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정석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하루에 한번씩 덜
떠올리자 합니다
당신은 모르십니다
그 한 번으로 인해
내 목줄이 얼마나 조여지는즈를
그 한 시간으로 인해
내 목숨이 얼마나 단축되는가를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당신이 내게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살으라 합니다
이정하, 저만치 와 있는 이별
2. 김도진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김소월, 먼 훗날
3. 이종석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 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시집 뒷장을 읽으면서 엉엉 울었다
말과 말 사이가 아파서 벙어리가 된 내게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당신
무심하고 싶지만 무심할 수 없는 혼자인 나는
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려는 수작을 부리는
나는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진동을 배우려는 사람
그리하여 그 자장으로
지구의 벽 하나를 멍들이는 사람
이병률, 눈사람 여관
4. 이상엽
이렇게 흐린 날에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내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주면 좋겠다
구양숙, 봄날은 간다
5. 박해일
밤하늘에 긴 금이 갔다
너 때문이다
밤새도록 꿈꾸는
너 때문이다
강은교, 별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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