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윤정한 아내ll조회 281l
이 글은 4년 전 (2019/11/14) 게시물이에요

https://unsplash.com/

https://youtu.be/UJrV5Xqwqc4








정임옥, 뿌리

 

 

 

나무뿌리에 앉아 잠이 들었다

뿌리가 말을 걸어왔다

바람이 이따금씩 그 말을 끊어 놓았다

빈 깡통이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다시 뿌리가 말을 걸어 왔다

이번에도 바람이 귀를 막아버리자

뿌리가 가지 끝으로 손을 내뻗었다

만져지지 않았다

네가 만져지지 않던 지난날의 내가

저 뿌리와 같았음을 알겠다

네 마음 끝까지 오르지 못한 내가

나무의 빈 물관에 불과했음도 이제는 알겠다

네가 잠 속까지 따라 들어왔다

잠에게 말을 걸자

꽃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바람도 숨을 죽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침

가지 끝에 매달린 뿌리를 본다








김소월, 산유화(山有花)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 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유하, 무화과 나무에 기대어

 

 

 

무화과 나무에 기대어

꽃시절을 세상에 바치고

자기 내부로 꽃을 피웠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무화과 꽃차례 속으로 들어가

나무에게 꽃가루를 전하고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생을 마치는 꿀벌들처럼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한 사람들

 

무화과 나무에 기대어

별똥별의 길과

그 별똥별의 편도를 따라 가버린 이들이

마침내 피워낸

보이지 않는 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용혜원, 전화 대화

 

 

 

나의 연인이여

사랑하는 사람아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지 않습니까

 

"나야" >하고서는

왜냐고 물으면

"그냥 보고 싶어서"

대답하고는 한동안

아무런 말없이 있으면

어찌 합니까

 

"무슨 일 있는 거야?"

물으면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대답하고는 한동안

아무런 말없이 있다가

"사랑해 잘있어 이 말을 하려고 했어"

하는 그대

 

우리는 때로

마음만 전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랑은 이래서 하고픈 것입니다

사랑은 이래서 빠지고 싶은 것입니다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물어보면 엄청 갈린다는 비비를 알게된 계기350 t0ninam05.26 15:5692970 5
유머·감동 친구가 취직 성공해서 파티했는데 일 힘들다고 이틀만에 그만둠.jpg206 알잖니05.26 16:2795816 2
이슈·소식 현재 댓글창 난리난 강유미 브라이덜샤워 편.JPG307 우우아아05.26 18:12110609
이슈·소식 현재 인천시 선언에 초비상걸린 서울시..jpg153 우우아아05.26 21:4173691 5
유머·감동 오늘 참외 깎는거 보고 충격먹음129 308679_return05.26 17:3272467 3
조폭 몸키우는 식단.txt 용시대박 7:28 1430 0
오늘 삘 받았다는 1일 4윈터 폴로 에스파 윈터 인스타 쿵쾅맨 7:28 903 0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모르는 남자분 게임을시작하 7:25 673 0
아 귀엽다고보고있었는데 개난장판 어니부깅 7:25 426 0
그 시절 서로의 패션감각을 확인할 수 있던 게임 큐플레이 위례신다도시 7:24 1419 0
지하철에서 멱살잡이 하는 두 분 어니부깅 7:24 731 0
샤이니 돈콜미 가사 검색했는데 멍ㅇ멍이 소리 7:22 698 0
어른 되면 버킷리스트가 케잌 한 판 사서 무릎에 올려놓고 혼자 먹는 거였음.twt1 성종타임 7:17 1962 0
(스압)은근 몸매 좋은 ITZY 유나.jpgif 다시 태어날 7:15 1323 0
새벽 3시에 잠에서 깨면 안 되는 이유3 NCT 지 성 7:11 3606 0
팬들 모두가 펑펑 울어서 눈물바다였던 콘서트 있어?4 풋마이스니커 7:09 1952 0
리얼리즘 케이크 장식 .jpg1 색지 7:08 2732 0
광장 시장 처음 가 본 사람의 흔한 반응.jpg Goodlove 6:56 2675 0
대방어에 있는 기생충 (기생충 주의). gif 이등병의설움 6:50 2318 1
엄마가 매일 나에게 초록색 약을 먹이길래 약국에서 약의 정체를 알아봤더니...gif..1 하품하는햄스 5:58 7354 0
강아지인척 하고 오빠 방 문을 긁어보았다2 사정있는남자 5:57 5127 0
귀여니 비판하려고 책 읽었는데3 알케이 5:57 8752 0
(약스포) 재벌집 형수님피셜 연기가 아니라 찐이었다는 장면.gif2 하품하는햄스 5:57 10485 0
스우파로 처음 알았다 vs 원래 알고 있었다로 갈리는 보아 미국 노래 엔톤 5:53 2836 0
[놀라운토요일] 최연소 출연자에게 간식을 먹이기 위한 인간쓰레기 탈출 배틀.jpg11 캐리와 장난감 5:53 8600 5
전체 인기글 l 안내
5/27 7:44 ~ 5/27 7:4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