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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ll조회 298l 1
이 글은 4년 전 (2019/12/07)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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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 인스티즈


문복주, 밤길

 

 

 

밤길 집에 오르다 보면

새끼 고라니 얼마나 외로웠는지

길가에 나와 겅중거리다 놀란 눈으로

숲에 숨는다

밤 고양이도 오소리 텃새도

밤길 가다 마주친다

이 밤 얼마나 외로웠으면

외진 길가에 나앉아 펑펑 우는 것일까

나도 집으로 가면서

산길 오르며 흐느낀 적 있다

무언가 잘못 산 것 같아

적막한 산골 집으로 가면서

알지 못할 눈물에 흐릿한 길 더듬으며

무엇에 자석처럼 이끌리며

눈물 펑펑 흘리며 어릿어릿 집으로 간 적 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 인스티즈


채향옥, 생일

 

 

 

어머니

조마조마

무릎 아래

나를

내려놓으셨다

 

아버지

왼 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셨다

 

기쁨과 슬픔과 두려움으로 뛰는

세 개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 인스티즈


이철성, 시의 향기

 

 

 

때는 밝은 아침

새들이 푸른 하늘서 내려올 때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시는 그림을 닮아

낮은 집들과

아름다운 문양의 창틀과

붉은 기와들을 그린다

시는 음악을 닮아

마당을 뛰어가는 아이의 짧은 고함과

그 붉은 볼과

너른 들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떨어지는 사과와 시큼한 순간들

적는다

시는 중심에서 피어나는 향내처럼

모든 것들 속에서 피어나고

너른 하늘에 가득하고

내 얼굴과 코끝을 쓰다듬는다

시는 가난한 연필이 훑고 지나간

작은 일기장 위에 있다

일기장을 덮으면

시는 마개로 닫힌 과일향이 된다

시는 내일 아침 아내가 몰래 열어보기 전까지

배낭 깊은 곳에 놓여진 때 묻은 작은 일기장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 인스티즈


김소월,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나무 그늘에 앉아 시를 쓴다 | 인스티즈


마종기, 익숙지 않다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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