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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늘 잡는 연습만 해왔다.
어릴 땐 더 많이 먹기 위해 양손으로 먹을 걸 꼭 잡았고,
집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엄마 손을 꽉 잡아야 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연필을 굳은살이 박히도록 잡았고,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튼튼한 줄을 잘 선별해 잡아왔다.
그 과정에서 잡았던 걸 놓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더 많이 잡기 위해 더 힘을 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놓는다는 건 잡는 것보다 어렵다.
그래도 놓아주는 것이 한 뼘이라도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놓아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게 하고, 흘러가게 하고, 통과해야 한다.
사랑도, 이별도.
정용실, 송윤경, 홍진윤, 김준영 / 언젠가 사랑이 말을 걸면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을까.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 너는 나를 사랑스럽다고 여겨줄까.
그래서 어느 날엔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너를 본 지 오래 돼었다.
황정은 / 계속 해보겠습니다
끝끝내 사랑을 줄 수는 없겠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로 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고,
이게 내 사랑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것 말고,
좋은 것만 주고 싶다.
다짐이랄 것도 없는 상념이 머릿속을 떠나닌다.
우리의 인생엔 설명할 수 없는 일투성이일 것이다.
너는 나의 리얼리티,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강윤정 / 어떤날 3
내 인생은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언제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단련된 것처럼, 당연한 것처럼
이리 살아가야 하는 걸까
김이율 /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공지영 /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왜 헤어짐의 상태에서는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고 믿게 하는지를,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하게 되는지를,
왜 헤어진 이후로는 정확하지 않은 것만 생각하게 되는지를 모르고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를,
어쩌면 그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버둥거립니다.
당신이 잘 지내고 있다면 나 지금부터라도 잘 지낼까 합니다.
그런데 나, 어떻게 잘 지낼수 있을까요.
이렇게 못났고 마음도 엉망인데.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나는 그렇게 그와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별이 힘든 이유, 오늘부터 그와의 시간을 더이상 계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존재가 한 점에 지나지 않았던
그를 알기 전의 내 마음 상태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 마음을 묶어두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부터 어제, 그제, 일주일 전, 한 달 전,
1년 전 순서대로 거꾸로 하루씩 정리하며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그 먼지속에는 그의 웃음, 나의 눈물이 있고
함께 보낸 시간, 이제는 의미 없어진 약속이 있다.
윤건 /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출생에 대해
그 사람보다 '내' 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광호 / 사랑의 미래
기다리는 시간도 봄이다.
보내고 그리워하는 시간도 봄이겠지.
당신을 기다리고 보내고 그리워한 시간까지
다 사랑이었던 것처럼.
황경신 / 밤 열한시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 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서덕준 / 환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