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실태=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윤아의 계약기간도 '동방신기'처럼 13년으로 드러났다. '슈퍼주니어' 멤버는 5년에서 길게는 13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샤이니' 멤버들의 전속기간 역시 6년에서 13년이었다. 모두 SM 소속 가수다.
13명으로 구성된 슈퍼주니어의 한 멤버는 3일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어도 잔여 계약기간과 위약금이 만만치 않아 쉽지 않다. 수입도 13분의 1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거액을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방신기 사태가 불거진 뒤 멤버들끼리 자체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JYP)의 전속기간은 7년, '빅뱅'(YG엔터테인먼트)은 5년, 'SS501'(DSP엔터테인먼트)은 5년으로 밝혀졌다. <표 참조>
올 4~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YG엔터테인먼트·스타제국 등 20개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개 기획사 소속 230명 연예인의 계약서 모두에서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찾아냈다. '을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항상 갑에게 통보해야 한다' '을이 계약을 해지할 때는 동업종이나 유사한 연예활동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 '을은 갑의 허락 없이 은퇴할 수 없다' 같은 조항이다. 대형기획사는 시정을 완료했고, 중소기획사는 시정 중이다.
◆아이돌, 대표적 노예계약?=지금까지 연예인의 전속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가수보다 탤런트·배우 쪽이 많았다. 그러나 한 가요기획사 이사는 “가수들의 불공정 계약이 겉으로 드러난 경우가 적었던 까닭은 합리적 계약보다는 인간적인 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전근대적 측면이 가요계에 많이 남아있어서”라고 풀이했다. 그는 “신인가수들이 소속사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공개되지 않은 불공정계약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돌 가수는 계약 당시 대부분 10대이고, 연습생 기간 2~3년을 거치며 기획사 눈 밖에 나면 데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리한 계약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획사가 어린 연습생을 발굴해 키워 내는 도제식 시스템 속에서 스타가 뜨는 순간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려는 기획사, 소수의 성공한 아이돌이 탈락자(실패한 아이돌이나 수십 명의 연습생)들의 비용까지 떠안는 시스템 등이 문제를 낳는다.
물론 기획사들은 크게 반발한다. 가수는 신인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초기투자비용이 드는데 인기 얻었다고 그때그때 계약조항을 바꾸게 되면 기획사 운영이 힘들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한국의 기획사들이 오직 '수익' 관점에서 소속 가수들을 바라본다면 동방신기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기획사는 가수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잘라말했다.
양성희·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