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수학과 이학년 성보라 학생 맞지?"
"너 조홍 알지? 서총련 의장 서울 대학교 총학생 회장 조홍, 니들 핵심 간부잖아 송파구 가락동 민정당사 불법 시위 및 시위 가담 했어 안했어?"
"아닌데요 안했는데요.."
" 봐라 좋은말할때 시인하고 같이 가지?"
"보라야!"
"우리 딸은 아입니더 우리딸은 잡아가면 안됩니더"
"저기,어머니"
"우리딸이 어떤 딸인줄 압니꺼
이 동네에서 젤로 공부 잘하는 압니더.
부잣집 아들, 돈 많은 집 아들 다 제끼고 노상 1등만 하던 압니더."
"서울대 법대 가고도 남는 성적인데도 지가 장학금 받는다꼬
지손으로 사범대 원서써가 1년 장학금 받고 서울대 들어간 압니더.
야 어릴 때 꿈이 검사, 변호사, 판산데 지그 엄마 아빠 돈 걱정 안시킨다꼬
지가 알아서 선생님하고 얘기해갖꼬 서울대 원서 쓴 아라꼬요. "
"서울대 알지요?
우리나라서 젤로 똑똑한 아들만 들어간다는 서울대를
과외한번 학원한번 안댕기고도 한번만에 턱 붙었다꼬요.
야가요, 우리딸이요 그런 딸입니더."
"동네서 잔치를 몇날 몇일을 한줄 압니꺼.
즈그 아버지 회사에서도 축하한다꼬 꽃다발까지 보냈습니더.
그라고 고등학교 졸업할때는 어땠는데요.
학생 대표로 교장쌤앞에 나와갖꼬 상까지 받았꼬요.
수학은 또 전국에서 10등 안에 들었심더. "
"야 외삼촌이 도청에 과장으로 있는데
도지사랑 같이 밥도 먹고 그런 사이고요
사촌 중에는 의대 댕기는 아도 있습니더."
"아이고 그라고 그라고 야 아버지는 어떤 줄 압니꺼.
한일은행에서 20년간 근속해가 은행장한테 상까지 받은 사람입니더.
야하고도 같이 저녁 묵었는데
시상에...시상 천지에 이렇게 착하고 똑똑한 딸이 없다꼬
은행장님이 직접 용돈도 줬고요
우리집 앞까지 손수 운전해갖꼬 자가용으로 데려다 안줬습니꺼.
우리 아가 그런 아입니더"
"잘못했어요...제가 잘못했어요..."
"보라야 뭔소리고! 쓸데없는 소리하지마라!"
"제가 잘못했다고요! 갈게요 경찰서"
"안된다 보라야! 니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아이고 우리딸은 그런 아가 아입니더!"
[가끔은 엄마가 부끄러울때가 있었다.
엄마에겐 왜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자신보다 더 지키고싶은 소중한것이 있기 때문이라는걸
바로 나 때문이라는걸 그땐 알지 못했다.]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건 자존심을 부릴때가 아닌
자존심 마저 던져버렸을때다.
그래서 엄마는 힘이 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