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흡연자인 동시에 여성이야.
이 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흡연 여성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글이야.
너무 할 말이 많아서 두가지정도만 적어보려고 해. 흡연자든 아니든 읽어줬으면 좋겠어!
1. 아이를 가져야 하는 몸이라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너는 여잔데 애 낳을 때 어떡하려고 담배 피워?'
'여자는 애 낳아야 되니까 담배 피우면 안 되지.'
'흡연은 자윤데 여자는 임신때문에 좀...'
등등 '여성=아이를 가지는 존재'로 인식한 말들을 들어봤을 거야. 비흡연자라도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해. 그럴 땐 이렇게 답해보자.
여자는 임신을 위한 존재가 아니며, 모든 여성이 당신과의 섹스, 수정을 준비하기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할 의무도 없다. 혹여 임신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여성이 자가수정으로 임신하는 것도 아니며, 임신을 위해서는 건강한 정자또한 필요하다.
몇몇 산부인과 의사들은 '흡연을 하더라도 임신이 확인된 시점부터 금연하면 태아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임신 이후에는 오히려 파트너로 인한 간접흡연이 더 치명적'이라고 말 한다.왜 여성에게만 임신을 들이대며 검열하는가?
또한 당신이 걱정하는 것은 언젠가 여성의 장기 중 일부인 자궁에 착상할지도 모르는,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조그만 세포다. 차라리 폐암이나 심장질환을 내세워야 '진심어린 걱정'인 거다. 금연초.. 아니 돈이 없다면 은단껌이라도 사 가서 걱정해주든지.
2. 여자가 담배 피우면 싸보인다고?
담배피우는 여자는 몸 파는 여자처럼 보인다는 말도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정말 몸 파는 여성들만이 담배를 피워왔을까?
<하멜 표류기>에는 '조선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적혀있어. 처음 담배가 발견되고나서는 남녀의 흡연이 다르지 않았나봐. 하지만 '유교 신분 사회'의 서열이 철저해지면서 여자가 담배피우는 건 몹쓸짓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해.
그런데 이 시대에 유일하게 자신을 관리해줄 남자가 없던 여성들이 있었어. 바로 성매매 여성들. 이 여성들은 양반과 맞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한 담뱃대를 공유하기도 했대.
하지만 '성매매 여성 + 담배'의 결합은 결국 다른 여성들에겐 올가미로 작용되고 말았지. '유교적 윤리와 관념을 가진 여인의 공개적 흡연은 성매매 여성의 이미지와 구별짓기 위해서'라도 금지됐던 거야.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 민주주의국가이기때문에, 담배가 어쩌구 여자가 어쩌구 하는 말은 그저 과거에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봤던 가부장적 사고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야.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몰래 담배를 피워야만 해.
사무실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등.
이 글은 길에서 여성이 길빵하는 걸,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걸 냅두라는 게 아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선택을 제한받아야 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말 하는 거야.
글을 쓰면서 참고한 책이 있어. 마지막으로 그 책을 보면서 가장 충격받고 화났던 부분을 중간중간 중략해서 적으려고 해.
읽어줘서 고마워!
그들은 짐짝처럼 내던져진 나를 넘겨받더니, 등에 매달린 배낭을 홱 낚아챈 뒤 익숙한 솜씨로 둘러엎었다. 시집, 지갑, 어머니가 싸준 밑반찬과 함께 쏟아진 건 청자 담뱃갑과 성냥이었다!
한 남자사 대뜸 따귀를 올려붙였다. "이 년들이 다 이렇다구. 갈보들처럼 담배나 뻑뻑 피워대면서, 뭐 나라 걱정한다구? 네년들이나 똑바로 해!"
담배 때문에 수모를 당하다 보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경찰서나 정보기관에 끌려갔다 온 남학생들이 자랑스레 늘어놓는 무용담 중 하나가 담배 이야기였다. 잡혀갔다 하면 형사들이 맨 먼저 권하는 게 담배이고, 정보를 하나라도 더 캐려고 담배만큼은 원하는 대로 준다고 했다.
그런데 여학생에게는 담배를 권하기는 고사하고 그걸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따귀를 날렸다. 맞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이 땅에서 남녀는 얼마나 다른 존재인가를, 여자가 이 땅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가를.
-흡연 여성 잔혹사 (서명숙 에세이)

인스티즈앱
와 배우 최유화 40살인데 임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