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원하고 바란다면 여자답게 살아라.
너는 이미 여자로 태어났단다. 그걸 기억해.
*
며칠 전에 엄마와 함께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나는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데 엄마가 내 허벅지를 손으로 스윽 밀더라.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면서 웃기만 했다. 내가 다시 편한 자세를 취하자 엄마는 '그러면 안돼' 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택시에 내리기 직전까지 다리를 마음껏 벌리고 있었다. 아주 편했다.
동생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나를 괴짜로 여겼다. 나는 지금도 동네 근처를 나가야 할 때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래도 시선강간을 당하고 저래도 시선강간을 당할거라면 내가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게 낫다. 아주 편했다.
언니는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왜 인터넷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싸우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하였다. 며칠이 지나서 언니는 나와 함께 오버워치를 하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들었다. 미아. 집에서 설거지나 해.
나는 내 가족들이 여자 마초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나 또한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다. 여기에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들이다. 결국 이들은 어찌보면 과거의 '나'인 셈이다. 내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내 가족들이 아니다. 내 가족들을 이렇게 만든 대상들에게 분노해야지 옳다.
지난 학기때 교수님께서 강의 시간에 해주셨던 말씀이 자꾸만 기억에 남아 되풀이된다.
'나는 언제나 사람이고 싶었는데, 단 한번도 사람이었던 적이 없어. 여성이었지.'
그러게요. 저도 여자가 아닌 사람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여자답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핑크색을 좋아하고, 욕을 하지않고, 음담패설을 하지않고, 남자의 기를 살릴 줄 알며, 성격이 드세지 않아야 하나?
나는 핑크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여자라서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욕을 잘 한다. 음담패설도 잘한다. 남자의 기를 살리는 법을 알지만 하지 않는다. 성격도 다. 그럼 나는 여자가 아니게 되는건가? 여자답지 않은 여자인건가? 이상한 말이다.
치마나 원피스를 입으면 여성스럽다고들 한다. 친구들은 여자여자하게 입었다고들 한다. 그럼 내가 바지를 입으면 남성스러운건가? 남자남자하게 입은건가? 참 괴상한 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머리칼을 계속 기를거냐고. 내가 그러겠다고 답을 하니 긴 머리가 여성스러워 보일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내가 설령 삭발을 해도 나는 여자이니 여성스러워 보일거라고 답을 해줬다. 물론 남들에게 여자여자해보이든 말든, 그건 내 인생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 소음순이 예뻐야 여자 아니겠나요, 수술을 하세요. 유두의 색이 핑크색이어야 여자 아니겠나요, 수술을 하세요. 」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여자다운 여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사회로부터 강요 받아야 하는걸까?
여자다운 여자라는 말은 정말 이상하지 않나?
나는 이미 태어나기를 여자로 태어났는데. 이보다 더 완벽한 여성일 수는 없지않나?
나는 이제 아가씨가 아니라 알바생이 되고싶다. 여대생이 아니라 대학생이 되고싶다. 여성에서 사람이 되고싶다.
그렇다고 사람이 되고싶은 내가 지금부터 핑크색을 싫어하겠다는 건 아니다. 강요 받아서 좋아하게 된 게 아니라 내 의지로 좋아하게 된 거니까.
곰은 동굴에서 백일동안 마늘과 쑥만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데, 여성인 나는 얼마의 시간이 흘러서야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람답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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