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박뚱시ll조회 1820l
이 글은 4년 전 (2019/9/19) 게시물이에요



“악마.”

난 자넬 이렇게 부르네. 맘에 들지 모르지만 자네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10여년 전에 내가 붙인 이름이지.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자네, 혹은 자네들을 만나려고 난 그간 무던히도 애를 써왔네. 자네 쪽에서는 그 반대였겠지만 말야.

난 요즘 또다시 화성에서 일 하네. 자네도 알는지 모르겠지만 작년 말 화성에서 귀가하던 여대생이 실종,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어. 그 사건이 여태 해결되지 않아 거기서 수사지도를 하고 있네.

근데 말야. 참 질긴 악연이지. 여대생이 실종, 살해된 곳이 바로 그 동네야. 자네 혹은 자네들이 귀한 생명들을 무참히 짓밟고 다니던 그 동네. 수사본부도 그때 그 파출소 자리에 있다네. 기분이 어떤가….

이제 자네를 잡아도 7차 사건까지는 ‘죄’를 물을 수가 없네. 8차 사건 범인은 잡혔지만, 9차 사건의 공소시효도 다음달로 다가왔고 마지막 10차 사건은 내년 4월에 만료된다고 하네. 나도 내년 6월이 정년이야. 지난 21일이 현직에서 맞은 마지막 경찰의 날이었던 셈이지. 시효만료에 담당형사는 정년이라…. 또 세간에선 화젯거리가 되겠지. 난 더욱 비참해질 테고. 자네는 꼭 내 손으로 수갑을 채우려고 했는데 이제 그 수갑도 반납해야 해.

난 사실 형사로서는 복 받은 사람이야. 1971년 경찰에 입문해서 강력형사 외길을 걸으며 292명의 살인범을 비롯, 내가 교도소에 보낸 사람이 수천명은 될 거야. 웃분들이 그 점을 인정해 준 덕에 2004년 7월부터 1년간은 전북 임실에 가서 ‘총경’이 아닌 ‘경정’을 달고 서장까지 해 봤네.

그렇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실패한 형사야. 자네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지.

1·2차 사건이 발생한 뒤 그러니까 86년 12월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있을 때 화성사건 수사본부로 차출돼 갔으니 내년이면 정말 꼭 20년이구먼.

몇 달씩 집에도 안 들어 가고 자네를 잡으려고 미친놈처럼 다녔어. 마누라와 애들 생일은 몰라도 자네가 저지른 범행날짜와 시간, 형태는 아직도 줄줄 외우고 있네.

내 부하는 과로로 쓰러져 지금까지 반신불수로 있고 또 다른 부하들은 용의자를 무리하게 조사하다가 숨지게 하는 과오도 저질렀지. 나 역시 직위해제가 됐었고 말이야.

그런 중에도 자네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추가 범행들을 저질러 갔어. 왜 그랬나.

자네도 아마 이제 중년이 됐겠지. 자넨 성격이 무척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없는 사람인데, 결혼은 했나? 아이들은 있어?

자네도 그 영화 ‘살인의 추억’ 봤나. 난 범인도 못 잡은 놈이 사람 많은 극장엘 갈 수 없어 혼자 자동차극장엘 가서 봤네. 혼자 참 많이 울었어.

70살이 넘은 노파도 있었어, 어머니 생각은 안 나던가. 갓 결혼한 새댁도 있었고 꽃다운 스무살 처녀와 앳된 여고생·여중생도 있었어.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던가.

난 자네가 다녀간 곳에 나가 사체를 수습하며 분을 참을 수가 없었어. 그러곤 자네를 잡으면 결코 법정에 세우지 않고 내 손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지.

하지만 그러면 뭘 해. 난 결국 자넬 잡지 못했고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겐 평생 죄인으로 남게 됐네.

난 요즘도 꿈을 꾸네. 자네가 저지른 악마와 같은 범죄. 알몸으로 묶인 채 난행을 당한 우리 누이, 동생, 딸들…. 그리곤 또 꿈을 꾸지. 내일 당장이라도 자네 같은 악마에게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없어져 내가 나간 뒤라도 우리 후배들이 자네를 잡아들이는 꿈을.

몸에 암(癌)이 생기면 끝까지 치료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런데 자네 같은 사회적 암을 제거하는 데 공소시효가 있다는 건 말도 안 되지. 그거 아나. 요즘도 우리 후배들은 유사사건을 가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갈 때마다 자네의 유전자 샘플과 대조를 한다는 걸. 그래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렇지만 난 아직 화성에 있고 그만두는 날까진 자넬 찾아 다닐 것이네.


그리고 그 망할 놈의 공소시효만 없다면 내가 없더라도 우리 후배들이 자넬 반드시 잡을 거야. 지금은 우리도 예전과 달라.

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말게. 우리 꼭 만나야지. 안 그런가?

-----

경기경찰청 하승균(59·경정) 수사지도관을 만났다. 영화 속의 실제 형사로 알려지며 2003년 개봉 때에도 화제가 됐었다. 영화가 개봉된 그해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는 수사 기록서를 냈고,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출판됐다.

그 역시 화성사건 공소시효 만료 두 달 뒤인 내년 6월 옷을 벗게 된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범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https://news.v.daum.net/v/20190918220813343 

오늘 소식 듣자마자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셨다고ㅠㅠㅠ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와....소름....정말 멋진분이네요
4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중앙대생이 분석한 ㅍ/ㅋ 특징...txt375 사나사나05.05 22:2072507
팁·추천 성심당이 2주간 서울에 옵니다!!!!181 공개매수05.05 21:0397173 20
이슈·소식 난리난 어린이날에 페도필리아 창작물 낸 사람들 근황148 그대내게햄버05.05 20:3482149 18
유머·감동 고딩엄빠에 나온 신기한 부부140 흠냐링..05.05 20:13111772 22
이슈·소식 몸 둘 바를 모르겠는 향수 마케팅.JPG78 우우아아05.05 22:0381384 1
팬들 니즈 파악 잘했다고 소문난 아이돌 컨포 미미다 14:17 1 0
투니버스의 유영진, 테디였던 작곡가 존 스미스 14:06 754 0
닮은 꼴 월드컵 4차원삘남 13:48 375 0
요즘 반응갈리는 도자캣 패션.JPG (후방)27 우우아아 13:31 7263 2
썬키스트 사탕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는 난제20 잘지내는거맞 13:31 3732 0
공부할때 킹왕짱 드링크들 하라구우 13:26 2470 2
어린이날에 아동음란물 사고 판 사람들 최신근황38 그대내게햄버 13:16 7885 1
딸에 대한 사랑이 너무 잘 느껴지는 레이먼킴 인스타글들.jpg7 하니형 13:03 7138 6
사실 출산율도 출산율인데.. 젊은 애들이 애를 낳기는커녕 그냥 다 죽어가고있음21 알라뷰석매튜 13:02 9282 11
운동과 공부가 자존감 올라가는 이유,,,알아보는 달글3 뇌잘린 13:02 7175 1
솔직히 4세대 남돌 보컬 탑임.x3 시바개임 12:59 2439 0
한눈에 보는 외향인 내향인의 결정적인 차이.jpg16 담한별 12:53 10015 7
저출생의 그늘…"2044년엔 일할 사람 1000만명 실종”4 전지적시청자 12:50 4366 0
766번째 꼬맨틀 배진영(a.k.a발 12:48 842 0
한국인들 취향이 엿보이는 한국의 '첫사랑'들2 Twenty_Four 12:45 7112 3
] 70 넘어서야 왕이 된 영국 찰스 3세 근황 둔둔단세 12:45 3384 0
오늘 비오니까 에버랜드는 사람 없겠지15 306399_return 12:42 12862 1
snl 맑눈광이간다 이언주 편 308624_return 12:41 1487 0
갓생의 의인화인 것 같은 아이돌3 백챠 12:32 4125 1
축구팬들 자극하는 조별과제 팀 소개1 iptv 12:28 1098 0
전체 인기글 l 안내
5/6 14:14 ~ 5/6 14:1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이슈·소식 인기글 l 안내
5/6 14:14 ~ 5/6 14:1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