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흰 것으로 타고났다.
"희다." 라고 말하는 그 흰 치아가,
"희다." 라고 울부짖는 구름의 행진이,
"희다." 라고 속삭이는 횡단보도까지.
우리 모두는 흰 것으로 타고났다.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흰자위로 에워싸 졌을 때,
난 이미 깨달았다.
<흰 것 1>
지나가던 개미를 붙잡고 물어 보렴, 내가 널 사랑하는 거냐고.만약 개미가 아무 말도 않는다면, 받아 들이렴, 나의 사랑을.
<감정을 수긍한다는 것>
당신이란 아가미를 귀 아래에 붙여 뻐끔거리면
입김 속에 묻어 나오는 오늘도 전하지 못한 인사, "안녕."
<틈을 노려>
너로 인해 새로이 태어나고,
너로 인해 다음 생을 기리는
하루살이.
<나의 시작은 너란 것을 기억해>
당신의 머리카락을 한 올씩 셀 수 있는 천(千)의 시간.당신 입김의 형태를 서술할 수 있는 백(百)의 시간.당신과 눈 마주쳤을 십(十)의 시간.당신과의 만남은 일(一)의 시간.
<나의 시침, 분침, 초침, 모조리 당신 것이었습니다>
편지의 머리말에 당신 이름을 쓰고,
편지의 꼬리말에 나의 이름을 쓰면,
이 글은 우리가 품은 거군요.
<연서 1>
봄을 알리는 토끼풀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르는 싱그러운 너.
문득 느껴져, 너의 비누 향기.
네 생각이 떠오르는 걸 보니
봄이긴 봄이구나.
또 한 번의 계절 속에서아직 널 보내지 못한참 좋은 핑계다.
<외쪽사랑>
누구에게나 빛이 나는 시점은 다 다르고, 꼭 있다고 생각해. 넌 아직 그 시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오늘의 슬픔은 후에 더욱 완벽한 기쁨으로 보답 받기 위한 잠깐의 고난일 뿐. 네 앞길을 막는 그림자는 해가 넘어감에 따라 위치를 바꿀 테니 무릎 모아 얼굴 묻지 마. 고갤 들어, 땅만 바라보기엔 하늘 또한 끝없이 넓으니.
<오늘도 마음으로 울었니?>
사랑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찾아오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정해져 있지 않은 운명같은 거잖아. 사랑에 기준은 없어. 굳이 기준을 세워야 한다면, 네 사랑의 기준은 너야. 그러니 네 사랑을 하찮게 여기지 말아. 참 소중한 감정이잖아.
<사랑의 불시착: 고된 아름다움은 혼자만의 몫이 아님을>
매번 사진과 함께 올리려니 사진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서
올리지도 못하고 묵혀만 두던 글들을 올려 봅니다.
어찌 글들에 담긴 수많은 의미를 사진 한 장으로 추려낼 수 있나요?
만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인 것처럼,
그외에 갖가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은 글이라 여깁니다.
감정을 나누어요, 더욱 단단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