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잘못된 상식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언론보도와 댓글을 보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몰이해가 많은 것 같아서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1. 가상화폐는 돈이다? X
가장 많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인것 같습니다.
댓글을 보면 가격이 저렇게 시시각각 변하는데 화폐로서 기능을 할 가치를 지니냐는 비아냥이 가장 많은데 가상화폐는 돈이 아닙니다 (알면서도 그냥 비아냥거리고 싶어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화폐라고 명명하고 있어서 흔히 착각할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수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통화로서 기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일종의 보안 장부라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보안이 중요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분산해서 보유하여 저장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데이터가 금융 거래에 대한 데이터라면 결제내역에 대한 기록을 저장, 공유하여 화폐로서 기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협소한 용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활용도 높은 가상화폐를 아무나 발행할 수 있다? X
가상화폐에 대한 또 다른 비아냥입니다.
그까짓 가상 화폐 대충 복사해서 만들어서 쓰면 되는건데 채굴이니 거래니 하면서 거품만 잔뜩 낀 투기자산을 왜 저렇게 비싸게 거래하느냐는 것이죠
정부에서도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가상화폐의 발행을 원천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아마 블록체인을 육성하더라도 기관, 기업에서 발행해서 그 테두리 내에서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구상하는것 같은데 이러한 생각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증입니다
블록체인 자체가 불특정 다수가 장부를 공유해서 기존 데이터의 변형이나 해킹 및 접근을 차단하는 시스템인데 데이터 사용 주체가 되는 기관, 기업에서 발행, 소유하는 것은 장부의 인위적인 조작, 해킹 등의 위험을 없애고자 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의의 자체가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소위 소수의 참여자로 구성된 폐쇄된 네트워크 내에서 이뤄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사용은 탈중앙화, 분산 데이터 공유라는 블록체인 기술 사용 의의를 없애버리는 것이라는 점이 요지입니다.

3. 한국에서의 유달리 높은 코인의 가격은 투기 과열에서 기인된것이다? △
기본적으로 모든 물건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은 탓입니다.
몇개월 전만 해도 소위 김치프리미엄은 높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5퍼센트만 넘어가도 김프가 높다는 말이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김프가 높아졌습니다. 한 지역에서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높아지는건 당연한 수순이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공급이 이루어져야되는데 현행법상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사서 국내 거래소에 파는 길이 막혀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장벽이 없었다면 조금이라도 김프가 높아지면 재정거래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한국 투자자들이 몇십퍼센트나 비싼 가격에 가상화폐 거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4. 가상화폐의 현재 가격은 투기이고 거품이다? △
현재 가상화폐 전체의 시가총액은 700조 정도이고 그 중 1/3을 비트코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몇백개의 코인이 나머지 비중을 차지하구요.
현재의 가상화폐의 가격을 흔히 튤립 버블이나 닷컴 버블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아무짝에 쓸모없는 튤립 버블과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고 닷컴 버블과는 상당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닷컴 기업이 우후 죽순 생겼고 그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성공(?) 이후 줄줄이 알트코인들이 각자의 강점과 테마를 내세우며 등장하고 있는 것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닷컴 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도 이 코인 저 코인 할 것 없이 시총이 폭등하고 있고 아마 먼훗날 이 중에 상당수는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닷컴 버블이 꺼지는 와중에도 구글 등의 세계 굴지의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세계 전체 오프라인 서점을 합친것보다 시총이 높은 아마존도 탄생했구요.
코인 시장도 마찬가지로 지금 등장한 대다수의 코인은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무가치하거나 기존 중앙화 체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해서 기득권에 탄압당하고 소멸될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블록체인기술의 가치와 활용이 저변화된다면 유망코인들은 지금이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기관 발행의 코인은 블록체인의 의의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관점에서 ICO 원천 봉쇄나 거래소 폐쇄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형성되는 것과 그 기업의 주주가 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코인의 미래가치를 꿰뚫어보고 매매를 한다면 투자이고 단기 매매 수익에 집착한다면 투기겠죠.
현 상황에서 정부, 투자자 (아님 투기자?)든 투기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구요.

저도 아직 이해가 부족하지만 투자자와 여론 모두 도박과 사행성, 한탕주의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어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아서 제가 아는대로 서술해보았습니다.
투자자든 관망하는 분이든 아무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기술과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해 보이는 언론의 프레임에 놀아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주식, 부동산, 코인 투자 (혹은 투기) 모두 그 결과는 본인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