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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국이네 메르시ll조회 358l
이 글은 4년 전 (2020/2/02)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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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한국사람 (하모니카 연주곡)


(투병중이던 김현식과 그의 어머니)


본 글은 「사랑의 가객, 김현식」을 편자한 육상효씨가 日刊스포츠 기자로 활동 했을 때 김현식의 자서전을 담당하면서 쓴 내용입니다.



 신문사는 퇴근 무렵이 좋다. 복잡한 하루는 나른한 피곤으로 몸속에서 정리되고 사람들은 저마다 편집국을 둘러보며 그날의 괜찮은 술 상대를 찾는다. 그날 우리도 그랬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무 일도 없었고, 다른 날보다는 좀 이른 시각인 7시쯤 나는 선배, 동기 두셋과 탕수육에 단 소주 한잔을 위하여 일어섰다. 참으로 평범하고 나른한 퇴근 무렵이었다.


 우리가 막 겉옷을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설 때, 생활부에서 패션을 담당하는 여자 선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물었다.

 "김현식이라는 가수가 있어?"

 그래서 우리는 다 웃었다. 적어도 우리에게 그건 농담이었다. 그는 노래 잘하고, 꽤 유명했을 뿐더러, 우리 신문에 그의 자전이 연재되기도 했었다.

 "우리 신문도 안 봤어요?"

 웃으며 다시 문쪽으로 돌아서던 한 선배가 그렇게 말을 던졌다.

 그러나,

 "죽었다는데? 사진 작가 김중만 씨와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약속을 못 지키겠다고 전화가 왔어. 자기가 잘 아는 김현식이라는 가수가 죽어 그 집에 가봐야 한다고."

 마흔을 한두 해 앞둔 중년의 여자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자기 자리를 향하여 갔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김현식과 관련되 일은 아무런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다시 겉옷을 벗고, 가방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김현식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선배는 김현식과 가까운 다른 가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갓의 집에서는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김현식의 몸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몇달 전 캐나다로부터 귀국한 어머니였다. 물론 전에도 한 두 번 어머니와 대면한 일은 있었다.

 "우리 현식이 떠났어요."

 어머니가 기진한 말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가 죽었다는 정보만 확인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만큼 누구를 위로한 경황도 나에게는 없었다. 선배도 아는 사람들과 몇 차례 통화를 한 뒤 전화를 끊고 멍하니 담배를 피고 있었다. 바로 며칠 전엔가 나와 그 선배는 늦은 술자리에서

 "가수 김현식을 우리들의 힘을 합해 구해내자. 술과 사람들의 냉대로부터."

 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술잔을 부딪혔다.

 

 일단 나는 부장에게 갔다.

 "가수 김현식이 죽었다는데요."

 부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대중가요 쪽에만 30년 가까운 기자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부장은 우리보다 훨씬 직업적이고 이성적이었다. 부산한 부장의 취재지시가 내려졌다. 동료 한 명은 사진부로 뛰어가 사진기자와 동행취재를 합의했다. 선배와 부장은 같이 편집부로 가 판갈이를 위한 합의로 편집부장과 상의했다. 나는 그의 집으로 가는 배차(配車) 신청을 했다. 그러나 발송을 위해서 회사 차들이 총동원되는 시각인 데다, 또 그날따라 터진 몇 개의 사건으로 회사차는 바닥나 있었다.

 결국 운전을 할 줄 아는 동료가 자기 차로 사진기자를 싣고 그의 집으로 떠났다. 나는 사환 학생들에게 자료실에 있는 그에 관한 모든 사진과 기사 자료들을 찾아달라고 말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부장은 우선 전화 취재로 그의 죽음에 관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써서 다음 판까지 집어넣으라고 성화였다. 다음 판까지 시간은 좀 있었다. 나는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


 가수 김현식이 죽었다. 그가 죽었다. 나는 가만히 이런 말들을 되뇌었다. 문득 중학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난 형 생각이 났다. 그 형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으로 밤마다 가위에 눌러 헛소리를 해대던 그 시절의 나도 생각났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그때만큼 슬프지는 않았다. 아무런 고통도 슬픔의 느낌도 내게는 있지 않았다. 다만 몸 구석구석에 퍼져오는 나른한 니코틴 기운처럼 그의 죽음은 서서히 온몸으로 실감돼왔다.


 사환 학생들이 그에 관한 갖가지 자료들을 내 책상 위에 쌓아놓았다 그의 콘서트 기사, 스타 스토리, 건강악화 기사, 검찰의 마약 연예인 구속 발표 기사, 그리고 사진 등… 그가 떠난 세상의 빈껍질처럼 그것들은 그렇게 부질없이 내 책상 위에 쌓여 있었다.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저번 녹음실에서 병원에 종합진단 받으러 간다는 얘기로 서로가 화난 얼굴로 헤어질 때인가, 그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고통받고 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일하고 먹고 마시고 했다는 것이 왠지 끔찍하게 생각됐다. 결국 타인의 고통에는 한걸음도 다가갈 수 없을 뿐이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별 김현식이 1일 하오 5시 20분 지병인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렇게 무미건조한 사실 진술들로 기사를 시작했다. 원고지의 칸 속에 내가 써서 밀어넣은 글자들이 하나하나 눈 앞에서 아득해져갔다.


 스트레이트와 그의 약력으로 간신히 기사를 마감할 무렵 집으로 갔던 동료 기자가 사진기자와 함께 돌아왔다. 언더가수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고 방에는 벌써 빈소가 차려져 있다는 말로 동료 기자는 간단히 상가의 풍경을 전했다. 급속으로 빼온 사진에는 흐느끼는 어머니, 완제, 문상객들이 스케치되어 있었다.


 기사를 마감하고 나온 우리는 어느 누구부터라 할 것 없이 근처 술집으로 들어갔다. 반색하며 맞이하는 아주머니가 뭘 마실거냐고 물었을 때,

 "더러운 세상 더럽게 마시고 빨리 취해야지.""

 라며 한 선배가 소주를 시켰다. 그리고 취했고 뿔뿔이 흩어졌다. 취기 속에서도 그가 죽었다는 사실만은 명료하게 머릿속에서 반짝거렸다.


 다음날 오전 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전화를 받았다. 한 종류는 1면에 나간 그의 유고기사 제목인 '김현식 끝내 갔다'에서 '갔다'라는 말이 한 인가의 죽음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저속하지 않느냐는 전화였다. 그 제목을 뽑은 편집부 기자는 그의 갑작스러운 떠남에 대한 놀라움과 아쉬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그 표현의 저속스러움에 합의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 인간의 고귀한 죽음에 그런 표현을… 전화를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흥분하고 있었다.


 또 한 종류는 대부분 대학교 1, 2학년쯤은 될 것 같은 여학생들이었다. 거의가 감정을 가누지 못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중에는 그의 스타 스토리 연재 당시 자주 격려전화를 해와 목소리가 익숙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미 신문을 통해 확인한 사실들을 다시 나에게 물었다.

 "정말 그가 죽었나요?"


 그건 의문이 아니라 안타까움이었다. 그리고는 한결같이 '왜'라고 물었다. 그들은 '왜'라는 질문을 통해 가수의 간경화라는 의학적 사인(死因) 이상의 대답을 나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 15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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