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까까까ll조회 606l
이 글은 6년 전 (2017/8/22) 게시물이에요

임진왜란 때에 일본으로 끌려간 유학자 중 대표적인 한 사람으로 강항이 있습니다. 강항은 전라도 영광 출신으로 이황의 문인이기도 하였으며, 귀국후에 간양록이라는 견문기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간양(看羊)은 흉노에 포로로 잡혀갔던 소무(蘇武)의 충절을 뜻하는 말로, 본래의 제목은 죄인이라는 뜻에서 《건거록(巾車錄)》이라 하였으나, 1656년(효종 7) 책이 간행될 때 제자들이 강항의 애국충절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간양으로 고쳤습니다. 3년 동안 지내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본의 지리 ·풍토 ·인문(人文) ·병비(兵備) 등과 도요토미[豊臣秀吉]의 조선 침략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본견문록 중 [왜인의 성정과 대외책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강항의 대일관은 오늘날 한국인의 일본관과도 연관되어 큰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왜인은 주장이 싸움에 폐하여 자결하면, 그의 부하들도 모두 자진하여 자결한다. 내가 왜장과 왜졸에게 삶을 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나 생물에게 있어서 모두 한 가지일 텐데, 일본인만이 죽음을 즐거움으로 하면서 삶을 싫어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라고 묻자 모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본의 장관(征夷大將軍, 즉 쇼군(Shogun)을 의미함)은 민중의 이권을 독점하여, 머리털 한 가닥도 민중에게 속한 것이 없다. 그래서 장관의 집에 몸을 의탁하지 않으면 입고 먹을 것이 없다. 일단 장관의 집에 몸을 의탁하게 되면 내 몸도 내 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담력이 모자라는 것으로 간주되면 어디에 가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이 좋지않으면 인간 취급을 받지못한다. 칼자국이 얼굴에 있으면 용기있는 남자라고 간주되어 후한 녹을 받는다. 칼자국이 귀 뒤에 있으면 도망만 다니는 남자라고 간주되어 배척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고 먹지못해 죽는 것보다 적과 대항하여 사력을 다하는 편이 낫다.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은 실은 자기자신을 위한 것으로 주군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왜인이 뱀의 독, 호랑이와 늑대같은 탐욕, 태연하게 행하는 잔인함, 놀랄정도로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것은 천성으로 몸에 익힌 것이 아니라 법령이 그렇게 하도록 속박하고, 상벌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將)이 무능해도 모든 가신들이 사력을 다하게 되고 병졸의 대부분이 취약해도 모두 적과 대항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

천하의 화(禍)는 항상 소홀히 하는데서 비롯된다. 우리나라는 야인(여진족)을 방비하기 위하여 남북에 두 병마절도사를 두어 모두 이품의 고위직으로 보하고, 서,북에 두 병마평사(평안도와 함경도에 각각 1인씩 두었다.)를 두어 모두 명망있는 문관을 임명하나 영남, 호남에 변장을 임명할 때에는 통례에 따를 뿐이다. 이품(二品)의 고위직이라고 방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나 남쪽 경계를 소홀히 하고 북쪽을 중시하고 있음은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찍부터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던 바 100만의 야인이라고 하더라도 10만 왜졸의 적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조정은 南을 경시하고 北을 중시한다. 왜 그런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지금부터 50년전 쯤에 남만선(南蠻船)이 왜국에 표착하였다.(1543년 8월, 포르투갈 함선에 의해 화승총이 된 때를 말합니다.)
그 남만선은 대포와 화살, 화약등의 물자를 적재하고 있었다. 왜인은 여기에서 포술을 배웠다. 왜인은 성정이 영리하여 잘 배워서 4,50년 사이에 새로운 전술을 온 나라에 퍼트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왜노(倭奴)는 예전의 왜노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방어도 옛날의 방어로는 안된다. 말하자면 국경의 경비를 예전에 비해 100배 증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엎드려 원하건데 이제부터는 남을 경시하고 북을 중시하는 폐풍을 다시 한번 바꾸어 민심을 단결시키고, 국경의 방비에 노력하며, 변장을 선택하여 성곽을 수리하고, 선함(船艦)을 정비하며, 경계를 늦추지 말고 병졸을 훈련하고 병기를 구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


강항의 견문록은 일본인의 호전성이 천성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제도적으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는 해석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죽음을 불사한 일본인의 강인함이 비록 제도적인데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인은 매우 영리하여 근대적인 전술을 단기간에 익혔기 때문에 일본을 경계하면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일본을 보는 그의 관점은 오늘날의 후손들이 보아도 충분히 납득이 갈 정도이죠.

강항 이외에도 임진왜란을 겪은 후에 조선 통신사들은 일본의 군대, 군비 상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견문록에 기록합니다.
이 견문록들의 요지는 일본이 문화는 낮으나 군사 강국이라는 것과 재침략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요.

1719년(숙종 45)에 조선통신사의 제술관(製述官)으로 일본에 다녀온 신유한(申維翰)의 기행문인 해유록(海遊錄)에서도 일본의 군대와 武를 숭상하는 풍습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칼쓰기로 녹을 먹는 자가 가장 많다. 혹은 유술을 배워서 몸을 나는 것처럼 하고 치고 찌르는 것을 겸하여 불시에 남을 습격하는 것을 병가에서 중히 여긴다.

나라가 부강하고 군사가 강하여 60주를 호령하기를 팔이 손가락 부리는 듯 하였다.


왜인들은 허리에 칼차기를 좋아하며 나이 8세 이상만 되면 보검을 왼쪽 옷깃에 꽂지 아니한 자가 없었고....

==>(통신사들이 일본을 방문했을때에는 주로 상류층 무사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서산사 기슭에는 커다란 정자가 하나 있는데 넓고 툭 트였다. 칼 찬 사람 10명이 벌려 앉아서 대포 수십개를 포가에 얹어두고 포문이 바다를 향하게 하여 화약을 넣어두고 화승을 달아서 곧 적에게 응하여 발사할 것 같이 하고 있었다.
정자아래 물이 도는 곳에는 매우 크고 유개로 덮은 군함 세적이 있었는데 조각조각이 갑옷과 같고 좌우에 노를 버티어 또 기회를 보다 적에게 달려갈 것 같이 하고 있었다. 그들이 군비를 갖추고 변을 기다려 밤낮으로 쉬지 않음이 이와 같다.

왜국 풍습은 대걔 남 이기기를 힘써 이기지 못하면 죽음이 있을 뿐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히데요시 세력을 멸망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세우면서 조선과 일본은 거의 3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롭게 지냅니다. 또한 에도 막부시기의 일본은 조선통신사들이 전해주는 문물들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평화로운 관계도 1853년 우라가(浦賀) 앞바다에 미국 동인대함대 사령관 페리 제독이 구로후네(黑船) 4척을 이끌고 나타나 개항을 요구하자 무기력하게 굴복한 막부가 대정봉환(大政奉還)으로 통치권을 조정에게 반납하고 메이지 유신으로 서양식 근대국가 설립에 성공하게 되자 그전까지 선진문물을 전해주던 조선과 청나라는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낡아빠진 퇴물로 바라보는 관점이 일본 지식인들사이에 널리 퍼져가게 되죠.

결국 1910년 8월 29일에 아시아 유일의 제국주의 국가로 거듭난 일본에게 강압적으로 한일합방이 맺어지게 됨으로써 조선은 결국 식민지로 전락하고 되어버리죠.

선조들의 일본이 다시 한반도를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결국 2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결국 현실로써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정보·기타 이거 얼마주고 사먹어봤음? Jpg171 색지05.08 23:4765388 0
이슈·소식라인 결국 뺐겼네…213 콩순이!인형05.08 22:0785681 27
유머·감동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일본인.jpg130 더보이즈 상05.08 20:3170929 8
이슈·소식 故 문빈 떠나보낸 차은우 "죄책감 심했다..평생 안고 살아야"(유퀴즈) [종합]277 t0ninam05.08 23:1682475
이슈·소식 라인 다음엔 독도다. 제발 도와줘184 뇸뇸이ㅣ05.08 23:1453117
조금은 극단적으로 아이돌의 소원을 들어준 팬 행보카기를 13:32 673 0
영차~ 영차~ 귀여운 배의 상륙2 가나슈케이크 13:21 1056 0
29분만에 빠나나날라 녹음 끝낸 조혜련1 멍ㅇ멍이 소리 12:49 2882 0
앵무새를 잡아먹으면 생기는 일1 308679_return 12:47 2441 0
류승룡 인스타스토리 (feat.고윤정)1 백챠 12:47 3452 1
혼밥을 눈치 보면서 한다고 핀잔들은 게 억울했던 연예인...JPG 핑크젠니 12:14 5755 5
혈맹 시스템이 만들어진 택배업계.jpg24 담한별 11:36 12177 10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 잘 정리하는 이창섭 핑크젠니 11:34 3014 1
중문과 승헌쓰가 말아주는 마라탕후루 챌린지 (ft.선배 저 마↗️라↘️탕!↘️ 사주..5 사랑을먹고자 10:54 7183 1
랜덤 음식짤.gif 311344_return 10:48 3325 0
반은 내향적이고 반은 외향적인 인간들이 피곤한 이유.jpg8 한 편의 너 10:46 12100 0
(약스포)찐광기라고 놀렸는데 실화였던 파묘의 장면20 마유 10:43 21732 6
나는 늙고 추악해지는데 왜 먼저 떠난 사람들은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나요? ..1 Jeddd 10:37 5305 1
MBC와 출연료 협상하는 충주맨 ㅋㅋㅋㅋ 용시대박 10:35 7481 1
고양이에게 역지사지 가르치기16 311103_return 10:34 13323 4
머글한테 영업하다 마상입음3 태래래래 10:33 8185 0
고등학생때 우리반 짱 대학보낸 친구썰.jpg1 다시 태어날 10:30 8004 6
강혜원: 잘지내니? 미안한데 환승연애 같이 나갈래?8 우물밖 여고 10:25 21856 3
김없이 출고된 삼각김밥.jpg27 게터기타 10:23 23287 22
아는 사람은 아는 생수 비린내...jpg45 아야나미 10:20 15668 2
급상승 게시판 🔥
전체 인기글 l 안내
5/9 13:36 ~ 5/9 13:3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