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IU)가 '달의 연인'의 여주인공을 맡은 연기자 이지은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가수로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배우로서 첫 술에 배부르기는 어려웠다.
'달의 연인'은 중국 소설 '보보경심'을 원작으로 삼아 한국식으로 각색된 드라마다. 두 이야기 모두 뼈대는 21세기 여성이 과거 신분제 사회로 타임슬립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황자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이에 여주인공의 존재감이 부각되며 그 역할 역시 어느 작품에서 보다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에서는 중국 여배우 류시시가 여주인공 마이태 약희 역을 맡아 활약했다. 류시시는 청초한 외모는 물론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 그의 깊이 있는 감정선이 중세 신분제 사회의 현대 여성이라는 모순적인 상황을 시청자에게 납득시켰다.
이에 이지은 역시 그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았다. '달의 연인'의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은 이지은의 연기에 대해 "연기 천재"라고 극찬하며 드라마 팬들의 기대치를 십분 끌어 올렸다.
그러나 결과물은 기대와 달랐다.
고하진에서 해수로 영혼이 넘어가는 결정적인 순간 해당 캐릭터는 극도의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터였다. 21세기에서 10세기로 1100년의 시간을 거슬렀음에도 불구하고 이지은이 표현하는 고하진과 해수에게서는 이 같은 혼란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파악하며 놀란 가슴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는 짧은 순간에 그쳤다. 짧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해수의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다.
극을 이끌어갈 여주인공 캐릭터의 가장 중요한 감정적 동기가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 전사가 부족한 만큼 사건에 따른 캐릭터의 감정 표현도 단편적으로만 비춰졌다. 원래 대로라면 현대의 가치관으로 죽지 못해 고려에 살아가며 황자들과의 우정과 사랑으로 삶의 원동력을 찾아야 할 해수가 무턱대고 황자들에게 맞서 철 없고 답답한 캐릭터로만 그려졌다.
우려가 됐던 사극 속 현대극 어투는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대 여성 고하진이 고려로 영혼이 불시착 했다는 퓨전 사극 특유의 상황적 배경이 캐릭터의 현대적인 어투를 정당화했다. 오히려 어투보다 중요한 감정적인 표현이 힘을 잃으며 캐릭터의 매력도 급감했다.
'달의 연인'이 첫 방송되는 날 1, 2회 연속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의 이름값이 제 몫을 다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수 아이유가 4분 여의 시간 동안 무대에서 감성을 풀어내는 것과 연기자 이지은이 드라마의 메인 여주인공으로서 1시간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훨씬 깊은 감성으로 화면 상에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 분석과 배경 서사를 간직한 채 시청자를 만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지은의 고하진과 해수는 '달의 연인' 1회와 2회에서 보여진 캐릭터의 이야기 외에 보다 깊이 있는 해석을 더한 감정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연 그가 첫 방송에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의 이야기와 감정을 향후 전개에서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그 과정을 기다릴 수 있을까.
http://tvdaily.asiae.co.kr/read.php3?aid=1472484525115287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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