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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년 전 (2020/1/01) 게시물이에요

‘천민민주주의’라는 용어


천민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있다. 학술적으로 인정받은 용어는 아니다. ‘천민자본주의라’는 학술 용어는 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가 떼돈을 번 자본가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그런데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회창 씨가 가회동 빌라를 차명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더러운 정쟁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천민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 생소한 용어가 탄생했다. 이후 한국에서 이 용어가 종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말을 즐겨 쓰는 자들은 우리나라의 지배자들이다. 이들은 “자격도 없는 개돼지 민중들이 한 표씩이나 행사하는 바람에 나라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뜻으로 천민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너무 천박하다. 민주주의 세계에서 사는 현실도 너무 불행하다. 자기들처럼 똑똑한 귀족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데 천민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하지 말라. 때가 어느 때인데 누가 귀족정치를 운운한단 말이냐?’라는 반론은 너무 안이하다. 2016년 4월 전경련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이 개원 19주년 기념토론회를 연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천민민주주의는 극복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는 천민민주주의에 관한 25명의 다양한 주장이 실려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잠시 살펴보자.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천민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천민이 주인 된 세상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역으로, 민주주의가 지탱되려면 귀족(nobility)이 그 척추를 이루어야 한다.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를 막아주는 존재가 귀족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귀족성’이 필요하다.”


보라. 귀족정치 운운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들은 민중들의 의사표현을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귀족성’이 필요하단다. 몇 가지 더 읽어보자.


“무책임한 대중을 천민민주주의의 주원인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중이 어리석은 민중(愚衆)으로 전락하고 그들이 아무리 천박하고 미개(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 잘못 쓰면 큰일 난다)하게 굴더라도 ‘귀족’들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그 사회는 건재할 수 있다.”


민중들은 천박하고 미개하단다. 반면 자기들을 뜻하는 귀족은 너무 훌륭하단다. 그래서 이들은 이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귀족은 교양, 상식, 소신, 애국심, 책임감, 비전, 배려 등 천민성과 대조되는 가치들을 체화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엘리트를 말한다. 그들은 정치인일 수도, 관료일 수도, 군인일 수도, 기업인일 수도, 학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자유주의를 확산시켜, 천민민주주의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주의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견고한 믿음을 가진 ‘자유주의 시민’이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야 한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제 너무나 분명해졌다. 이들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귀족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귀족정치는 민주주의를 증오한다


천부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는 1인1표제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귀족정치 지지자들은 1인1표제를 혐오하고 1원1표제, 즉 가진 돈만큼 정치적 권한을 갖는 세상을 이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꿈은 1원1표제를 향해있는데 현실이 1인1표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들조차 선거철이 되면 민중들에게 고개를 굽실거려야 한다. 이게 그들에게 얼마나 고역이겠나? 귀족이 개돼지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판이니 말이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심이 튀어나온다. 손을 잡아주기를 간청하는 민중들 면전에 “이러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라며 경멸하는 표정을 짓는 이유다.


자유경제원의 사고는 전경련과 한국 재벌들, 지배계급의 생각을 대변한다. 당연히 그들의 지지를 등에 입은 보수 야당의 사고이기도 하다. 이런 자들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필요하지 않다.


선거 때만 민중들에게 고개를 숙이다가,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면 민중을 벌레 취급하는 1원1표제 지지자들에게 내어줄 공간은 한 평도 없다. 그것이 이 소중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던진 수많은 열사들의 후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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