옥을 다그쳐 사건을 수습하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황옥을 내팽개치고 말죠. 황옥은 법정에서 이런 최후진술을 남깁니다.


'천진에 출장했다가 경찰부에 돌아와 과장들에게 책망을 당하고, 아무도 나의 심사를 알아주지 못함에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까지 하려고 했소. 그러나 이번 사건을 교묘히 운용하여 대대적으로 검거를 행하는 동시에 나의 수완을 보이면, 책망하는 부장이나 과장이나 또는 경무국장까지도 나를 칭찬하고 경시까지 승급도 시켜주리라 믿었소. 나는 굳은 결심으로 사실을 말하지 않고 안동현에 있는 폭탄이 경성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소. 그런데 결국은 경찰부에서 모든 사실을 탐지하고 안동현에 있는 폭탄까지 압수하여, 오늘과 같이 의열단을 이용하려던 내가 공범자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오.'

- 동아일보 1923년 8월 13일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황옥 경부 사건 | 인스티즈

1923년 8월 경성지방법원 재판에서의 황옥(왼쪽)과 김시현 의사(오른쪽)



이 발언에 방청석의 비웃음이 쏟아지고, 의열단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의열단원 이현준은 악마의 행동을 이제야 알게 되어 분하기 그지 없다는 최후 진술을 남겼고, 단원 류시태(이 분은 뒷이야기에 다시 등장합니다)는 수없이 고초를 당하면서도 황옥을 보호하고 두둔했으나 사실을 알고 보니 분하기 짝이 없다는 말을 남깁니다. 

황옥의 발언으로 일제 공안 당국도 곤욕스러운 처지에 놓입니다. 수사 행태가 공개되면서 내외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거죠. 결국 그들은 황옥의 진술을 전부 부정했고, 그는 김시현과 함께 징역 10년 형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 세간의 이목이 잦아들무렵 황옥은 지병을 이유로 가출옥이 됩니다.

현재 황옥에 대한 평가는 심하게 엇갈립니다. 그가 자신의 주장대로 밀정이었으며 법정에서의 진술도 전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황옥이 의열단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 증언을 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원봉은 조선혁명간부학교 교육과정 중 생도들에게 '황옥은 경기도 고등과 경부이나 과거 의열단원으로 활동했고, 불행히 관헌에 체포된 애련한 자'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황옥은 실제로 1920년 김상옥을 피신시키고, 22년 김지섭이 국외로 탈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김지섭은 나중에 덴노의 궁성에 폭탄을 던지려다 실패한 후 검거된 다음,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황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그는 단지 일제의 끄나풀일 뿐이었을까요, 아니면 신분을 위장한 독립운동가였을까요? 학계는 황옥을 비롯해 수많은 위장 친일파들이 독립군으로 활동했으리라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료가 없어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에 자료가 상당수 남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역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습니다. 해방 후, 황옥은 반민특위에서 자신의 상관이었던 친일파의 죄상을 증언하고, 그 뒤 50년 한국전쟁 때 북으로 납북되면서 역사에서 그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한편 김시현은 이후 베이징에서 투옥 중이던 1945년에 광복을 맞습니다. 이후 귀국하여 1950년 민주국민당 후보로 경북 안동에서 당선됩니다. 그리고 52년에 한국사를 바꿀 수도 있었던 사건에 연루됩니다. 이 사건으로 견결한 독립운동가였던 김시현은 (경찰에 체포된 후 정보를 발설하지 않으려고 혀끝을 깨물어 잘라버릴 정도로 의기가 굳은 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독립운동가 서훈조차 받지 못하고 있죠. 바로 이승만 암살 기도 사건입니다.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황옥 경부 사건 | 인스티즈

미국에서 공개된 이승만 암살 시도 장면 포착 사진. 붉은 원 안쪽이 의열단원이었던 류시태 의사

김시현은 백범 암살 당시 배후로 이승만을 지목했습니다. "이것은 분명 이승만의 짓이다. 함께 고생하며 독립운동을 한 처지에 정적이라고 죽이다니 그냥 놔두지 않겠다....민족을 버리고 간 놈이 무슨 대통령이냐, 역적이지. 죽여 버리겠다...한번도 진실로 애국자가 되어 본 일이 없는 그이니 이번에 자기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비로소 한번 애국자 노릇 하라고 하지." 이런 말을 남긴 김시현은 1952년 6월 25일, 앞서 언급했던 의열단원 류시태와 함께 부산에서 이승만을 저격할 계획을 세웁니다. 6. 25 2주기 행사 도중 김시현은 모자 속에 숨긴 권총을 류시태에게 건네고, 류시태는 두 차례나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로 인해 계획에 실패하고 말죠.

이 사건으로 김시현은 사형을 언도받지만 나중에 무기로 감형되어 수감되어 있다가 60년 4. 19와 함께 출소합니다. 그리고 6년 뒤에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합니다.


.........

영화 밀정에서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어떻게 드러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각색이 꽤 됐을 것 같지만, 어찌됐든 영화 암살부터해서 의열단원들의 이야기가 단골 소재가 되면서 잊혀졌던 독립운동가들이 재조명 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교육이 해야할 일을 영화가 떠맡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이 불편하기도 하지만요. 이번에 공유가 맡은 역할이 실존인물 김시현에서 따온 캐릭터라던데, 모쪼록 이승만 암살 사건으로 인해 묻혀버린 그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의 내용은 도서 '1923년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정의와 폭력의 시대를 열다 - 김원봉과 의열단'을 참조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막짤은 최태성 강사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황옥 경부 사건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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