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교육대학교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서 여성 학우와 교수를 상대로 한 성희롱·폭언을 사과했다. 앞서 한 학생의 제보로 이 대학 ‘대나무숲(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에 특정 학과 남학생들의 단톡방 캡처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남학생들은 20일 “단톡방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 어떠한 변명과 핑계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단톡방 발언을 ▲여학우에 대한 폭력적 언사 ▲성희롱 ▲‘삼일한’ 등 혐오 표현 ▲교수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구분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잘못된 점을 알 수 있도록 제보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몽둥이로 X맞고’ ‘침대에 깔아가지고’
제보자가 19일 공개한 단톡방 캡처 사진에 따르면 대화에 참여한 인원은 주로 2015년도 당시 신입생이었다. 일부 선배 학번도 동참했다. 제보자는 “증거가 이 정도뿐이라서 안타깝지만 더 많은 성희롱 발언을 확인했다”며 “단톡방 내의 가담자와 방관자 모두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캡처 사진에는 한 여학생 이름을 언급하며 ‘몽둥이로 X맞고 XX 침대에 깔아가지고 XX 뭉개고’ 등의 폭언이 등장했다. 마찬가지로 여학생 실명을 거론하며, 이 학생과 성관계를 맺을지 선택하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이라는 혐오 표현을 쓰기도 했다. 교수에 대해 ‘메갈충’ 등 모욕적 언사를 한 것도 확인됐다.
남학생들의 해명에 따르면 이같은 대화는 2015년부터 2016년 초까지 오갔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과연 이것뿐이겠냐”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방관했던 사람도 책임이 있다”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 이 중에는 지금쯤 교사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단톡방 캡처 사진이 퍼진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교사될 학생들이 삼일한이라니” “교사될 인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구무언의 심정” SNS 사과문
남학생들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여학우에 대한 폭력적 언사를 한 점을 깊게 뉘우치고 있다. 말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겨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성희롱은 저희의 명백한 잘못”이라며 “단톡방 구성원 모두가 당시의 언행과 방관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 카톡을 보면서)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반성했다.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단어를 쓰는 것이 잘못인 줄은 알았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면서 “이를 깊이 반성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부 교수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당시 많이 회자되는 단어를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사로서 자질이 의심될 정도의 언행으로 상처 입은 많은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성차별적 언행이나 혐오 발언을 교사가 모범을 보이지 못한 점은 무척이나 잘못”이라고 반성했다.
해당 학과 관계자는 “아직 어떤 사안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15학번의 경우 아직 초등교사 발령을 받은 학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1년간의 대기 기간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톡방에 있던 선배 학번 중에는) 교사로 재직 중인 학생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교대에서도 성희롱 의혹이 불거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김경성 총장은 18일 “학내 교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에서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학생들을 규탄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6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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