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래를 잘 못 부름.
평소 말할 때는 자연스러운데,
이상하게 노래만 부르면 성대가 떨리더라.
잔잔한 호수가 태풍과 맞닿아서 요동치는 느낌?
군대 있을 때 선임들 앞에서 낙인 불렀다가
그 선임들 전역할 때까지 임재범 선곡 금지당함.
본인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잘 못 맡듯이
나도 내가 부르는 노래가 어떤지 잘 모름.
음역이 살짝 어긋나고, 박자가 자유분방 한 정도?
어릴 때부터 노래랑 담을 쌓고 살다 보니까
남들과 비교해서 성대가 발달이 덜 된 탓인 거 같기도 하고.
그렇기에 웬만한 흥과 상황이 아니라면 노래방은 잘 안 감.
가장 최근에 갔던 때가 윤재랑 코인노래방 가서 놀다 온 건데,
그것도 윤재가 계속 보채길래 어쩔 수 없이 전우조로 따라가 준거임.
초저녁에 윤재랑 둘이서 술 한잔 먹고 피시방 가려고 했더니
윤재가 대뜸 노래방에 가자고 하더라. 근처에 코인노래방 생겼다면서.
몸집도 작은 주제에 있는 힘껏 내 팔을 붙잡곤 강제로 끌고 감.
코인노래방은 처음이었는데, 신규 오픈 매장이라 그런지 깔끔하더라.
전화 부스? 같은 곳에 들어가서 자판기처럼 지폐를 넣으니까
선곡 가능한 횟수가 뜸. 신기해서 기계를 쳐다보고 있는데,
윤재가 먼저 예약을 함. 버스커 버스커의 첫사랑? 이었나.
고등학교 때 한창 유행하던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니까 반갑더라.
마이크를 조심스레 집어 든 윤재가 나를 보더니 넌지시 눈웃음 지음.
“형, 좋아해.”
감미로운 멜로디의 정적을 깬 건 윤재의 뜬금없는 고백이었음.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총알을 뒤에서 맞은 느낌이랄까.
나름 충격인지 당황인지 말이 제대로 안 나오더라.
“뭐, 뭐라고?”
윤재가 나를 한 번 스윽- 쳐다보더니 마이크를 입에 고스란히 갖다 댐.
“처음 널 봤을 때 왠지 다른 느낌
너와 함께 말하고 싶어 웃을 때마다 이 마음을 알아가
이젠 널 볼 때마다 나의 맘이 너무나 커져 이젠 나의 시간은
항상 너와 웃으며 이 밤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아쉬워하며
또 너를 기다리겠지.”
새순처럼 여린 두 손에 마이크를 꼭 쥐고 노래를 부르는 윤재를 보니까
왼쪽 가슴팍이 격렬하게 요동치더라.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덮친 것처럼.
“자꾸만 새어나가 조금만 더
그대를 참아보려 했지만
커져버린 내 마음과 커져가는 네 마음이..”
노래를 끝마친 윤재가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이따금 나를 쳐다봄.
“형, 좋아해?”
“뭐, 뭘?”
“버스커 버스커 좋아하냐고.”
윤재가 코웃음을 치면서 마이크를 나한테 떠넘김.
“내가 첫사랑 불렀으니까, 형이 벚꽃엔딩 불러.”
괜스레 떨리는 두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벚꽃엔딩을 선곡함.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라서 그런지 음을 못 맞추겠더라.
잇따라 윤재가 마이크 하나를 들고 와서는 천천히 맞춰 불러줌.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부를 만큼 부르고 바깥으로 나가니까
카운터 여성분이 흐뭇한 미소로 윤재랑 나를 쳐다봄.
뭐, 가끔 여흥으로 노래방 가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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