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고인 눈물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게
일어설 수 있게
같은 아픔을 겪은 문장들이 나를 달래줘서
여시들과도 나누고 싶어
책은 상실을 그림을 통해 극복해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선을 하나 그어야 선이 하나 생긴다는 것. 하루를 살아야만 또다시 하루가 온다는 것. 그런 정직함이 위로가 된다. 나의 슬픔을 무수한 선으로 바꾸어 아롱이를 그리고 싶다. 시간이 흐른 뒤 지나온 자리를 살펴봤을 때, 그 안에 돋을무늬처럼 새겨졌을 형상을 보고 싶다. 흩어진 마음의 조각을 이어서 만든 무한한 별자리를 말이다.
가끔 아롱이가 오늘만큼은 꿈에 와 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언제나 그런 바람은 다음 날 아침이면 무색해지고 말지만.
신기하다. 날 아프게 한 사람은 꿈에서도 아프게 하고, 한 번도 날 아프게 하지 않은 존재는 꿈에서도 날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게. 상투적인 말이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아플까 봐 아롱이가 찾아오지 않은 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아롱이를 맞이하고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데. 의도와 상관없이 살짝만 방향이 어긋나도 서로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는 세계에서 실수로라도 아롱이가 단 한 번도 날 깨물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 개 한 마리는 어디 갔어요?"
이웃집 할머니가 묻는다. 우물쭈물하다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멋쩍게 웃어 보인다. 계속 걷는다. 육교를 지나고 경찰서를 지난다. 아롱이는 없지만, 같이 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이토록 아롱이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면 같이 있는 게 아니고 무엇이지?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명백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같이 있지는 않지만, 같이 있다. 모두 진실이다.
네가 산책을 좋아한다면 나도 산책하는 것이 좋아
네가 공놀이를 좋아한다면 나도 있는 힘껏 공을 던진 다음 그 공을 입에 물고 네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는 게 좋아
네가 사람을 좋아한다면 나도 '사람'이라는 존재를 조금은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세상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본다면 나도 그런 세상을 조금은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밤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밤이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맺혀 있듯이, 지금 내 눈동자에도 밤이의 얼굴이 맺혀 있을 터다. 어떤 마음일까? 우리는 서로를 전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가만히 바라볼 수는 있다. 어떤 표정이 떠오를 때까지.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 서로의 위로가 되는 기분인
정다연의 마지막 산책이라니
나는 저 제목을 멋대로
마지막 같은 건 없다는 의미라 생각하기로 했어
상실감을 극복하면서
자연과 동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내 주변을 곰곰 소중히 여기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에세이야
저 출판사랑 아무 관계 없고 이번에 처음 알았고
그냥 책 좋아하는 일개 여시인데
좋은 책이라 함께 나누고 싶었어
여시들에게도 좋은 책이, 따뜻한 마음이 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