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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ll조회 370l
이 글은 4년 전 (2019/10/18) 게시물이에요
https://unsplash.com/
https://youtu.be/bQpcUCn16CY





성찬경, 보석밭

 

 

 

가만히 응시하니

모든 돌이 보석이었다

모래알도 모두가 보석이었다

반쯤 투명한 것도

불투명한 것도 있었지만

빛깔도 미묘했고

그 형태도 하나하나가 완벽이었다

모두가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보석들이었다

이러한 보석이

발아래 무수히 깔려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하늘의 성좌를 축소해 놓은 듯

일대 장관이었다

또 가만히 응시하니

그 무수한 보석들은

서로 빛으로

사방팔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빛은 생명의 빛이었다

이러한 돌밭을 나는 걷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의 밭이었다

홀연 보석밭으로 변한 돌밭을 걸으면서

원래는 이것이 보석밭인데

우리가 돌밭으로 볼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것 모두가 빛을 발하는

영원한 생명의 밭이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이다







황지우,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류시화, 벌레의 별

 

 

 

사람들이 방안에 모여 별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문 밖으로 나와서 풀줄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를 구경했다

까만 벌레의 눈에 별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벌레를 방 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어느새 별들은 사라지고

벌레의 눈에 방 안의 전등불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벌레를 풀섶으로 데려다 주었다

별들이 일제히 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박재삼, 갈대밭에서

 

 

 

갈대밭에 오면

늘 인생의 변두리에 섰다는

느낌밖에는 없어라

 

하늘 복판을 여전히

구름이 흐르고 새가 날지만

쓸쓸한 것은 밀리어

이 근처에만 치우쳐 있구나

 

사랑이여

나는 왜 그 간단한 고백 하나

제대로 못하고

그대가 없는 지금에사

울먹이면서, , 흐느끼면서

누구도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할 소리로

몸째 징소리 같은 것을 뱉나니






이가림, 이슬의 꿈

 

 

 

내가 이슬 되어

칼날 선 풀잎을 타고

차디찬 어둠을 넘어서 가는 새벽

그 실낱같은 외길 끝에

언제나 나를 부르는 별 하나

떨고 있었네

 

천길 벼랑 위에

환한 금강초롱의 등불로 매달려

날 기다리는 얼굴 하나 있어

입술 터지고

무릎 피멍들어 문드러져도

캄캄한 안개 속

홀로 갈 수 있었네

 

삶은 온몸을 찰나에 내던지는

눈부신 죽음

그대와 나

조그만 빛의 이슬이 되어

생의 사닥다리

그 아득한 꼭대기에서 떨어지고파

부서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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