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인 '엄마부대 봉사단' 회원들이 특검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영장 청구를 앞두고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468일째 농성 중인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 농성장에 찾아와 난동을 피웠다.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는 "태극기를 든 엄마부대 시위대들이 16일 낮 12시께 농성장 인근으로 몰려와 직업병 피해자들의 간절한 요구가 담긴 현수막 등 6개를 훼손하고 농성장 지킴이들의 몸을 밀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17일 밝혔다. 찢어진 현수막에는 피해자들의 이름과 삼성의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엄마부대 회원 30여명은 특검 앞에서 이 전 부회장의 구속 영장 청구를 반대하는 내용의 집회를 마치고 서초동 삼성 사옥으로 이동했다가 갑자기 농성장 쪽으로 들이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농성장에는 2명의 반올림 활동가와 농성 현장을 촬영하는 미디어 활동가가 있었다. 반올림에 따르면 엄마부대는 미신고된 집회를 열고 "이재용 구속을 중단하라", "계엄령을 발동하라", "이재용 힘내라" 등을 주장하다 갑자기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협박했다. 엄마부대 회원들은 현수막·게시물을 찢거나 폭력을 말리는 활동가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신성한 곳(삼성)에서 천막이 뭐냐. 몽골촌이냐", "세월호와 같은 빨갱이를 몰아내자"는 말도 나왔다.
엄마부대가 폭력을 행사한 시간은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 처리 발표를 두 시간 정도 앞둔 시점이었는데, 당시 농성장에 있었던 활동가 이상수씨는 "이 부회장 구속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보고 흥분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물죄 수사에 대한 화풀이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하거나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한 셈이다.
지난 14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 백혈병에 걸려 4년여 투병생활을 하던 김기철(32)씨가 사망하는 등 피해는 커지고 있다. 반올림은 "엄마부대가 저지른 폭력은, 뇌물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의 범죄에 동조하는 것이자 국정농단에 찬동하는 행위"라며 "무엇보다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으로 돌아가신 79분에 대한 모독과 다르지 않다. 사망자를 비롯해서 피해 노동자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훼손한 것은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엄마부대는 지난 2014년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상대로 '반대 맞불시위'를 열거나 폭언 등으로 수 차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씨는 "우리가 바로 엄마부대를 경찰에 신고했고, 폭력을 행사한 엄마부대 회원의 신원이 확인된 상황"이라며 "경찰도 삼성 사옥 주변 CCTV 영상 확보 등 조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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