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단지 한 명의 남자가 아니라
나의 온 추억과 시간과 행복과 웃음과 눈물을
한데 빚어놓은 존재를
꾹꾹 눌러 담은 말들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풀어 놓았지만
한 번도 마음을 쉰 적은 없었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방긋 웃을 때에도,
유독 내가 작아보이던 날에도 나는 묵묵히 외길을 걸었다
그 길이란 참 희한했다
뒤돌아가는 길도 없었고 중간에 샛길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오로지 앞만을 보는 그런 길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만 멈춰있지도 못하고 마냥 걸었다
멈칫거리던 걸음은 어느덧 가속이 붙어 실컷 뛰다 지치면
걷기를 반복했다
겨우 마음을 건넨 날에도 농담으로
그 끝을 얼버무려야 하는 입맛이 썼다
다행히 전해진 것 같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오직 공허,
예상은 했어도 씁쓸함은 덜어지지 않았다
행복하길, 나의 동네 나의 첫사랑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리움 안고 지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 건 탓할 건 못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만 멀리서만 그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잘못한 거 없어.
자기 좋아해 달라고 말한 적도 없고,
처음부터 다정한 척한 적도 없어.
그냥 내가 더 좋아해서 그런 거야,
내가 더 좋아해서."
당신이,
내게 주었던 한 송이 꽃이 그랬다
모두 버렸지만 버린 것이
그토록 환한 빛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인지 가시질 않아
눈을 감으면 눈 속 가득 만발하는 꽃과 쏟아지는 눈 그리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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