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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FBIll조회 669l
이 글은 4년 전 (2019/6/18) 게시물이에요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인스티즈


이인철, 물안개

 

 

 

강도 한 몸으로 평생 사는 것이 힘든가보다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하늘을 날고 싶듯, 강물도

잠시

피어나서, 꽃이 되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이승에서도 몇 번의 윤회로 살았으면 좋겠다

강과 몸을 바꿔

내 굽이진 마음을 촉촉이 적셔서

흘러 보내고 싶다

젊어서는 노인의 사랑으로

늙어서는 청년의 그리움으로 바꿔 살아봤으면 좋겠다

강은 산을 거슬러 올라가 산정호수를 만들고

나는 신이 되어

모든 기도를 하루 쯤 들어주고 싶다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잠시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살아보고 싶다

끊김 없이

물안개 같이 피었다가

다시 흘러가는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인스티즈


신미균, 납작한 공간

 

 

 

아주 두꺼운 책 밑에

바퀴벌레 한 마리 깔렸다

 

얼마나 버둥거리는지

책이 조금씩 들썩들썩한다

 

한참 동안 버둥거리다가 잠잠하더니

또 한참을 버둥거린다

 

버둥거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표시

 

죽기 살기로 버둥대다보면

가끔은, 지긋지긋하게 짓누르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는가 보다

 

두꺼운 책 밑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바퀴벌레

진저리치며 사라진다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인스티즈


황학주, 지상

 

 

 

여기는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온다

다시 올 일 있을까 싶다

나란히 신발 벗을 때는

모르지만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나간다

모텔 같다

여기는 물감냄새가 난다는 게 문제지

사랑만 필요했던

연인들이

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

시간의 종업원이 똑똑똑 노크를 하거나

전화벨을 울려주기까지 하는 곳

슬픈 것은 사랑을 보는 모텔 주인의 생각이며

거기서 나온 인테리어 솜씨일 뿐

이상하고 또 이상해도

여기서 서화를 그릴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나는 가고

당신은 오는 것을 잊는다 해도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인스티즈


김영철, 장터

 

 

 

비 내리는 날이면 번갈아 찾아드는

빈대떡

도토리묵

산나물

산 오징어

 

우리 집 사랑방에는

사람 냄새 그득하다

 

자네 요즘 어떤가

내 술 한 잔 받게나

 

사는 게 다 그렇지

자네도 한잔하게

 

축축한 사는 이야기

가슴마다 수북하다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인스티즈


양균원, 종소리

 

 

 

그친 비가 다시 오지 않는다

산사의 망중한은 여기까지

처마 밑 나서려는데

들리나요, 수국 꽃잎에 잠기는 저녁 어스름

갈참나무 떠난 깃털 족속의 날갯짓

배후나 언저리에서

아주 사소하게 일어나는 파동

들리나요, 종이 없는데 종소리를 내는 것

젖고 싶은 마음에 물이 빠지면

소란했던 빗소리 뒤로 정적이 따라오면

잠깐 살아나는 것

들리나요, 바람에 부대끼는 내가

훌쩍 날아가도 털썩 내려앉아도

여전히 남은 잎으로 떨고 있는 떡갈나무

숭숭 뚫린 수천 벌레 구멍에서

빗소리 그치자 으스스 떨고 있는

금간 종소리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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