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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ll조회 1454l
이 글은 7년 전 (2017/5/02) 게시물이에요
싱글리뷰 

GOOD NIGHT 

드림캐쳐 ★★반 

 

by 조해람 

전작의 '악몽' 스토리텔링을 이어받으며 더 강한 록 사운드로 돌아왔다. 짧은 오르골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치고 들어오는 시원한 밴드 사운드가 이모 코어와 일본 록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절과 절 사이엔 드라이브를 잔뜩 건 묵직한 기타 리프를 넣어 아이돌 댄스 음악의 가벼움을 희석했다. 꽤나 수준급의 록 사운드지만 무거운 음압(音壓)에 비해 곡의 다른 부분들은 조금 밋밋한 느낌. 

 

Sign of the times 

해리 스타일스 ★★★반 

 

by 이택용 

사실 그리 놀랄만한 행보는 아니다. 클래식 록에 뿌리를 두고 있는 트랙들이 원 디렉션 특유의 당 성분에 켜켜이 묻혀있었으니 말이다. 해리 스타일스의 첫 솔로 싱글 'Sign of the times'는 1970년대의 글램 록이나 아레나 록 심지어는 사이키델릭 록까지 재현하는데, 그 결과물이 상당히 훌륭하다. 보이 밴드의 고질적인 한계인 '고정된 타겟층을 노린 꼼수' 또한 발견되지 않는다. 잔잔한 피아노에서 웅장한 코러스와 슬라이드 기타를 덧대 부피감을 조율한 사운드 메이킹이 특히 탁월, 원디렉션의 투어 공연을 따라다니겠다고 말썽을 피우는 10대 팬, 그 부모들도 몰래 숨어 좋아할 만한 곡이다. 

 

코끼리 (feat. 랩몬스터) 

개코 ★반 

 

by 김반야 

그의 솔로는 다이나믹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끄집어 내 화끈하기 그지없었고, 장치나 기교보다는 온전히 목소리만으로 끌고 나가는 파워가 있었다. 모노톤이지만 느와르의 생동감과 현실을 너무나 닮아 씁쓸하지만 긴 여운도 존재했다. 정곡을 찔러 울컥하지만 엄숙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위트가 제일 압권이었다. 이런 장황한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거대하다 못해 비대해져버린 코끼리 아니 개코와 마주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후후 불어”만 반복하는 의미도 재미도 없는 언어유희와 “너도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될 대로 되어라 식의 결론은 더욱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기개와 센스는 모두 아트워크에 쏟아 부은 것일까. 비트는 지루하고 는 식상해 임펙트가 급격히 떨어진다. 랩몬스터의 랩은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하다. 차트 진입에 혈안이 되어 '꿀잼'을 내놓더니 이번에는 아이돌의 등에 업혔다. 왜 자꾸 자신의 존재를 차트에서만 증명하려는 걸까. 씬의 선두에 선 맏형의 고뇌는 누구보다 깊겠지만 예전만큼 간지는 나야 하지 않겠는가. Feel so bad. 

 

Kissing strangers (feat. Nicki Minaj) 

DNCE ★★ 

 

by 이기찬 

두터운 베이스 라인 위에 낮은 음역대를 가진 조 조나스의 나긋나긋한 웅얼거림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나쁘지 않으나, 점점 앓는 듯한 목소리로 일관하는 덕에 몰입도가 확 감소한다.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듯한 반복적 코러스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와 아쉽다. 후반부 갑작스레 등장하는 니키 미나즈의 저돌적인 래핑도 우울한 분위기에 돌출되는 느낌으로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 아쉬운 콜라보. 

 

She's a baby 

지코 ★★★ 

 

by 김반야 

보기 좋게 예측이 빗나갔다. 그가 이렇게 달달한 러브송을 만들지, 그리고 노래까지 부를지 예상이나 했을까.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 것이 애티튜드'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스타일로 갈아 입었다. 곡은 심플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기타가 중심이 되는 미니멀한 구성에 공간감 가득한 편곡은 사랑의 설렘을 품고, 콘트라 베이스로 재지한 멋까지 불어넣는다. 보컬은 장난기와 진지함이 교차하는 지코 고유의 캐릭터를 살렸으며 열린 결말을 통해 내용의 단조로움을 피한다. 'baby'나 '때찌때찌'라는 단어가 심히 오글거리지만 곡이 끝나도 귓속에 계속 남아 마음을 간지럽힌다. 

 

월화수목금토일 

청하 ★★반 

 

by 조해람 

'월화수목금토일' 일곱 글자에 맞춰 떨어지는 멜로디가 묘하게 귀를 끌어당긴다. 곡의 나머지 부분은 큰 기복 없이 이어지며 훅을 충실하게 보조한다. 프로듀스 101에서 지난하고 잔인한 과정을 거친 청하의 심정이 가사에 그대로 드러나고, 어딘가 쓸쓸한 편곡으로 막연한 정서를 더했다. 기교를 최대한 빼고 청아한 음색에 집중한 가창이 그리는 '인디스러운' 느낌은 곡을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그리즐리의 흔적이다.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실패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무해한 알앤비 발라드.  

 

높고 단단한 꿈의 벽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만한 곡이다. 다만 진정성 있는 노랫말이 정작 당사자인 청하의 손끝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작지만 꽤 무거운 불안요소다. 뛰어난 춤 솜씨를 포기하고 발라드 가수로 분한 청하의 '홀로서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이 곡만 들었을 때는 조금 우려스럽다. 

 

Blue moon (Prod. GroovyRoom) 

효린+창모 ★★★ 

 

by 현민형 

팝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은 어느샌가 대중가요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저스틴 오(Justin Oh) 등과 협업하고 세계적인 EDM 음반사 스피닝 레코드(Spinnin' Records)와 계약하여 EDM 장르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던 효린은 본 싱글을 통해 본격적인 출사표를 내던진다. 

 

독창적인 컬러의 보컬이 신시사이저 기조에 제격이다. 서구 EDM의 히로인인 리아나(Rihanna) 혹은 할시(Halsey)와 비견되는 독특한 개성의 음색이 곡에 특이점을 생성한다. 장기간의 활동으로 인해 대중과 친화된 목소리는 본연의 아우라를 소모시킨 감이 존재하지만 최신 프로듀서 그루비룸과 래퍼 창모를 동원하여 트렌디한 맵시 안에서 그의 매력을 재생해낸다. 

 

빌드 업, 드롭 등 EDM 구성이 전면으로 드러난 본 싱글의 흥행은 EDM에 대한 국내 대중들의 허물이 상당수 거두어졌음을 현실로 방증하기에 의미가 있다. 

 

 

앨범 리뷰 

Girl's Day Everyday #5 

걸스데이 ★★ 

 

by 조해람 

올해로 활동 7년차에 접어든 이들에겐 나름대로 의미가 큰 앨범이었을 것이다. 남다른 팀워크로 큰 내홍 없이 도달한 중견 걸그룹의 위치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굳혀야 할 때다. 그런 목적에서였는지 타이틀곡 'I'll be yours'에선 그룹이 그동안 시도했던 여러 경향 중 '기대해'로 대표되는 록 톤의 작법으로 스타일을 다잡은 느낌이 든다. 예전부터 걸그룹 시장에서 이런 곡은 주로 이들의 역할이기도 했으니 방향 설정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1년 8개월만의 복귀치고는 음악적 완성도가 조금 아쉽다. '여자 대통령'의 시원시원한 록 사운드에 'Something'의 빈티지 감성을 조금 섞고 빅 밴드 사운드를 덧입힌 타이틀곡 'I'll be yours'는 소진과 민아의 가창력을 전면에 내세워 귀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주지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주거니 받거니' 구성은 지나치게 퍼포먼스를 염두에 둔 작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흡입력을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파트들이 한 가지 목적에 희생된 인상이다. 덤으로 촌스러운 멜로디 진행도 몰입을 계속 방해한다.  

 

오히려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Shape of you'의 성공을 의식한 듯 트로피컬 비트를 입힌 'Thirsty'는 런던 노이즈(LDN Noise)의 세련된 사운드 감각과 캐치한 훅으로 그룹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곡이다. 기타 한 대와 함께한 발라드 'Love again'도 어느 정도 전통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면이 있다. 민아가 직접 작사한 솔로 곡 'Truth'는 뻔한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자아에 대한 이야기로 앨범에 입체감을 준다.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차분한 톤의 앨범이다. 재킷도 그들의 발랄한 이미지와 달리 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정작 대표곡은 산만할 정도로 정신없이 몰아치며 전체적인 구성을 망친다. 이제는 어엿한 선배 걸그룹으로 경험과 역량이 쌓여 슬슬 음악적 성숙을 시도해봄직 한데도 여전히 말초적 쾌락을 자극하는 기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걸스데이만의 매력이 반감된 아쉬운 '겉핥기' 앨범.  

 

Memories...Do Not Open 

체인스모커스 ★★ 

 

by 정연경 

이제 체인스모커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Closer'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터. 국내 자동차 광고에도 삽입될 정도니까. '셀카'를 찍으며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Selfie'부터 'Roses', 'Don't let me down' 그리고 'Paris'까지 연이은 흥행으로, '줄담배' 표 감성 이디엠은 냈다, 하면 뜨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발매된 데뷔 앨범인 만큼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음반은 듀오의 히트곡을 반복, 재생산하는데 그친다. 'Closer pt.2'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Don't say'나 악기의 운용이 유사한 'Blood stream'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리프에 의존해 곡을 전개해 나가는 'My type'과 함께 'Closer'의 아류로 귀속된다.  

 

이렇게 정형화된 틀은 개별 단위의 트랙들이 어떤 군집을 형성토록 한다. 리프의 반복과 보컬을 최소화한 드롭-브레이크 구간은 일종의 거푸집이다. 그렇다면 원재료만이라도 달라야 할 텐데, 이들이 추구하는 변형은 피상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Closer'의 서사 속에 'Roses'의 멜로디를 심어 놓는다든가, 조만 살짝 바꾼 코드 진행으로 마치 새로운 곡을 주조한 양 행세한다든가. 특히 그들은 'Don't let me down'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코러스 겸 브레이크에 같은 가사를 은은하게 반복하는 형식을 'It won't kill ya', 'Wake me down'에 적용해 3부작을 완성했다.  

 

이 군집에서 벗어난 트랙도 시원찮다. 어쿠스틱 사운드로 전개되더니 갑자기 값싼 키보드에서 나올 법한 신스 사운드와 8비트 드럼이 등장해 정체성을 상실한 'Young, 뽕짝 댄스 록 앤섬 'Break up every night'는 여러 의미로 신선하다. 1980년대 신스팝과 뉴웨이브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완성물은 조악한 편. 그나마 원료에 반짝이를 섞어 빛나게 된 곡이 'Something just like this'. 콜드플레이와의 지분이 적절히 양분되어 균형을 이룬다. 듀오의 자기 반복적인 조형에 콜드플레이 특유의 극적인 전개와 앨범 최초로 등장한 변주가 브리지에 첨가되어 음반 단위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작품의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 감상에 치우쳤다고 하기엔 브레이크 구간에 덥스텝과 퓨쳐베이스의 요소를 넣어 오히려 클럽 신을 겨냥하고, 그에 맞춰 방방 뛰기엔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팝-이디엠의 물리적 결합을 뛰어넘고자 화학적 융합을 시도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 노력은 이미 검증된 모델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벌써부터 매너리즘에 빠지다니. 이른 성공은 때론 독이 된다. 

 

Breaking Sensation 

SF9 ★★★ 

 

by 박수진 

강력했던 전자음 열기가 적정온도를 찾았다. 데뷔 이후 트랩, 덥스텝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EDM을 선보이던 그들이 멜로디 쪽으로 좌표를 옮겨 찍었다. 여전히 전자음이 곡을 이루는 주재료이나 부드러움과 잘 들리는 선율이 이전과는 다른 어필 포인트다. 몇몇 싱글에서 느껴지던 과하게 달콤한 이미지 역시 제 위치를 찾았다.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임에도 서있는 위치가 모호했다. 칼군무란 명패를 내세우긴 했지만 이미 틴탑, 인피니트가 우위를 점했고 노래의 특색도 부족했다. 전자음을 필두로 한 음악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방탄소년단 이상의 소구력이 없었다. 언제나 비슷한 느낌의 다른 그룹이 떠오르는 흐릿한 정체성이 걸림돌이었다. 

 

타이틀곡에서부터 그 변화가 명확히 드러난다. 일렉트릭 기타 반주로 시작해 신시사이저와 트랩이 얹히는 '쉽다(Easy love)'는 중독성 있는 후렴을 지닌 매력적인 곡이다. 전부터 이어지던 빌드업, 드랍이 담긴 전형적인 EDM 구조에서 벗어난 노래는 훌륭한 멜로디와 그에 맞는 춤과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연이은 'Watch out'은 쫀쫀한 리듬감으로 '머리카락 보일라'는 펑키함으로 저마다 준수함을 유지한다. 

 

포화상태의 아이돌 사회에서 시선을 끌려면 기본이 중요하다.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와 춤사위는 가요계로 향하는 운전면허증 수준이니 한방을 날리기 위해서는 딱 맞는 곡이 필요하다. 전자음 뒤에 가려졌던 멤버의 목소리와 그룹의 이미지가 드디어 색을 드러냈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진 않지만 앨범은 SF9의 맞춤양복처럼 어울린다. 자신의 색을 찾았으니 우선의 걸림돌은 넘었다.  

 

Palette 

아이유 ★★★ 

 

by 황선업 

“아이유는 참 나랑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해” 

 

'요즘은 그냥 쉬운 게 좋아'라는 가사처럼, 네 번째 정규작은 전에 비해 소박하다. '좋은 날'이나 '분홍신' 같은 블록버스터는 자취를 감추었고, 소리들은 한결 단순해졌다. 재즈와 알앤비, 신스팝 등의 요소를 빌려 오기는 하나, 장르적인 특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구간 또한 없다. 어떠한 음악적 성취보다도 앞서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우선시하고픈 화자의 의지이다. 가사 속 메시지를 보조하는 반주에 맞춰,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마음속 언어들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음악은 그 이야기의 기반을 탄탄히 받혀주고 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라고 말하는 앙증맞은 팝 재즈 '이 지금'은 초반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하고, 남녀 간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너무나 매혹적인 음색으로 풀어낸 탓에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잘'은 오혁과의 콜라보가 예견된 성공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외에도 뿌연 신스음이 숨소리로 가득 찬 가성을 만나며 발현되는 의외의 포근함이 인상적인 '팔레트', 보다 차갑고 몽환적인 전자음을 토해 냉소적인 일면을 드러내는 '잼잼'은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는 신스팝 트랙들이다. 

 

그럼에도 넘치기보다는 약간 모자람을 택한 작품이기에, 전반적으로 심심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평이다. 〈 Last Fantasy >(2011)나 〈 Modern Times >(2013)의 다채로움에 비하면, 곡 스타일이나 정서가 한정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한 탓이다. 특히 후반부의 연속되는 슬로우 템포들은 단출함을 넘어 조금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기타리스트 이병우와의 만남을 통해 찬란한 비장미를 쏟아낸 '그렇게 사랑은'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다행히도 보컬의 변화무쌍함이 구성의 여백을 효과적으로 메우고 있다. 가성과 진성을 자유롭게 오가며, 곡 전면에 드러날 때도 혹은 반주에 숨을 때도 있다.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보컬 디렉팅은 마음속 언어들과 완벽히 부합하며 스물다섯의 생각지도를 펼쳐놓는 역할을 한다. - 마치 〈 Chat-Shire >(2015)에서 했던 것처럼 – 이전과 다른 것은, 판타지와 같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랜드마크는 모두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 바로 모두가 한 번씩은 갔다 왔을 법한 그런 곳들 말이다.  

 

〈 Palette >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언어는 여전히 사적인 영역에 있지만, 동시에 공공재로서의 역할도 겸한다. 일종의 아이러니다. 그가 하는 고민과 생각은 분명 '그의 것'이긴 하지만, 2년 전과 달리 더 이상 '그만의 것'은 아니다. '스물셋'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했다면, '팔레트'에서는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명확해진다. '그의 고민'이 '대다수의 고민'과 일치되며 생겨나는 보편성과 공감대. 이 앨범을 듣고 '아이유는 참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네'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인터뷰의 한 대목은, 아마도 고민 끝에 얻은 자아에 대한 해답이 누구나와 같은 평범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남들과 다른 것은 발견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엔 '뭐 어쩌란 말야!'의 스탠스였다면, 지금은 주도적으로 여러 상황들에 적합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음을 표현한다. '팔레트'에서는 제멋대로인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랑이 잘'에서는 이별해야 할 순간에 정확히 사랑과 단절한다. 'Black out'에선 센 척 없이 술에 취한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며, '이름에게'에선 불가항력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꿋꿋이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고 맹세한다. 스물다섯 아이유의 표어는, 이처럼 각성을 거친 수용의 자세로서 오롯이 표출되고 있다. 

 

인위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낼 수 있는 나이. 그것이 대세 뮤지션이 말하고 있는 스물다섯이다. 스물셋의 이지은보다 스물다섯의 이지은에 대한 이해가 한결 쉬워진 것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다 성숙해져서 일수도 있지만. 그가 그리는 인생의 포물선이 수많은 구간 중 운 좋게 안정기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앞으로 내놓는 음악들엔 그의 솔직한 언어와 생각이 가득 담겨 있고, 이를 통해 삶에 있어 다시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 모른다. 언제 또 각기 예쁘게 담겨있는 팔레트의 색깔들이 이리저리 뒤죽박죽 섞여 거무튀튀한 색을 띠게 될지. 그러면 또 기대가 되겠지. 그때이기에 나올 수 있는 아이유의 또 다른 음악과 이야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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