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회네꽃밭02 : ssul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니까 김한빈이 거실에서 양푼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퍼먹으면서 티비보고 있는거야.
사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긴 한데 주방에 엄마도 안보여
그래서 눈 비비면서 김한빈 옆에 앉아서 비빔밥 뺏어먹으니까 개정색하더라
나쁜새끼.
엄마 어디갔냐고 물어보니까 비빔밥 만들어주고 아빠랑 등산 가셨다고 했어.
그건 그렇고
그래서 내밥은?
" 이거 같이 나눠먹으라고 했어 "
" 아, 그래? "
그렇구나. 시발.
그래서 한빈이가 나 먹으라고 한숟가락을 남겨논거였구나.
내 표정 막 변하니까 한빈이가 슬금슬금 옆으로 피하는거야
근데 주말 아침부터 김한빈이랑 싸운다는것 자체가 시간 아까운 짓인것 같아서
그냥 김한빈한테 짤짤이 던져주면서 라면이나 사오라 할려그랬는데,
문득 꽃청년이 생각나더라?ㅋㅋㅋㅋ 중증걸린것 같다.
슈퍼에 가려면 꽃집을 지나쳐야 하니까 갈때는 꽃청년 얼굴 슬쩍보고 오는길에 들러서 꽃씨를 사오기로 결심했어.
참고로 나 꽃 키울꺼라는거 정말 진심이야.
" 야 나랑 라면 사러가자"
" 싫은데? "
나름 반항하고 내눈치봄ㅋㅋㅋ
내가 우리아빠 골프채가 어디갔지 하면서 방에들어가려는 시늉하니까 알아서 신발 신더라ㅋㅋㅋ
나도 나름 머리 정리하고 재빠르게 얼굴에 뭐좀 쳐바르고
밖에서 김한빈이 독촉하는 바람에 완성되지 못한 얼굴로 다급하게 나갔어.
김한빈이 눈썹그리다가 말았냐고 웃다가 뒷통수 한대 더 얻어맞고 겨우 나왔는데
김한빈이 신발 구겨신고 질질 끌면서 가는거야.
참고로 나 그런거 정말싫어함
모지리 같이 그게뭐야
" 야 신발좀 제대로 신어 "
먼저 앞서가는 김한빈한테 말하더니 나한번보고 자기 신발 한번보고는
코앞인데 뭐어때 하면서 계속 마웨하는거
이런 개썅마웨!
결국에 길거리 한복판에서 쪼그려 앉아서 김한빈 신발신겨줌.
이건뭐 애기도아니고
정말 5살 짜리 남자애 키우는 기분이야.
제대로 신겨주니까 신발 질질 끄는소리도 안들리고 김한빈도 편하다면서 좋아함ㅋㅋㅋ
나 사실 라면사고 삼각김밥하나 더사서 같이먹으려 했는데
김한빈이 자기도 라면먹고 싶다고 우겨서 결국에 새우탕면이랑 신라면 컵라면 두개만 사서 봉지에 담아서 나왔어.
삼각김밥 정말 먹고싶었는데 남은 짤짤이로는.. 씨앗을 사야했거든
" 아 내 삼각김밥.. "
" 남은동전으로 사, 왜 안사? "
왜냐면, 한빈아 있잖아.
내가 꽃을살꺼야.
이러면 평생웃을치 오늘 다웃을게 뻔해서 그냥 무작정 꽃집으로 끌고갔어.
아침부터 꽃미모 풍기면서 꽃에 물주고 있는 꽃청년 보니까 진짜 삼각김밥이고 뭐고 없어
그냥 그저 좋을뿐이였어.
아, 좋은 생이였다.
" 어서오세요 "
특유의 그 지릴것 같은데 멋있는 그런 표정으로 슥 보면서 인사하는거야.
나도 안녕하세요 했는데 김한빈은 뒤에서 '우와 워우..' 이런 감탄사만 하면서 걸어들어오고 있었어
친구지만 정말 데리고 다니기 부끄러운 친구야.
김한빈 너란자식은 말야.
근데 우리가 감탄사를 하던 말던 꽃청년은 오직 나의 길을 갈뿐.
묵묵히 우리 등지고 물만 주고 있어.
감상이 끝났는지 김한빈이 그제서야 여기 왜온거냐고 물어보더라.
" 저기요, 씨앗 봉투 어디있어요? "
" 답지 않게 … . 뭐 니가 꽃이라도 키울라고? "
" 닥쳐 "
내가 이 꽉 깨물고 중얼거리니까 바로 입딱닫는 시늉함.
꽃청년이 우리둘을 힐끗 쳐다보더니 또 앞장서서 카운터 쪽으로 갔어. 씨앗들 쫙 걸려있는거 보여줌.
가까이가서 뒤적거리는데 내가 키우고 싶었던 …
수박, 방울토마토 등등 …
" (먹을수 있는 것들이) 왜 없어요? "
" 다 나갔어요 "
" 먹지도 못하는걸 뭣하러 키워. 삼각김밥 포기하고 이거 사러온게 더 문화충격이다 "
" 이거 주세요, 봉선화꽃^^ "
한빈이 손톱에 물좀 들여줘야 겠네
빨갛게..
현아가 부릅니다 빨게요
한빈이 손가락은 빨게~ 빨가면 한빈~ 한빈이는 메출메출
결국에는 먹지도 못하는 씨앗을 사들고 나오려는데 김한빈이 안나오고 강아지랑 놀고 있는거야.
집에가자고 하려 했는데 김한빈이 잡아끌어서 어느새 옆에 나란히 앉아서 강아지랑 놀았어.
사실 집에가기 싫었거든ㅋㅋㅋ
조금 놀다가 김한빈이 바쁜 꽃청년한테 말거는거야.
" 몇살이에요? "
" 스무살이요 "
" 강아지 물어본건데 "
내가 더 민망해지는 상황이였음ㅋㅋㅋㅋㅋㅋㅋ
김한빈 눈치 고자 놈은 그냥 그렇게 넘어가지 구지 사람 개쪽주는 능력이 있어
내가 옆구리 쿡쿡 찌르니까 넌씨눈처럼 되려 왜?왜찔러! 이러는바람에 그냥 한숨쉼ㅋㅋㅋ
그나저라 동갑이라는것이 놀라웠어.
물론 내나이 또래라는건 알았지만 이마을 살면서 동갑인데 한번도 안만난게 이상했거든,
어쨌거나 저쨌거나 꽃청년 표정 내가 슬쩍 봤거든?
" 아, 아. 몇개월 안됐어요. 7개월? "
당황하였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표정으로 말하는데 진짜 씹귀였어ㅠㅠㅠㅠ 말투는 당황했는데 표정은 특유의 뻔뻔함으로 자연스럽고ㅋㅋㅋㅋ
" 동갑. 말논다? "
김한빈이 말하니까 꽃청년이 고개 끄덕끄덕 하는거야.
그렇다면...! 나도...!
" 나도 말놔도 돼… 요? "
그러더니 딱 날쳐다보는거야. 뭐지 심쿵.
눈 딱 마주쳤는데 진짜 여기서 진짜 숨멎 했는데 뭐냐면,
진짜 활짝 웃으면서 쳐다보는거야.
뭐지? 당황했는데 진심으로 좋아서 나도 따라서 웃었다?
근데 날 지나쳐서 내 뒤에 있던 4살짜기 꼬마애기한테 손흔드는거ㅋㅋㅋ
딱보니까 평소에는 철벽오브 철벽, 강철인데 애기랑 동물 앞에서는 자동 순둥이가 되는것 같았어.
나도 애기가 되고 싶다. 강아지가 되고 싶다.
결국에는 말 놔도 된다는 확답도 못받고 손님 오셔서 자리를 비워버린 꽃청년을 뒤로하고 꽃집에서 나왔어.
진짜 아쉬움...
뭔가 김한빈 한테 하는거보다 나한테 더 철벽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기분적인 기분?
금새 컵라면 두개 같이 비워먹고 후식으로 수박먹고,
나는 먼저 일어나서 창고 뒤졌어. 그러니까 작은 화분 하나 나옴. 나이스 횡재.
뒷마당에 가서 밑에 구멍 돌맹이로 막고 흙쌓아서 집안으로 들어가니까 가득 차있던 수박 통 텅텅 비어있음ㅋㅋㅋ
수박돼지새끼
" 진짜키울려고? 이질감 개쩐다. 20년 역사상 처음보는 장면인듯? "
" 수박이나 쳐먹어. "
" 응 "
손가락 꼼지락 거리면서 구멍내고 씨앗넣고 흙덮은다음에 물주고 햇빛 잘드는 창가에다가 뒀어.
그리고 나름 구색을 갖추기 위해 종이까지 써붙였어
'그래 내가 개다.'
개가 되고싶은 마음이 간절해 보이는 문구랄까.
그렇게 몇일을 봉선화만 기다렸어
맨날 물주고, 작심3일 나의 엄청난 놀라운 발전이랄까.
새싹도 피고 점점 무럭무럭 자라남과 동시에 김한빈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그리고 꽃이 자라나는 그동안 몇일은 꽃집을 안찾아갔어.
근질근질 하긴하지만, 꾹 참았어.
이게 바로 나혼자 하는 밀당임....
아무도 몰라주는 나만의,..
그리고 몇일후에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침
생각지도 못했어
생각고자는 아닌데 정말 생각지도 못해서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하는것뿐.
저녁 늦게 약속 끝내고 돌아오는길에 가게 정리하고 있던 꽃청년이 보이는거야.
난 그냥 슬쩍보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 야 "
내가 깜짝놀라서 꽃청년 한번보고 주위 슥슥 둘러봤어.
길거리에 나밖에 없는걸 보니 빼박 나에게 말을거는게 틀림없었어.
그래도 확인 차원에서 나?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는거야.
" 니가 말한거 들어왔어. 수박, 토마토. "
어떻게 반응 해야 될지모르겠는데
정신차려보니 난 이미 꽃집 안이였어ㅋㅋㅋㅋ
그냥 꽃청년이 나 붙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거야.
집에가려고 다 꺼놨던 불 다시 키더니 수박씨앗이랑 토마토 씨앗 두개 빼서 내 손에 딱 쥐어줬어.
" 나 지금 돈없는데? "
" 키워서 가져와 "
그래그래 그래야지.
다른사람도 아니고 꽃청년이 키워오라는데 감사합니다 하고 키워와야지
내가 고개 끄덕이니까 갑자기 좀 어색한거야
둘다 말없이 있다가 꽃청년이 먼저
" 이름 뭐야? "
그래서 이름 알려주고 나도 물어봤어.
생각해보니까 이름도 모르더라. 이름도 모르면서 좋아하는 내가 새삼 한심하기도 하고ㅋㅋㅋㅋ
" 구준회야. 내이름. "
"들어본적 있는것 같아 "
" 나도 너 본적 있어 "
본적이 있다고? 이 꽃집이 아닌 다른곳에서 본적이 있다고?
갑자기 길거리에서 샤이니 셜록추면서 걸어갔던것도 생각이나고 친구들이랑 돌아다니다가 갓 배출한 개똥을 밟은것도 생각이나고
길거리에서 추한짓을 많이 하고다녀서 진짜 식은땀이 났어ㅋㅋㅋ
다행이 학교에서 봤다고 하더라고
학교... 학교..
" 나랑 같은 학교? "
" 응 "
컬쳐쇼크, 그래 생각해보니 친구가 꽃청년 페북을 보여주며 우리학교라고 했던게 기억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근데 신기한건 그냥 지나쳐갔을 날 기억하고 있었던 준회가 더 신통방통했음.
" 저번에 같이왔던 그 메추리랑 있는거 봤어 "
(((((((((((김한빈))))))))))))
어떡해.. 닮은걸...
누가봐도 닮았는걸...
내가 빵터져서 꺽꺽거리고 웃으니까 진짜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마지막에는 지도 실소 터져서 같이 웃고ㅋㅋ
아마 김한빈이랑 학교에 같이 있었던 날이라 하면,
소소한 장학금 타러가던날 학교앞에서 만난 김한빈에 의해 함께 교수님에게 갔던 그날인듯 했음
교수님이 끼부리는 한빈이를 그당시 매우 맘에 들어했는데
교수님이 다음 강의때 그 남자친구는 어디학교냐고 물어서 한동안 친구들이 커플이냐고 추궁했던 기억이 난다
" 남자친구야? "
" 아니, 불알친구야 "
" 넌 말도 참 … "
" 왜 불알친구가 어때서 부랄부랄부랄 "
그래 나 이때 머리에 총맞았었나봄ㅋㅋㅋㅋ
구준회랑 잘되고 싶다며ㅋㅋㅋㅋ 그래놓고 좋아하는 사람앞이서 불알 드립침..
초등학생때 우리동네 얼짱 중2였던 진환오빠가 생각난다.
그오빠한테 배웠던 단언데.
그오빠가 불알요정이였거든...
" 아 맞아. 나 내일 한빈이네 고모 유치원 봉사가는데 같이 갈래? "
" 유치원? "
" 저번에 보니까 너 애기 좋아하는것 같아서. "
" 가게 봐야 되는데.. "
" 아, 그런거라면 걱정마 "
[ 여보세요? ]
[ 내가 꽃집을 왜봐! ]
[ 야! 너 … ]
뚜뚣뚣뚜뚜으뜨뚜
" 한빈이가 말은 이렇게 해도 나름 붙임성 좋아서 가게 잘 돌볼거야. 책임감도 있고, 아 한빈이는 메추리야 "
" 알겠으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
그제서야 시간보는데 원래 집에 들어가려던 시간보다 한참이나 지나있는거야ㅋㅋㅋ
그래서 준회랑 같이 꽃집 문닫고 나왔어
진짜 하루만에 엄청난 발전인듯
아니, 발전보다도 혁명수준
내가 저번에 했던말 기억하고 말놓은 준회도 그렇고
내일 약속까지 다이렉트로 잡은 나도 그렇고ㅋㅋㅋ
내가 후기도 다음에 쪄올게 준회랑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콧김 뿜으면서 썼다!
근데 지금 밖에서 초인종 막누른다... 김한빈인가봐
먼저 가볼게 안녕!!
주민신고 들어올지도 모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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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ㅠㅠ 잊지않고 또 제글 읽어주시는 분들도 너무너무 고맙고.. 연재텀이 길고 들쑥날쑥해도 끝날때까지 꾸준연재는 약속하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훅 치고들어오는 날이 있을지도 몰라요..ㅎ
그리고 드디어 애들 모두가 데뷔를 확정짓게 되어서 정말 행복한 한주 보냈습니다ㅠㅠ 이제 정말 데뷔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려야 겠네요.. 아이콘 화이팅 한빈아 힘내
다시한번 읽어주신분들, 댓글달아주신댓글요정들, 신알신해주신분들, 추천해주신추천요정분들 모두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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