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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7년 전 (2016/10/07) 게시물이에요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우리 고등학교 때 학교 가는 길목에 성당이 있었잖아.

왜, 너희 집 다음 골목의 오래돼서 회색인지 흰색인지 모를 그 건물.

가을이면 새끼손톱만 한 노란 꽃이 무더기로 피던 꽃나무가

벽담을 따라 심겨있던 곳 말야.

네가 무서운 너희 아버질 피해 맨발로 뛰쳐나오던 그날,

진동하는 꽃내음에 뒤섞여 내 손을 잡고 뛰었던 그날.

나는 내 품에 꽃더미가 뛰어든 줄만 알았어.

함부로 짓밟힌 꽃잎들이 신발 밑창에 들러붙어

가는 길 내내 꽃내음이 따라붙던 그 꽃 이름이 금목서래.

​맡기만 해도 속이 뒤집힌다고 네가 싫어하는 그 꽃.

내가 남몰래 널 닮았다 생각한 그 꽃이름이 금목서래, 연아. 금목서.

​아찔한 향의 그 꽃 이름이.

금목서  /  연홍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오후녘의 주택가는 고요에 빠진다.

채로 거른 듯한 햇살이 가만히 거리를 채우면
바람도 걸음을 늦추는, 애매한 때의 오후.

가물한 시야와 흐린 소리는 생각보다 자주
묻어 놓았던 기억의 어느 곳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악착같이 끝에 닿고자 하던 우리가 있었지.
버티고 버텨 끝에 다다르기만 하면
다 괜찮은거라 믿었었지만
정말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던 걸까.

낯 뜨거운 애정행각에
요즘 젊은이들은, 쯧 혀를 차다가도
그 당참과 싱그러움에 너를 떠올린다.

꼭 행복하자. 그리 다짐하던 너와
버티기 위해 네 손을 놓은 나.

나는 아직 끝에 닿지 못해 행복을 찾는 걸까.

노인의 시선 /  연홍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듬성듬성 별이 뜨는 도시의 하늘을

​별이 쏟아질 듯한

​그곳의 하늘과 비교할 순 없을 테지만


띄엄띄엄 떨어져 외로워만 보이는

이 곳의 별들도 아스라한 낭만으로 빛나.

창백한 새벽 공기에 시린 몸을 떨어도

 시럽마냥 달콤한 달빛이 흘러

연인들은 오늘도 다정한 말들을 속삭여.


이런 밤이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해.

홍, 생 레미에도 벚꽃이 피어.

​알고 있어?

​다정한 밤이면

더욱 외롭다던 네가

​누군가와 벅찬

​사랑을 하고 있다면 좋겠다.


달빛에 절인 세상도 오늘만큼은

분명 달콤할거야.


홍. 사랑하고 있어?

생 레미의 밤  /  연홍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바쁘게 돌아가던 시간이 거짓말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렀고,


자신을 놓아버리 듯

내버려둔 일상에

염려하던 어떤 걱정들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친 마음은 자꾸만 잠을 청하고
무언가 해야만 한다며 목을 옥죄던 강박관념도

어딘지 모를 어디를 표류하는 듯하던 불안감도

이젠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


삶은 언제나 소리없이 무너진다. 

상실의 끝  /  연홍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휩쓸리듯 인파 속을 헤매다 겨우 찾은

빼꼼한 자리 하나에 우리 ,

구겨지듯 주저앉아

흘러내리는 불빛을 보고 있었지.

세상을 뒤흔들던 굉음과

그 굉음만큼이나 크게 터지던 불빛들이

흘러내릴 때마다

소란함에 놀란 별들이 모습을 숨기던 

그 여름. 


웅장한 등장이 무색하게

스러지듯 퍼진 반짝임이

고요히 점멸해가.    

그 해 여름을 알리던 그 밤은

발 끝에 사람이 채일 만큼 북적였어. 찝찝할 만큼

밤공기가 끈적였고 그러함에도 꾹 쥔

네 손과 나풀거리던 네 머리칼에

온통 뒤범벅된 화약냄새가 엉켜서

난 아직도 여름을 떠올리면 그 밤이 생각나.

홍,  여름은 울컥 쏟아져 내릴 거야.

여름의 시작 /  연홍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언젠가 네가

얄궂은 내 남자취향을 걱정 했었지.

​내 옛 남자들을 들먹이며

그딴 연애 아닌 연애에 아파할 바에야

혼자 떵떵거리며 살라고.


그도 아님 정말 건실한,

온통 세상이 너 하나인

그런 사람을 만나

누구보다 사랑받아야 한다고.


그러니, 너도. 내겐 아니라고.

​정말 취향이 나쁘다고 설풋 웃은 네가.

개인의 취향  /  연홍

홍, 사랑하고 있어? | 인스티즈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야 사랑할 수 있냐는 물음에,

자신만만하던 은사(恩師)들은 고장난 라디오처럼

해야만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랑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

아끼고 싶지 않아 아끼지 못한 게 아니었다.


세상의 진리라는 그 말을 부정하진 않았으나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 지 몰랐다.


깨진 거울 속 금 간 그림자가 날 따라 웃는다.

누구보다 다정히 안고 보듬어 주고 싶었던

​너는

​왜 그리도 흉물스러운가.


깨진 거울을 들여다 보며

분으로 금을 토닥인다.


화사하게 웃는 얼굴 아래 가려진 금이

처연했으나 사람들은

쉽게 다가와 사랑을 말하고

그보다도 쉽게, 떠나갔다.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았다.


금이 깊어진다.


자기혐오  /  연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곳에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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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본인이 쓰신건가요? 너무 맘에드네요..혹시 여기에만 올리시는지요? 따로 관리하시는 페이지는 없으세요?? 그냥...쭉 읽고싶어서요
7년 전
222 ..가슴에 쿵 울리는 글이네요ㅠㅠㅠ더있다면 계속 읽고싶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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