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해일
아무리 채찍질해도
닿을 수 없는
벼랑처럼 아스라한 그대여
내 마음에 무수히 살면서도
도무지 삶이 되지 않는
어떤 꽃처럼
먹먹한 그대여
이성호, 먼 여름
2. 김도진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3. 류준열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 버리고 싶은 건가
류근,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4. 박서준
달이 너에게 닿았다
지구에서 봐도 보일만큼
너는 달보다 눈부셨다
나에게만 예쁜 사람이길 바랐지만
하필 모든 우주가 너를 탐냈다
흔글, 절망
5. 이상엽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환한 봄날
꽃길을 거닐다가
플라타너스 그늘길을
따라 걷다가
은행잎 떨어지는
아스팔트를 걷다가
겨울비 오시는
하늘 아래에서도
스쳐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만나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그저 온종일
기다려도 좋을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네
김기만,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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