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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년 전 (2017/7/23) 게시물이에요




김도진의 합법적 독재가 시작되는 과정은 블랙코미디였으되
그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이들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찌질대지 마'란 말앞에 나는 성숙한 어른인가 묻게 되고
우리 아이들이라면 마여진의 교실에서
자유를 얻고 많은 배움을 제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은 마여진과의 한 학기 그리고 방학 보충수업 동안의 사건들을 겪으며
많이 성숙해졌다.
그것은 아마도 마여진식 교육법 덕분일 것이다.
원작의 캐릭터가 어쨌든 간에
지금 이 드라마 속 마여진의 교육법은
아이들이 던져진 현실론과 냉소를 스스로의 힘으로 반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반면교사와는 다른데
‘너희가 한 번 내가 틀렸다는 것을 행동과 변화로 입증해 보렴’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나약함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른 아이들의 그것도 다잡고 도우면서
행동하고 친구들을 설득해내는 것.
그럴 때만이 아이들은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
마여진은 아마도 그 보충수업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랬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점수를 불러 주며 성적순으로 시험지를 나누어 주는 것,
두고 보자. 이 대목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 지,)

만일 아이들이 끝내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면
그들은 그저 냉정한 현실만 배웠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아이들은 참으로 소중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요즘 부모들이 굳이 가르칠 필요 없어 하는 것들을,
내면의 힘의 가치와 우리 안의 비겁함과 잔인함에 대해서,
그리고 책임과 우정, (행동하는, 사과하는)용기 같은 것들,
그녀는 무슨 계기에서였는 지는 모르지만
마녀를 자처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을 극복해 내기를 바란다.
그녀는 냉소주의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냉철한 관찰자이며
그 새끼새들이 자신이 만든 알껍질을 깨고 나오게 되길 바란다.
(매번 얘기하지만
여기에는 고현정의 그 모순되어 보이기도 하는 면들을
섬세하게 연기해내는 힘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새학기가 시작되고
여기 (유학 갔다가 다시)전학온
김도진이란 상처 많은 아이의 나약함에서 시작된 또다른 독재는
결국 이 아이들이 이제 얼마나 성숙해 졌는 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또 그 시작은 블랙코메디였다.
‘징징대지 좀 마’란 마녀의 일갈이 여전히 어울릴 법한
못난 어른들이 객체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한국정치를 비유하는 은유로서,

‘겨우 자유를 줬더니 처음으로 하는 일이 반장을 뽑겠다?’
어리석고 어리석다.
직접민주주의가 거의 불가능한 국가와 달리
이 학급이란 고작 해야 스무명이 조금 넘는데
아이들은 김도진의 선동에 놀아나 (어떤 아이들은 아마도 귀찮아서)
반장 선거를 하겠단다.
(간접민주정치가 불완전한 것은
그 대표자에 의한 전횡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의 과정이란 또 재밌다.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정작 반장에 더 적격일 듯한 김서현은 관심 없어 하고
(여담이지만 서현이는 과연 누구를 찍었을까,)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는 것은
빈 껍데기의 이미지다.
‘빛나와 함께 빛나는 6학년 3반’이라는 로고송에는 그저 실체 없이 감성만이 존재한다.
합리적인 이유 따위 없었지만
자기 일처럼 김도진의 당선에 기뻐하는 아이들,-_-
하지만 그 선택을 되돌리는 데서는 적어도
이 아이들의 성장을 들여다보게 된다.


[6학년 3반 교실에 있는 규칙 액자 말하는 것임]
('우리 교실 규칙'이란 액자가 보인다.
잘못 뽑아 놓은 대표자는 그 규칙을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만들고
법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그저 투표나마 하는 정도를 넘어
감시와 참여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의 예다.)



철저하게 효율성의 관점으로만 (고대의 노예제와도 좀 비슷한)꼴찌반장 제도를 운영했던
마여진과 달리 김도진의 체제는 그저 독단일 뿐이다.
합리적인 기준 따위는 아예 없으니,
대표권한을 남용하고 평가결과를 조작해 주고
한편 편애해 주는 애들과 불이익을 주는 애들을 분열시키려 하지만
‘마여진의 시대’를 겪는 동안 그나마 상식이 확립된 아이들은
그 선동에 보조를 맞춰 주지 않는다.
오동구가 돌아와 결국 사과를 하며 상황이 수습되게 하고
김도진의 죄상이 명백히 드러나자
사실상 만장일치로 반장을 탄핵시킨다.
생각해 보면 1주일씩 돌아가며 반장을 하는 아이디어도 괜찮아 보인다.
역부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비로소 주인의식을 느낄 테니,

정말 이 아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봐야 했을
어른들은 이번주 에피는 특히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 아이들의 성숙함에,
어디 그 뿐인가,
그저 쉽고 비겁하게 손가락질 하는 대신
속깊게 도진이의 상처를 헤아리던 하나에게
잘못된 권위에 늘 그랬듯 용기있게 발언하고 행동할 줄 알던 서현이에게
남자로서 별로인 동구라도 그 사람됨은 편견 없이 인정할 줄 아는 보미에게
당당하게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사과할 용기를 낼 줄 아는
볼수록 멋진 녀석인 동구에게,
(사실 그런 사과라서 꼬여있던 도진이도 받아주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물론 동구가 그렇게 영리한 녀석은 아니긴 하다. 우연일 뿐)
그 도진이를 그렇게 위축되서 가시투성이로 만들어 버린
부모 자격 없는 양부모들을 생각하며
동구를 그렇게 멋진 놈으로 키워준 부모보다 부모같던 오여사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며,

‘여왕의 교실’은 그 아이들을 보며 어른인 우리를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그래서 아이들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고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다.
과연 마여진의 ‘징징대지 좀 마’는 그 아이들만을 향한 것일까.
우리는 성숙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 당당하게 살고 있나,
그저 현실을 탓하고 처지를 핑계대며 힘들다고 어쩔 수 없다고
징징대기만 하는 미숙아들은 아닌지
이 드라마의 거울에 나를 들여다 보게 된다.



'불안해 하지 마.
두려워 하지 마.

네가 널 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도 널 버릴 수 없어.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
그리고 그 마음으로 네 주변의 친구들을 아끼며 사는 거야.
넌 혼자가 아니니까.'
(‘혼자가 아니야’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도 된다는 뜻인 동시에
공존을 위한 책임을 뜻하는 것일게다.
특히 후자에 방점이 찍혔을...)

‘너희 스스로 팔아 버리지 않는다면
어떤 권력과 돈으로도
너희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을 수가 없다.‘

'이렇게 어리석은 너희는 자유란 걸 가질 자격조차 없다.'

마여진의 명대사들이 가슴을 후벼파는 건 우리가 정작
그런 소중한 교훈들을 아이에게 가르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마여진의 교실에서 자유를 얻고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거울일 것이다.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우화'로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마여진은 따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얼굴을 하나는 보고 말았다.

지평권 감독다운 감성과 시도가 돋보이는 잉거마리가 직접 부른
‘내가 네 옆에 있을께’(I Wll Be Yours') 가
엔딩의 여운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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