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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7년 전 (2018/2/09) 게시물이에요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인스티즈


고영민, 푸른 고치

 

 

 

시골집에서 상자에 찰옥수수를 담아

소포로 보내왔다

포장이 단정하다

옥수수를 내려다보니

옥수수는 단단히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다

몇 겹 포장지에 겹 싸여 있다

포장지를 벗기니

다칠까

, 실뭉치가 가득하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여

옥수수는 이토록 스스로를

꼭 감싸안았을까

나는 나를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인스티즈


이해리, 쓸쓸한 책임

 

 

 

눈 오는 새벽, 잔액이 0원뿐인 표를 빼물고

대구은행출금기가 삐삐삐삐 소리치고 있다 누구일까

알맹이만 빼가고 텅 빈 자취는 거둬가지 않은 이, 새벽에

은행일 보러 온 내 삶도 그렇지만 밤새 비명을 멈출 수 없는

기계도 못 할 짓이다 책임이란 그런 것일까

아무 것도 아닌 것 마저 네게 지급하고서야 풀려나는

고뇌 같은 것, 날카로운 기계음 틈에 낀 명세표가 창백한 혀 같다 그

어둑하고 불안한 비명의 저 편에서 누가

거리의 바퀴들을 헛돌리고 공회전하는 눈발 속에 수북하던

내 마음이 출금돼 어디론가 가버린다 마음도 없이 나는

어느 쓸쓸한 빌딩 바람벽이 되어

형광빛이 웅웅 호소하는 흉통이나 듣는다

 

이 새벽 저 불안하고 우연한 0원의 비명이

네가 떠난 나의 잔고라면

텅 빈 가슴도 내 책임이라 아직 셔터 올리지 않은 어둠이 괴로운 이 시간

무엇을 찾아야 내 자리로 돌아 갈 수 있나

풋콩처럼 푸른 눈을 뜬 눈송이 분분하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인스티즈


고미숙, 더덕 손

 

 

 

싸락눈 왕소금처럼 뿌려대는 산골 오일장

국밥집 앞에 노파 한 분이 더덕 보따리 풀어 놓고 앉아 계시네

 

해진 면장갑이라도 한 켤레 끼시지, 부르튼 손으로 작은 바구니에 더덕을 수북이 담으시네

몇 뿌리 굴러 떨어지면 다시 올려놓기를 반복 하는 더덕이 한 바구니에 만 원

 

나도 동배춧잎 같은 지전 내밀고 한 바구니 사 들었네

그런데 두어 뿌리 더 얻으려다

하마터면 노파의 손가락 집을 뻔했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인스티즈


반칠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인스티즈


천수호, 미래 미러(mirror)

 

 

 

전봇대가 백미러를 달고 있다

앞뒤 분별없는 전봇대가

달리는 백미러 속 쑤셔박힌 제 몸의 시위를

쑤욱 당기고 싶었던 게다

허전한 옆구리를 채우고 싶었던 게다

 

뜯겨나간 광고지의 흔적으로

근질근질해진 전봇대

전깃줄이 팽팽히 지탱하고 있다

군말 없이 갈라서는 모퉁이

누가 저 무거운 안구를 매달아 놓았나

본적(本籍)도 없이 덕지덕지 바뀌는 주소들

질긴 광고 쪽지의 남은 이름으로

길의 군더더기 죄다 품고 있다

 

뚬벅뚬벅 발자국소리 들리면

전봇대는 허리춤에서

손거울 하나 쓰윽 꺼내 당겨본다

그때마다 두근두근 딸려오는 길

보도블록이 구근처럼 얽혀있다

백미러는 종일 플래시를 터뜨린다

두툼해져가는 스냅사진 한 묶음

까치발로도 볼 수 없는 길을

전봇대는 깊게 한번 후벼파고 싶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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