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내가 죽었다고요?"
정말 오랜만에 관공서를 찾은 A씨는,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등록상 자신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는 사실이었다. 멀쩡히 산 사람을 고인으로 만든 사람은 그의 친누나였다. A씨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했다가 가족들과 연락이 끊고 산 지 오래됐다. 수십 년을 안 본 누나가 자신을 실종신고해 사망자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살아서 죽은 이는 A씨만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사망자 처리된 주민등록을 부활시키기 위해 법원을 찾는 이가 최소 매년 수십 명이다. 17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 가정법원의 '실종선고'와 '실종선고 취소' 건수는 각각 1만5,378건, 1,202건이다. 법원은 실종 상태로 5년(선박·항공기 등 실종은 1년)이 지난 사람을 가족이나 검사 등의 청구에 의해 숨진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런 실종선고의 7.8%가 취소되는 셈이다.
'살아 있는 망자'의 상당수는 노숙자로 추정된다. 이들이 사망 처리를 되돌리기(실종선고 취소)가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노숙자란 특성 때문에 꽤나 많은 이가 아예 자신의 생존을 국가에 재등록하는 절차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상당수 노숙자들은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관공서를 방문하는 일이 아예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고나 범죄에 연루된 다음에야 실종선고(사망 처리)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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