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저 하늘 좀 봐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네 뺨을 닮았다 했어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마치 네 주근깨같기도 해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네 눈썹일까?아니면 네 입술일까?
너를 쫓는 근위병, 서덕준
알전구의 필라멘트가탁 끊어질 때의 잔광, 기억하는지오늘 하루의 별들은 잔광으로만 남는다모두 우물을 안고 잠들었나 보다그래서 더 깊어 보인다깊은 우물은 함부로 철벅이지 않는다잔광의 고요가 깊을 때우리 옷깃만 스쳤다고는 말하지 말자
고요, 강연호
단 한 사람의 가슴도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내 마음의 군불이여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서시, 나희덕
무지개가 검다고 말하여도나는 당신의 말씀을 교리처럼 따를 테요 웃는 당신의 입꼬리에 내 목숨도 걸겠습니다.
당신의 나의 것, 서덕준
왜 그렇게 젖어 있는가너와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는.
왜 이렇게 젖어 있는가, 이현호
마음아아무 곳에나 널 내려놓지 마어디나 다 사막이야 마음아아무 곳에나 들어가지 마어디나 다 늪이야.
마음아, 천양희
나에게네가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나는별것 아니었다고말하겠네 그저 눈물로 사랑했다는사실만 비밀로 하겠네.
별것 아닌 비밀, 서덕준
그립다는 것은가슴에 이미상처가 깊어졌다는 뜻입니다 나날이 살이 썩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립다는 것, 안도현
가끔 네 꿈을 꾼다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이제는 너를 보면아, 꿈이로구나알아챈다.
꿈, 황인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