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건 대부분의 돌고래 떼들이 배를 통과해 지나간다는 점이다. 배와 나란히 헤엄칠 수도 있고 돌아서 갈 수 있을 텐데 굳이 배 밑으로 지나가는 이유는 뭘까? 배와 부딪힐 위험도 있는데 말이다.”
“선임사관 분들은 돌고래가 배와 노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믿지 않았다. ‘자기들보다 백배는 더 큰, 재미없는 딱딱한 배와 논다고? 말도 안 돼.’ 그러던 어느 날, 배위 선수부인 폭슬(forecastle)에 갔다가 이 말이 사실임을 목격하게 되었다.”
“(...)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돌고래들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물속에서 유유자적 가뿐히 이동하는 느낌. (...) 가끔 배의 속력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기도 하면서 배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논다는 말이 맞았다.”
“순간 배 앞에서 헤엄치던 돌고래 중 한 마리가 이탈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한 마디로 옆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한 마리씩 사라지더니 결국 마지막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때서야 눈치챘다. 돌고래들은 누가 오래 견디나 시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열 마리로 시작해 힘들어진 돌고래는 포기하는 방식으로 최후 승자를 가렸다. 마지막까지 남은 돌고래는 시합이 끝났음에도 자신은 아직 더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한동안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김승주,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에서
??? : "이야 쟤 독하다 독해 ㅋㅋㅋ 저걸 끝까지 따라가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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