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4672099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이슈·소식 유머·감동 정보·기타 팁·추천 할인·특가 고르기·테스트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273
이 글은 8년 전 (2017/7/30) 게시물이에요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박준, <낙서> 부분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것만큼

견딜 수 없는 일이 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전락했고

이 순간에도 한없이 전락하고 있다


선, <전락> 부분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식상한 희망이 없어서 참 좋았어요.

신선한 절망을 원했던 거군요.


박시하, 부분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한 번의 아침마다

한 번의 죽음을 주세요


그토록 많은 비가 내린 후에

새로운 비가 내립니다


나무에게

눈의 시신에게

실패한 사랑에게

아름다운 이름을 주세요


아침에 내리는 비는

미래의 사랑

미지의 슬픔입니다


당신의 이마는

내 죽음의 이름입니다


박시하, <보드카 레인>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이름이 있다

다른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 아무도 없는 밤에 아껴서 발음하는


병약한 아기의 부모가 누구도 외우지 못할 만큼 길게 지은, 그러나 결국 악령에게 들켜버린 이름처럼


부르지 않으려 기억하는 이름이 있다


여러번 개명하지만 곧 들키고 마는

입속에 묻힌 이름이 있다


유병록, <입속의 무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 보자가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박소란, <다음에>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지난밤 당신과 나의 꿈이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베꼈거나, 베개를 바꿔 벤 탓이겠지요

나는 당신의 꿈속에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어둡고 낯설었는데


송승언, <이장(移葬)> 부분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 인스티즈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 <괜찮아> 부분



게시글 제목은 박준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의 말 중 일부입니다.

시는 부분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전문으로, 시집으로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여자들이 건강검진 받을때 충격받는다는 기계.jpgif
18:59 l 조회 281
나의 과소비 지수 알아보기 테스트
18:59 l 조회 37
장거리 배달 끝내고 집 가려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18:56 l 조회 371 l 추천 2
한국 가서 겨울 구경할 생각에 들뜬 태국인들
18:53 l 조회 389
커피 애호가들이 부들부들한다는 짤1
18:52 l 조회 816
오늘자 엔믹스 지우 비주얼..😱
18:52 l 조회 413
여기서 올해 한 번도 돈 안쓴 곳은?2
18:51 l 조회 327
배우 이성민이 팬카페에 남긴 글8
18:33 l 조회 4087 l 추천 2
패션 하나로 남자를 홀리게 만든 여자1
17:58 l 조회 2592
다시 태어나도 아내를 또 만나고 싶다는 남자
17:54 l 조회 962
고3 수험생들이 많이 탔다는 케이블카
17:41 l 조회 1199
아무 생각없이 버렸다가 낭패라는 아이스팩1
17:34 l 조회 5120
일본인들 깜짝 놀란 로리타 복장을 한 사람.jpg13
17:23 l 조회 9748
개ㅈ된 해리포터 캐스팅 근황50
17:22 l 조회 14175
신드라 E, 파이크 R을 직접 맞는 클템
17:18 l 조회 225
스타벅스에서 고로시 당한 소니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7:02 l 조회 394
'영장 기각' 추경호 얼싸안은 나경원 "눈물이 난다”1
17:00 l 조회 429
팬싸인회에 정국의 바지, 슬리퍼 신고 온 듯한 윈터36
17:00 l 조회 16083
계엄일에 저마다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행동했던 시민들
17:00 l 조회 978
샤이니 키 : 저희 스타일리스트가 에스파를 한 적이 있는데....jpg7
17:00 l 조회 26437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