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의 자유? 아이가 주는 기쁨은 억만금 줘도 못사”
[출산 없이 미래 없다]<5>힘든 만큼 커다란 양육의 행복
은행원 이윤희 씨(38)는 2004년 결혼하면서 남편과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족’으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둘 다 “아이는 짐이 될 뿐이니, 우리끼리 여유롭고 즐겁게 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씨는 결혼 5년차부터 잦아지는 부부 싸움과 직장생활의 무료함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 결국 남편은 “우리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주고 삶의 활력을 줄 아이가 필요한 시점 같다”며 “아이를 낳자”고 제안했다.
이후 이 씨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뒤늦게 두 자녀를 얻은 이 씨는 “출산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주변에 애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여성이 있으면 아예 붙잡고 출산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전도사가 됐다. 그녀는 “남편과 내가 낳은 생명체가 걷고, 뛰고, 말하는 과정을 보는 그 자체가 기쁨이고, 부부 사이에 공유할 큰 추억이 매일 탄생하는 느낌”이라며 “무료했던 직장생활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겠다’는 마음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작지만 큰 기쁨
육아는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운 순간들이 끊임없이 닥친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육아전쟁을 선택한 부모들에게 아이가 주는 기쁨은 어떤 것일까. 지난달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한 서울시 UCC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아기를 만나 가장 행복했던 순간 베스트 10’에는 부모들이 육아를 하며 느낀 소소한 기쁨이 담겨 있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서울시내 주부 50명. 자녀가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3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선택한 10가지 행복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행복의 순간은 ‘아이가 크게 소리내어 웃을 때’. 영상에는 잠에서 막 깬 갓난아이가 눈을 꿈뻑꿈뻑하다가 엄마를 보고 생긋 웃는 장면이 나온다. 이 아이의 엄마는 “웃는 내 아이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의 웃음이 하루 동안 있을 수많은 전투 상황들을 이겨낼 힘을 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부들은 ‘걷기 뛰기 등 발달단계에서 첫 성공을 거두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한 주부는 누워서 안간힘을 다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힘을 주던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영상에는 “어머! 우리 아기. 잘했다. 우리 아기”라고 울먹이는 엄마의 떨림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달 전 둘째를 출산한 김하연 씨(28)는 “이 영상에 나온 소소한 기쁨의 순간들은 내가 대학에 붙거나, 취업을 했을 때 느꼈던 희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며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결혼한 김 씨는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첫째를 낳아 힘들었지만, 아이가 날 닮아가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건 기쁨 그 자체였다”며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 행복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 어렵게 둘째를 출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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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30000000760/3/70030000000760/20141124/68119056/1#csidxdfab98d292ba703aa602a4326873f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