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당신
스쳐간 인연들 속에
내 영혼 속에 머물고 있는 그대
소중한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침 햇살속에 창문 너머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는
숨가쁜 세월에 그리움의 음율로
서산마루 노을 속에 지는 해
속절없이 넘어 가지만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리운 마음 흐르는 강물에 꽃편지 띄우고
보이지 않는 가슴 속에
내 그리운 사람이 있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맑은 이슬처럼 화사한 그대 고운 손 잡고
강미정, 너에게만 몰두한다
몰두한다
나는 너에게만 잊어달라 잊어라
기꺼이 잊으마
그리고 몰두한다
몰두 속에서 나는 한없이 길들여지고
한없이 난폭해지고
한없이 생략되고
한없이 촘촘해져
화분 속에 사로잡혀 꼼짝 못하는 뿌리처럼
촘촘해져 화를 내고
어리석어진다
그리고 몰두한다
몰두 속에서 너는 미소 띤 장미꽃다발을 들고
내 가슴 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한없이 느긋하게
한없이 따뜻하게
한없이 아프게 찔러대며
나를 덮는 너의 사랑이여
벗어나고 싶어 어디로든 가겠다고
몸을 몰고 가면 몰고 가버린 내 마음의 시간은
그 어디든 어느 곳이든 너에게로만 닿는 저녁
언제나 너에게로 돌아온다
갈 곳이 너 밖에 없어
다시 너에게로 와서
물을 끓이면서도 몰두
국수를 삶아내면서도 몰두
고명을 얹으면서도 몰두, 몰두한다
모든 방향을 지우고 붉게 들여다보는 몰두여
맹목은 빠져나올 생각을 않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게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 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꺼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문정희, 물개의 집에서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깊이 생각해 버린 것 같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 못 만난다면
돌아오는 가을쯤 만나고
그때도 못 만나면 3년 후
그것도 안 되면 죽은 후 어디
강어귀 물개의 집에서라도 만나고
사랑에 대해서라면
너무 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언제나 더 부끄러워
결국 혼자 타오르다 혼자 스러졌었다
사랑은 그저 만나는 것이었다
만나서 뜨겁게 깊어지고 환하게 넓어져서
그 깊이와 그 넓이로
세상도 크게 한번 껴안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럴까 정말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가 없네요
잡을 수가 없네요
둘이서 걸어온 지난날에 발자취
별도 없는 밤하늘에 어둠처럼 깊은데
솟구치는 눈물에 봄꿈처럼 스치고
좋은 인연 모질어
하룻밤 칼바람에 꿈나라로 들었으니
그곳은 예서 얼마나 되나
당신이 떠나간 뒤 홀로 남은 나에게
깨어진 언약을 어찌해야 하나요
날 두고 떠났어도 내 주위를 맴돌고
소리쳐 불러 봐도 메아리만 우는데
내가 왜 이럴까 정말
떠나간 사람을 잊을 수가 없네요
잊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