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끼어 있는 유럽의 미니 국가 안도라 (대략 경상남도 김해시 면적이랑 비슷)
락싸 해축팬들이라면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겁니다. 월드컵 유럽 예선이나 유로예선에서 언제나 탈탈 털리는 그 나라 맞음
안도라의 정치체제는 입헌군주제인데, 특이하게 군주가 2명입니다. 공동입헌군주제임.
근데 그 군주들이 누구냐면...
한명은 프랑스의 현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다른 한명은 스페인 가톨릭 우르헬 교구의 주교인 호안 엔리크 비베스 시실리아, 즉 천주교 신부입니다.
이런 황당한 정치체제를 가지게 된 이유를 알려면 안도라의 역사를 살펴봐야 됩니다
원래 이 지역은 우르헬 주교가 봉토로 갖고 있던 지역인데(중세에는 가톨릭 성직자들도 봉건영주들처럼 봉토를 갖고 있는 경우가 흔했죠), 군사력이 없던 우르헬 주교는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해 인근의 푸아 백작과 안도라를 공동 통치하기로 협정을 맺습니다.
우르헬 주교가 갖고 있던 통치권 절반은 변동없이 쭉 이어져 왔는데, 푸아 백작쪽의 통치권은 여기저기 넘어가고 상속되고를 반복한 끝에 최종적으로 프랑스 국왕에게 넘어갑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나폴레옹이 자연스레 갖게 되고, 이후 프랑스에서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되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남게 되어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대통령이 안도라의 공동군주를 겸하고 있습니다.
공화국의 대통령이 군주직을 겸하다니 상당히 모순적이긴 하지만 뭐 자기네들이 그렇게 한다는데..
다른 유럽 입헌군주국들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형식일뿐 실제 정치는 안도라 국민들이 총선을 통해 뽑은 내각에 의해 이뤄지지만, 여전히 저 요상한 중세 스타일의 공동군주제는 2019년 현재까지 유지중이고,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헬 주교는 자신들의 권한을 대리하는 대표를 안도라에 파견합니다.
심지어 과거에는 중세 봉건제의 관습대로 홀수 해에는 프랑스 대통령에게 약 460달러의 현금을, 짝수 해에는 우르헬 주교에게 약 12달러의 현금과 치즈 6개, 햄 6개, 닭 6마리를 공납물로 바치는 제도도 있었습니다.
이 제도 폐지된게 무려 1993년... 25년전까지만 해도 ㄹㅇ 봉건국가였던 신기한 동네죠. 말그대로 중세의 마지막 유산이랄까나.
사족으로 국가 경제는 요즘은 관광업에 많이 의존한다고 합니다. 면세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무엇보다 피레네 산맥 한가운데 있는 점을 이용해 유럽 최고 수준의 스키장을 만들어서 세계 각지의 스키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스키어들도 은근 많이 간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