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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스트 Wll조회 712l
이 글은 5년 전 (2019/2/18) 게시물이에요




 

 

 

지갑을 돌려줄 수 밖에 없는 편지.jpg (모배 ㅇ) | 인스티즈

 

 

(모배)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쩐지, 좋은 일이 많으셨을 것 같네요. 그게 아니더라도 행운이 깃든 하루를 보내는 중이실 것 같아요. 이렇게 지갑을 줍는 건 드문 일이잖아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지갑 주인이에요. 아, 괜찮으시다면 버리지 말고 조금만 더 읽어 주시겠어요? 우선, 지갑 오른쪽 카드란 뒤를 보면 사진들이 들어 있어요. 증명사진 네 장이 나오는데 한 장은 저희 엄마세요. 예쁘시죠? 결혼을 일찍 하셔서 나이도 젊은 편이신데, 몇 살로 보이세요? 젊게 봐 주신다면 엄마께서 고기 사 주실지도 몰라요.

 

음, 두 번쨰 증명사진은 오빤데요. 한 살 차이라 친구처럼 지내요. 전 걔가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나머지 둘은 고3 친구들의 사진이에요. 폴라로이드 네 장 중 두 장은 중학교 떄 수학여행 가서 친구들이랑 찍은 거구요, 나머지 둘은 오앤 친구가 찍은 풍경 사진을 인화한 거예요. 고등학생 때 모려다니던 친구들과 찍은 이미지 사진은 예븐 척을 너무 많이 했죠? 제 민증은 보셨어요? 그 사진, 열아홉 즈음의 가진이라 엄청 어려 보여요. 전 가끔 그 사진 꺼내서 보곤 해요. 이젠 술집 가도 민증 검사를 안 해서 속상해요.

 

카드는 제가 지갑을 들고 다녀서 별로 없네요. 그 포인트 가드들은, 제 덜렁대는 성격 때문에 포인트가 하나도 없을 거예요. 파기해도 되지만 왠지 가지고 있게 돼요. 영화표는 버리기 괜히 아쉬워서 간직중. 뒤따르는 영수증 더미들은 잉크가 날아갔지만 서울과 제주도 여행을 다녔을 때 결제한 것들이에요. 광주에서 쓴 건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었을 때구요. 반대편 뒤적이시면 미니언 스티커도 있엉. 빵 먹고 나온 띠부띠부씰인데 포켓몬 이후로 처음 모으는 거라 열심히도 먹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선생님이 누군지 모르지만, 선생님은 저에 대한 정보를 꽤나 많이 알게 되셨네요. 이름, 생일, 주소부터 저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얼굴, 그 외의 여러 가지들. 선생님. 전 돈이나 지갑은 바라지 않아요. 저의 부주의로 떠난 것을 되돌려주라며 험한 말을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선생님이 보신 저의 추억들은 제가 앞으로 살아가며 다시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에요. 괜찮으시다면, 지갑과 돈은 그.대로 가지시고 사진과 민증, 스티커만이라도... 아니, 스티커도 드리겠습니다. 마음이 찢어지지만요. 아무튼, 귀찮음 무릅쓰시고 사진이랑 민증만이라도 우체통에 넣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지갑을 잃은 울적함보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실 저의 소중한 것들을 기다리며 설레어하고 있을지 몰라요.. 선생님이 어느 곳에 계시는 누구시든 제가 항상 오늘 같은 행운이 있으시길 빌고, 또 빌게요. 괜찮으시면 제게 연락 주시겠어요? 기다리겠습니다. 어쩌면 선생님과의 추억도 제 새 지갑속 새 편지에 쓰일지 몰겠네요. 제 삶의 한 기억을 차지해 주신다면, 잊지 않을게요.

 

제가 좋아하는 여름의 녹음처럼 돌아오는 이 계절쯤마다 선생님을 떠올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제 지갑을 지나치지 않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 우체통에 넣어 주셔도 아마 제가 잘 돌아올 거예요. 저는 선생님과 제 추억들의 아름다움을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어제 주운 지갑속에 있던 편지인데 보고 너무 감동먹어서 주인 분한테 허락맡고 올려

원래도 지갑 돌려주려고 했지만 이거 보니까 당장 찾아가서 건네주고 싶어지더라!!

아침에 만나서 지갑 주면서 너무 말 이쁘게 하셔서 부럽다고 했더니,

본인은 그저 사람들의 감성과 선함을 믿을뿐이라고...... 어제도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될거같아서

나도 이거 보고 지갑에 편지 써서 넣어놨어.!!

 

++) 내가 직접 친거라 오타 많아 미안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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