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간 경변증에 걸려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61살 남성
간 질환으로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금 그를 가장 괴롭히는 건 심각한 황달 증세다.
아무리 황달이라고 해도 일순간에 얼굴색이 변하는 게 아니라서
서서히 나타나는 변화에 무신경하게 대처한 게 그만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
처음 내원했을 때 황달의 정도를 알려주는 혈액 내 빌리루빈 수치가 정상보다 17배나 높았다.
그 쌓인 노폐물이 얼굴에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황달이 간 질환의 대표적 증세라고 한다.
2년 동안 치료했지만
지금도 혈액 내 빌리루빈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라서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그도 그럴 게 술로 끼니를 해결하다시피 하며 생활한 그인지라 몸 곳곳이 병들어 있다.
간이 지나치게 부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면역력이 떨어져서 양쪽 폐와 식도까지 곰팡이가 잠식한 상황이다.
인체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단순한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하고,
다른 장기까지 곰팡이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썩어들어간 것이다.
그럼 그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셔왔던 것일까?
눈 뜨자마자 술부터 마시면서도 '몸을 생각해서'
새벽에 자전거를 타며 열심히 땀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와서 반주로 다시 소주 한 병을 들이켜고,
점심에 또 한 병, 저녁 전에 간식 삼아 다시 한 병,
밤에 출출하니까 야식 대신 기어코 소주 한 병을 더 마셔서 5병을 채우고야만
'집념의 술꾼'이었던 것이다.
그런 생활을 30여 년 동안 이어온 끝에 그의 몸은 지금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어쩌면 그는
"이렇게 술독에 빠져 살다가 정 안 되면 까짓거 죽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말처럼 그렇게 살다 '밤새 안녕' 하는 삶이었다면 아주 좋았을 성싶지만
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뒤가 다른 게 사람의 간사한 마음인지라
참기 어려운 고통 앞에 백기 투항하여 결국 병원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치명상을 입은 간은 결코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어서
몇 년이 지난 지금 그가 건강을 쉬이 회복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더라도 조금이나마 나은 몸 상태로 60대 중반을 맞이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지긋지긋한 술로부터 완전히 탈피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