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라는 분께
내 말 한마디 한마디로 인해 당신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와 내 엄마와 내 언니의 생각을 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와 내 엄마와 내 언니를 그리워할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의 20년, 내 엄마와 언니의 24년간의 상처를 조금은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어디에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우리 아빠라는 작자는, 우리 엄마를 때려요. 엄마가 맞을 짓을 해서 때린다고 자신을 이해해 달래요.’라고
말하기가 너무 창피해서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당신은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가하고 걱정이 된다는 명분으로 우리를 구속했다.
엄마는 연애시절 당신 외의 사람과는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결혼 후 당신 외의 사람에게는 예쁘게 보일 수 없도록 머리를 기르면 안 됐다.
엄마는 당신이 없는 술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 물론 회식도 참석할 수 없었다.
엄마는 당신에게 매일 귀가 재촉 메시지를 받아야 했고 현재 위치를 보고하는 전화도 꼬박꼬박 해야 했다.
엄마는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했으며 집안의 행사도 도맡아야 했다.
이중 하나라도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은 엄마에게 손을 올렸다.
당신의 무기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었다. 심지어 엄마의 육신도 당신의 무기였다.
엄마의 손목을 잡고 엄마의 손을 엄마의 머리에 내리치는 폭력을 가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악마는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예쁜 눈은 마를 날이 없었고 엄마의 가녀린 몸은 푸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당신은 우리의 저항을 막았고 당신의 귀를 막았다.
폭력과 울부짖음의 반복, 우리는 점점 저항할 의지를 잃었고 그렇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24년 동안 길들여졌다.
당신과 엄마가 서류에 도장을 찍는 순간, 고통스러웠던 24년이 끝났다.
나는 당신에게 감사하다.
당신과의 추억이 없어서 감사하다.
당신과 제주도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당신과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당신과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당신과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당신과 운동회에 함께 참석한 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당신과 술 한잔해본 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앞으로 나의 새 삶에 당신의 흔적이 없어서 감사하다.
언젠가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
당신을 용서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당신에게 이 편지를 전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둘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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