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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얌 겨론해ll조회 330l
이 글은 4년 전 (2019/10/23) 게시물이에요







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

 

 

 

아파서 약 먹고 약 먹어서 아팠던 아버지는

주삿바늘 꽂고 소변주머니를 단 채 차가워졌는데

따뜻한 피와 살과 영혼으로 지어진 몸은

불타 재가 되어 날고 허공으로 스몄는데

 

아버지의 구두를 신으면 아버지가 된 것 같고

집 어귀며 책상이며 손 닿던 곳은 아버지의 손 같고

구두며 옷가지며 몸에 지니던 것들은 아버지 같고

내 눈물마저도 아버지의 것인 것 같다

 

우리는 생긴 것도 기질도 입맛도 닮았는데

정반대의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포옹하는 사람처럼 서로의 뒤편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마주 오는 차량의 운전자처럼

무표정하게 서로를 비껴가버린 것이다







권순진, 개별 경제학

 

 

 

입맛 당기고 호기심 당기는 점심 특선 웰빙비빔밥

정가가 육천 원이라..잠시 망설이다

사천 원짜리 그냥 비빔밥으로 낙찰을 본다

 

문자 받고 가야되나 말아도 되나 머리 굴리다가

찾은 고등학교 동창 초상집에

미리 준비해간 부의금 삼만 원

다른 녀석은 대개 오만 원이고 십만 원도 했다는데

잠시 망설이다 돌아서서

슬그머니 이만 원을 더 보탠다

이천 원의 내핍과 이만 원의 체면

스스로 쩨쩨해지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그래서 늘 부자가 부럽기는 부럽다







이종수, 달함지

 

 

 

대학교 다닐 때 써클실마다 떡 팔러 올라오던 아주머니

아직도 떡 팔고 있다

김밥말이 인절미 절편 튀김 담긴 고무대야를 내려놓으며

떨이떡이니 팔아달란다

아니 할머니가 다되어 등장할 대목이 아닌데

누가 쓴 쪽대본일까

떡 팔아 빌딩 몇 개는 샀다는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 줄 알면서도

괜히 믿고 싶어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르내렸던 언덕길만 해도 지구 몇 바퀴는 되었을 텐데

간간히 오리배 타는 유원지에도 나타나곤 했던

신출귀몰한 떡들은 왜 아직도 생계형 떡으로 달라붙어 있을까

아직도 밖으로 내모는 떡의 자식들

돈 없어 못 사먹던 그때나 있어도 안 먹는 지금이나

떡은 마천루를 짓고도 남을 이문 없는 일이거나

늘 꼭대기나 벼랑에 부리고 돌아가는

저것을 달함지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문창갑, 책들이 나를 읽는다

 

 

 

책도 외로움을 타는가

내가 책을 읽어주지 않으니까 요즘은 가끔

책들이 나를 읽는다

 

오늘도 책장의 책들 죄다 나와

멀뚱멀뚱 밤빗소리나 듣고 있는 궁상스런

온몸에 곰팡이 핀, 나를 읽기 시작한다

 

낱낱이 읽히고 있다

천방지축 개판으로 살아온 내 삶의 기록들

 

책들이 나를 읽는 밤

내 몸, 한없이 차갑다






이화은, 나비

 

 

 

저 가벼운 터치를

시라고 말해도 되나

 

저 단순한 반복을

시라고 말해도 되나

 

저 현란한 수사를

시라고 말해도 되나

 

허공을 즈려밟는 위험한 스텝을

 

꽃에 얽힌 지루한 염문을

 

한 번쯤

하루쯤

한 생()쯤은 몸을 바꾸고 싶은

 

저 미친 외출을 시라고, 시인이라고 말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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